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타원형(Superellipse)은 한국 도시 속 잉여 공간과 전시 공간을 주제로 하는 초타원형 갤러리(Superellipse Gallery)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그 세 번째전시는 사진가 팝콘(popcon)의 개인전 《포켓몬 고~고 스냅샷》입니다.

팝콘이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소니 사이버샷 DSC-707을 사용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카메라가 발매된 2001년은 싸이월드, 블로그, 레이소다와 같은 웹사이트가 흥하던 시절입니다. 70~80년대생에게는 막 구매한 디지털카메라로 이것저것 찍어 보던 추억이 떠오르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시대인 요즘, 사진기를 목에 걸고 촬영하는 일은 많은 이들에게 과거가 되었지만, 팝콘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일상입니다.

그는 자신을 “좋아서 시작한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정돈된 레이아웃에 맞추어 자신을 마케팅하기보다는 의뢰의 결과물을 단출하게 보여줍니다.

고양이와 친구를 찍은 사진, 건축 인테리어 사진, 극단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 최정화와 같은 현대 예술가의 작품 사진, 다원 예술 전시와 현대 무용 공연 사진 등 팝콘의 사진은 전형적인 취미가의 사진부터 노련함이 필요한 프로의 그것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주변의 권유로 몇 차례의 전시를치른 적은 있으나, 갤러리의 기획을 통하여 개인전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도 자신의 예술을 보여주기보다는 포켓몬과 함께한 지난 1년간의 일상―포켓몬과 거닐며 사진 찍기―을 선보이기로 합니다. 물론 고스냅샷 기능으로 촬영한 61장의 작은 사진들은 엄밀히 말하자면서울의 풍경 위에 귀여운 캐릭터 레이어를 얹힌 것입니다.

이는 개념적으로는 이질적 요소들이 결합된 콜라주이지만,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 1887~1948)가 주창하던 콜라주의 물리적 구축 과정은 여기에 없습니다. 앞/뒤의 위계를 가진 가상 평면의 좌표 위에서 겹쳐진 합성 이미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게임 설정상의 키와 무게에 기반하여 증강 현실기술로 구현된 포켓몬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팝콘의 행위만 보자면, 이것은 몸을 움직여 가며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배치하는 사진가의 촬영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스마트폰 안에서 응축되어 왔던 이미지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관람객에게 합성의 감각을 전달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선정한 사진 속 포켓몬은 길거리의 간판, 상점의 홍보 배너, 전시장의 포스터, 거리 집회의 태극기 등 서울 풍경 속 글자, 오브젝트와 조응하며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합성 이미지의 효과는 전시장에서 반복하여 일어납니다. 스마트폰의 16:9 비율과 인스타그램의 1:1 비율의 사진들, 웹툰의 스크롤 컷을 연상시키는 세트사진들은 서울을 배경으로 촬영된 포켓몬처럼 전시 공간과 분리된 오브젝트로서 존재합니다.

스탠다드에이 서교점의 흰 벽과 원목 가구에 놓이는 포켓몬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어도 좋습니다. 포켓몬의단순한 형태와 색상은 복잡한 이야기가 담긴 사진과 공간을 엮는 구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사진 속 포켓몬의 존재만으로도 본 전시는 사각 프레임 속에서 귀여움을 탐닉하는 현대인 일상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작가 및 기획자 정보

팝콘(popcon)
2000년부터 꾸준히 사진을 찍어 온 팝콘은 공연, 웨딩, 프로필, 작품 촬영 등 사진과 관련된 모든 일을 의뢰받는다. 현재는 주로 다원 예술과 현대 무용공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광화랑갤러리(2010), 대구예술발전소(2013)에서 그룹전을, 충무아트홀(2014, 2015), 성북예술창작센터(2015), 서울 시민청(2017), 충무아트센터(2017, 2019)에서 기획전을, 살롱드팩토리(2011)에서 개인전 《스마일》을 개최하였다.

초타원형 갤러리(Superellipse Gallery) 프로젝트
건축가 정현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편집자로 구성된 설계 및 출판 사무소 초타원형(Superellipse)은 도시 속 임의의 공간에 전시를 시도하는 초타원형갤러리 프로젝트를 2019년 말부터 실시한다. 첫 기획은 스탠다드에이 서교점에서 개최하는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설치 미술가의 연속 개인전이다.

참여작가: 팝콘(pop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