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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는가. | ARTLECTURE

우리는 무엇을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는가.

-전시 미디어펑크-

/Art & Preview/
by 밀라
우리는 무엇을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는가.
-전시 미디어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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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미디어펑크: 믿음 소망 사랑
전시장소: 아르코미술관
기간: 2019년 9월 10일 – 2019년 10월 27일
참여 작가: 김웅용, 김해민, 노재운, 이민휘/최윤, 파트타임스위트, 함정식


 

1960년대 중반, 소니의 휴대용 카메라의 등장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시작하게 한다. 운반이 용이한 적당한 크기의 영상 제작 기계는 단숨에 창작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은 가히 혁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2019, 이제는 스마트폰과 SNS 계정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라이브 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순위권에 유투버가 빠지지 않으며, 19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계정이 존재한다. 필자는 어린 세대일수록 정보를 습득하는 형식이 텍스트보다는 영상에 익숙해, 얻고자하는 정보를 구글 보다는 유투브에 검색한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류에 1인 미디어 창작자라는 말을 따로 얹기도 어색하고 촌스러울 만큼, 우리는 지금도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기 위해 영상을 찍는다.


영상은 사진이나 글보다,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심하게 스크롤을 넘기다가 바르자마자잡티가 가려지는 화장품, ‘입자마자체형이 보정되는 레깅스, ‘씻어내자마자깨끗해지는 화장실 세척제 등의 광고 영상을 신뢰하고 물품을 구매한다. 비포/애프터를 보여주는 사진의 형식이 존재하지만, 영상을 더욱 신뢰하게 되는 이유는 영상을 찍는 그 당시의 생생함이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바르고, 입고, 씻어낸 뒤의 모습은 모두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영상의 조작이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영상을 더욱 신뢰하고 있다.

 

아르코미술관의 미디어펑크: 믿음 소망 사랑전은 영상을 신뢰하는 우리의 믿음을 비틀고 꼬집는 작품들로 이루어져있다. 작품들은 관람자가 익히 보던 형식을 벗어나있거나, 일상적인 영상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박살내거나 관람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전시명은 전시가 보이고자하는 바를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본 전시에서 영상매체에 대한 우리의 믿음, 거기에 담긴 소망과 그에 대한 사랑은 전복된다.


이민휘·최윤, 오염된 혀,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사운드, 15분 54초, 2018.


이민휘와 최윤의 오염된 혀는 특히 한국에서 유행하는 영상에 대한 시류를 잘 읽어낸 작품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유투브 채널들-ASMR, 애국보수, 진위가 의심되는 바이럴 마케팅 등-의 형식과 내용을 따온 6개의 영상들로 이루어져있다. 음악가 이민휘와 작가 최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따라, 관람자 또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전단지 형식의 악보를 제공한다. 이 악보마저 쌈마이형식으로, 거리에서 손에 쥐어주는 바로 그 질감과 촌스러운 디자인을 차용하고 있다. 이민휘와 최윤의 작업은 길거리에서 날리듯이 존재하는 전단지와 같이 인터넷 공간에서 부유하고 유행하는 형식의 영상들의 차용이다. 그리고 이 가사들은 하나 같이 정확한 의미를 찾아낼 수가 없다.


필자는 평소 ASMR 영상을 자주 시청하며, 조곤조곤한 속삭이는 소리를 따라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기대하며 작품을 향해 다가갔지만 제시된 가사는 (수록곡 중 입에서 입으로’) 편안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만드는 ASMR의 형식과 반하는 내용이었다. ‘속앓이,’ ‘울고 웃는 미래를 믿지 마시오,’ ‘아와 어와 살기등 수록곡들은 마치 기존의 형식을 비웃듯 섬뜩한 퍼포먼스와 끔찍한 언어로 이루어져있고, 의미가 없다. 의미 없음을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확산이 일어나는데, 이 때 관람자들은 텅 빈 의미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허섭스레기의 제공자가 된다. 여기서 진실은 없으며, 신뢰할 만한 정보도 없다.


파트타임스위트,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 360˚ VR 비디오, 컬러, 사운드, 1645, 2016


파트타임스위트의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VR영상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VR이라는 기술에서 기대하는 바를 실망시키는 데에 중점을 둔 듯하다. 보통 VR로 제시되는 영상들은 현실을 잊고 환상의 세계를 탐닉하고자하는 관람자들의 마음에 치중해왔다. 이는 길거리에서 보이는 VR체험관이나 이제까지 흔히 봐왔던 작품에서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 콜렉티브 그룹의 작품은 쓰레기장, 더러운 공중 화장실, 광장 한복판에 노출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비위가 좋지 않은 이라면 작품 관람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작품은 신도시와 재개발 지역 중에서도 폐허를 찾아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VR과 드론이라는 신기술로 극히 현실적인 장면들-짐이 쌓인 고시원의 더러운 바닥에 놓아지기, 비둘기가 쪼아 먹는 튀밥 중 한 알이 되기-를 제공한다. 들려오는 음성은 를 추방할 존재로 설정하고, 누군가에 의해 결국 ’, , 관람자는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결국 세상에서 쫓겨난다. 영상은 VR기계를 통해 작품을 관람하고자 해당 세계에 들어온관람자를 추방할 존재로 설정하고 결국 추방하는데, VR과 드론이라는 신기술이 주는 이미지, 밝고 깔끔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 같은 기술들이 한데 모여 이 추방을 응원한다. 우리는 신기술과 이전에 맺었던 우호적인 관계를 기대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불청객일 뿐이다.

 

위 두 작품 외에도 김웅용의 WAKE에서는 참과 거짓의 뒤섞임, 함정식의 기도에서는 기대의 충돌과 무너짐, 김해민의 두 개의 그림자, 노재운의 보편영화 2019에서는 모호함과 선명함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다. 전시를 구성하는 여섯 개의 작품들은 믿음에 대한 해체를 주장하지만 일관적인 주제를 가진다.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해서 믿게 되었는가? 우리의 믿음에는 정확한 근거가 있는가? 믿음이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미디어펑크: 믿음 소망 사랑전은 누락된 부분과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며 영상에 대한 우리의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을 꺾어버리는 노력을 한다. 또한 미디어 매체를 다루는 기존의 전시들과는 다르게 미디어라는 매체의 기술 미학에 대한 탐구가 아닌, 각 개인이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하여 관람자 스스로가 의문을 제시하도록 유도한다. 욕망과 기대에 대한 계속되는 미끄러짐 속에서 관람자들은 기존의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한 흔들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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