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정(b.1994)은 데이터와 기술,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예술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이번 UNOCCUPIED GAPS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를 단순한 도구로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작가는 데이터를 형식과 현상이 얽힌 복합적인 현실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특히, 공표된 구조적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 수집한 6400개의 비구조적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러한 과정은 데이터와 기술의 잠재력을 탐구하며, 이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려는 작가의 고유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개관전: ShiztuAtion>은 작가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과 인공지능과의 협력적 관계를 기반으로 창작한 작업들을 아우르는 전시다.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창작의 협력자로 바라보았다. 인공지능과의 협력 과정은 데이터가 가진 제한성과 문제들을 재구성하고,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예술적 형태가 도출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실험이었다.
작가는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장기적으로 축적한 비구조적 데이터를 활용해 평면, 조각, 미디어 작업을 구현하며, 데이터가 예술적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을 깊이 탐구했다. 특히, 3D프린팅을 활용한 조각 작업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협력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들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작가는 동일한 프롬프트를 인간과 인공지능에게 입력한 뒤 생성된 결과물을 비교하고, 인간의 직관적 관찰과 인공지능의 계산적 분석 사이의 경계를 시각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기술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차이를 명확히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작업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단순한 실패로 간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오히려 이러한 결과들을 창작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으며, 기술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는 작가가 기술을 단순히 인간 창작의 보조적 수단으로 보지 않고, 창작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협력적 존재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은 기술을 하나의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기술 간의 관계적 가능성을 재정의하고자 했다. 기술은 더 이상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창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파트너로 기능한다. 작가는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고 가공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데이터와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세계를 재해석하고 조형하는 매체로 확장했다. 이는 데이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통찰을 얻는 동시에, 기술을 창작의 새로운 동반자로 포용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기술과 인간, 데이터 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기존의 창작 방식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데이터를 다루는 작가의 접근은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해석과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개관전: ShiztuAtion>은 데이터, 인공지능,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창작 과정에서 기술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 실험적 전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도구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인간과의 협력적 관계 속에서 창작의 본질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은 인간과 기술이 함께 창작의 주체로 작동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예술적 탐구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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