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서문
2022년 4월 9일부터 5월 7일까지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에서 윤이도 작가의 개인전 『오래된 집은 이윽고 밤을 맞이하기로 했다』展이진행된다.
서울에 거점을두고 여러 사회현상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변화해가는 장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운 장소성과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던윤이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할머니의 집’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그 중 첫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드로잉 시리즈 <오래된 집은 이윽고 밤을 맞이하기로 했다>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작가의 할머니 故 ‘노XX’씨의 집에 대한 탐구를 진행한다. 작가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남겨진 이 오래된 집의 물리적인 공간을 비워 나감과 동시에 비워진 공간들을 여러 에피소드로 채워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가 여기에서 주목한 에피소드들은 ‘노XX’라는 인물이 거주했던공간과 그가 사용했던 물건에 담긴 과거의 내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노XX’씨가 남기신 유품들에 관련된 내러티브를 드로잉과 글로 기록하고 이를 함께전시하고자 한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부엌 선반의 도자기 인형, 쿠키깡통에 담겨있던 알약 등과 같은 소소한 오브제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기록해 나가는 것으로 몇 개의 물건, 그리고몇몇의 추억으로만 남겨지게 된 한 인물의 삶을 추모하고 애도해간다. 그리고 결국 밤을 맞이하게 된 이오래된 집의 빈자리에 사라지지 않고 남겨진 생의 의지를 기록해가는 그 긴 과정으로서 기억의 시공간에 또 다른 집짓기를 지속해가고자 한다.
두 번째로소개할 작품은 <나의 땅, 우리의 뜰>이라는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집’이라는 내부의공간에선 벗어나 있지만,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에선 ‘집’의 카테고리 안에 포함된 ‘노XX’씨의 오랜 텃밭에 관한 내러티브에 주목한다.
이 텃밭은‘노XX’씨 개인의 공간만은 아니었다. 40여 년 전 주인없이 놀려지고 있던 800평 정도의 빈 땅을 동네 사람 모두가 함께 개간한 공동의 공간이었다. 모두가 주인이면서도 모두가 주인이 아니었던 이 땅에서 사람들은 다 같이 모여 김장을 담그기도 하고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했다. 이 텃밭은 젊은 시절 북에서 내려와 기댈 곳 하나 없었던 할머니가 직접 일궈낸 새로운 고향이자 유용한 생계수단이었다.
작가는 할머니가 이 텃밭이라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내러티브를 회화,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선보인다. 실제 텃밭입구에 세워져 있던 붉은 깃발을 은유하는 오브제에서부터 조경전문가와의 협업에 의해 수집된 텃밭 식물의 이미지를 그린 회화 작품, 그리고 땅, 고향, 텃밭을주제로 진행한 인터뷰 음성에 기반된 사운드 작품 등을 바탕으로 작가는 기억과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 이 텃밭이라는 장소를 관찰, 해석, 해체, 가공, 전시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작가는이런 작업들 간에 연계성을 부가하기 위해 작품을 비추는 조명을 사운드 감지 센서가 장착된 조명으로 대체하여 관객들이 사운드 작업이 나오는 시간, 즉 땅과 터전,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시간 동안에만 이작업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치한다. 이는 재개발로 인해 이미 사라져버린 텃밭이라는 장소를 추억하는대화의 시간 속에서 벌어질 일시적인 장소성의 부활을 의도한 설치 방식이다.
그리고 단순히전시장에 텃밭을 구현해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현대사회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이주었던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재고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이 전시는 집을 곧 터전이자 뿌리로 이해하며 본인의 정체성을 집과 동일시했던 세대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할머니의 오래된 집이 내포한 그 긴 역사를 되짚어보며 ‘노XX’라는한 인물의 삶과 연대기를 재해석하고 이 연대기에서 보여지는 사회적 감수성을 관객들과 공유해가고자 한다. 또한작가는 동시대의 경제적, 사회적 사항들로 인해 하나의 공간조차 온전히 소유하기 힘들어진 현대사회에서‘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글쓴이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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