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과부하
전시명인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거스르는 근육 성장의 원리이다. 신체는 늘 적응 상태에 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서는 이전보다 강한 자극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근육과 근력은 반복과 부하를 통해 성장하며, 이 원리는 단순한 훈련을 넘어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넘어서려는 행위 전반에 적용된다. 근육은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변한다. 수축과 이완, 상처와 회복, 다시 반복. 이 단조로움 속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신체만이 아니라 창작의 방식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 《점진적 과부하》는 실제로 운동을 수행하고 있거나 신체에 대한 지속적인 감각 훈련을 해온 작가들과 함께 만든 전시다. 단순히 신체를 다룬 작업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운동하고, 근육통을 나누고, 움직임을 관찰하며 시작된 이 기획은 감각을 말하기보다, 경험해 보자는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종종 감각이나 신체라는 단어를 무심히 쓴다.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각은 일정하지 않고 신체는 설명하기보다 따라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반복 속에서 생겨나는 어긋남, 한계를 지나며 남겨지는 긴장, 그리고 그것을 조형화하는 각자의 방식. 전시는 그런 시간들을 따라가려 한다.
각 작가는 신체 변화의 기록, 조형 구조의 실험, 이미지의 축적, 감각의 전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과부하를 해석함으로써 감각적 수행과 조형 언어 사이의 접점을 제시한다. 형태를 남기기 위해, 자신이 세계에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감각의 역치를 향해 몸을 던진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하라는 조건에 접근하는 이 작업들은 기능적 단련을 넘어, 변화의 실감이 어떻게 조형 언어로 변환되는지를 탐색한다. 전시는 스스로에게 익숙해지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지 않도록 부하를 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조정과 충돌, 피로와 전환의 흔적을 하나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점진적 과부하’는 단지 더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동작을 반복하되 조금 다르게 느끼고, 이전의 나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는 과정을 수용하는 일이다. 창작 역시 그렇지 않은가. 감각은 단번에 오지 않는다. 반복되는 수행 속에서야 비로소 다가온다. 기법보다 늦게, 형식보다 더 늦게 감각이 따라온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설명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변재현
☆Do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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