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씨의 또 다른 이야기
이승희
- 아무개씨
‘아무개씨’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익명, 불특정인을 지칭하거나 고유한 이름을 대신하여 쓰는 인칭대명사이다. ‘아무나’와는 분명 다르게 읽히는 ‘아무개’는 분명 실체를 지닌 존재다. 이승희 작가는 ‘아무개씨의 박물관’ 공간에서 <아무개씨의 또 다른 이야기> 전시를 선보인다. 이 이야기는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의 폭력성이 어떻게 평범한 한 개인인 아무개씨의 서사에 개입하는지, 그리고가부장제와 국가 권력의 관계를 주목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더 깊이 들여다보며, 거대한시스템의 존속을 위해 쓰이고 버려진 아무개씨들의 이야기들을 모아 재구성한다.
-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_환향녀 還鄕女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속환(贖還)된 아무개씨에게는 국가와 시대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환의 증거가 깊게 새겨진 이름표가 붙여진다.시대적 사건은 잊혀져도 개인에 대한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므로 역사의 이면에서 아무개씨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동안 회자하곤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역사적 사건 뒤에 남겨진 그들의 증언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 증언들은 언뜻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져 보이지만, 근접하여 바라본 서사는 잘라진 조각을 애써 이어붙인 듯 분절되고 굴절되어 있다. 이어지지 않는 문장은 곧아무개씨의 서사다. 우리는 곧잘 아무개씨의 이야기를 외면하거나 쉽게 잊곤 한다. 조각난 단어를꿰매듯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재구성한다.
아직도 아무개씨의 이야기는 반복되고 있다. 그러기에 작가는 여전히 아무개씨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꿰매어 재구성한 이야기를 펼치며, 오늘의 '아무개씨'를 위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X 아무개씨의 박물관
☆Donation:
<아무개씨의 박물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무개’인 너,나,우리의 일상과 기억을 채집하고, 예술 언어로 기록.전시하는 곳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릴레이 전시를 하고, 작가와 함께 하는 기획 워크숍과 상설 워크숍 <아무개씨의 그림자극장> 을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