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완은 이상향으로 보이는 자연의 풍경과 생태계를 꾸준히 그려왔다. 《거울 회랑》은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데칼코마니 기법처럼 접히고 펼쳐지며 하나의 지형을 형성한다. 이는 실제의 시공간이라기보다 반복과 복제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가상의 세계다. 명확한 서사구조를 지니지 않지만,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의 세계관을 닮은 작업은 현실의 요소를 기반으로 재창조된다. 즉 장종완의 회화는 현실과 가상이 데칼코마니처럼 서로에게서 기인한 하나의 시공간으로 볼 수 있다.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는 멀리 우리와 분리된 곳이 아니라 밀착된 공간에 가깝다. 이는 축적된 선택이 다르게 전개되었을 가능성, 혹은 새로운 사회의 출발점에 대한 상상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상상은 작가의 삶과 미래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는 가상의 시공간이기에 가능한 것으로서, 그의 그림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품 속 풍경은 낯설고 신비롭다. 폭포 주변에는 동물의 얼굴이 드러나고, 들판은 나방의 날개 문양을 띠며, 민들레는 역동적인 동물의 모습이나 거대한 구조물로 등장한다. 대지와 하늘은 하나의 생명체로, 동식물은 서로 스며들어 동질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장종완이 그리는 풍경은 인간이 배제된 곳에서 다른 존재들이 오랜 시간 공존한 결과처럼 다가온다. 낯설고 복잡 미묘한 장면 앞에서 우리는 ‘나’의 부재를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의 그림은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거꾸로 반추하게 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와 작품을 구성하는 구조가 함께 두드러진다. 동일한 제목으로 두 점씩 제작된 작품들은 전시장에서 <소실점>을 중심으로 좌우 배치되며, 전시장은 대칭을 이루는 회랑으로 연출된다. 대칭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그 반복 안에서 강박적인 긴장을 만들어내지만, 작가는 미세한 변주와 구체적 형상을 덧입혀 균형의 층위를 쌓아간다. 대칭적 풍경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이나 폭포처럼 나타나며,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되어 평온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고요함은 가상의 시공간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현실의 불안은 균형과 조화에 대한 갈망으로 함께 표출된다. 이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가상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동시에 직시하려는 태도로 읽힌다.
또 하나의 중요한 구조는 소실점이다. 소실점은 ‘지금-여기’라는 위치를 재인식하게 만드는 지점으로,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 자체를 환기한다. 소실점 너머의 세계는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로 다시금 이어지며, 이는 전시 제목인 ‘거울’처럼 가상과 현실을 상호 반사시키는 구조를 이룬다. 《거울 회랑》은 좌우 대칭과 소실점의 작용을 통해 현실로부터 가상을 거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환구조를 형성한다. 이때 돌아온 현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현실로 인식된다.
요컨대 장종완의 작업은 생각과 꿈, 상상과 논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시공간을 열어 보인다. 이는 회화라는 평면적 공간을 통과하여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이끌어, 낯설고 기묘한 시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나아가 삶이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동시에 뒤를 돌아보는 반복적 순환임을 인식하게 한다. 그의 그림은 어떤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그림을 보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환기한다. 따라서 장종완이 구축한 세계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가상인지 현실인지 구분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다만 그곳과 그 반대편 사이를 오가며 서서히 양쪽으로 스며들고 있을 뿐이다. / 장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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