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산업과 예술, 삶과 생존이 뒤엉킨 문래동을 출발점으로, 도시에서 발생하는 감정적·물리적 현상과 비결정적 세계의 감각을 탐구한다. 작가에게 이 지역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삶의 보금자리인 동시에 언제든 균열이 드러날 수 있는 불안한 정서적 지면이다. 김재익은 양가성이 켜켜이 포개진 이 세계의 이미지와 사운드,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질서로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버그’와 ‘글리치’는 그에게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기존 세계 질서에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고 다른 가능성을 스며들게 하는 사건이자 전환의 순간이다. 그는 이 틈을 증폭해 익숙한 도시 구조와 리듬을 낯선 잠재성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변환한다. 장소성 데이터의 수치화와 경계의 추적, 데이터 벤딩을 통한 질서의 붕괴,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청각 패턴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비결정성과 불확실성을 부정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균형과 생의 조화, 도시가 남기는 흔적으로 사유하도록 이끈다. 관객은 이 과정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호흡과 진동을 몸으로 감각하는 동시에,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위치를 조심스럽게 더듬어가게 된다. 재구성된 문래의 도시 풍경은 우리가 어떤 힘과 균열, 마찰과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감각하고 사유하도록 이끈다. / 글.최지나_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작업노트
문래동은 오래된 공장의 진동, 작업장의 소음, 예술가들의 리듬이 겹겹이 포개진 지형이다. 산업과 예술, 생존과 삶이 밀고 당기는 이곳에서 전시는 ‘경계’를 하나의 감각 단위로 호출한다. 문래의 실제 지형과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의 물리적 표면과 정서적 지면이 만들어내는 마찰을 시각·청각적 패턴으로 드러낸다. 좁은 틈을 통과할 때 생기는 소리, ‘치찰(齒擦)음’을 핵심 은유로 삼아 변화가 남기는 저항의 흔적을 감각화한다. 작업은 ‘사선의 세계’에서 출발해 비결정성과 버그를 탐구한다. 여기에서 버그는 오류가 아닌 시스템이 드러내는 균열이자 생의 흔적이다. 전시는 세 가지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첫째, 장소성 데이터의 변환을 통해 문래의 소리와 동선을 수치화하고 경계를 추적한다. 둘째, 데이터 벤딩을 통해 질서의 붕괴와 틈의 미학을 드러낸다. 셋째,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청각 패턴으로 정동을 가시화한다. 전시는 이렇게 마찰의 언어와 오류의 문법으로 몸과 사유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그 순간들을 기록하며, 이동하는 경계 위에서 새로운 감각의 윤리를 제안한다. / 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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