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보이는 것들 The things that I see
2023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지원사업
Part1 경계의 확장 (23.10.01~07 11:00~19:00, 월요일 휴관) 이음갤러리: 대학로 112, 혜화역
Part2 공동의 영역 (23.10.28~11.03 10:00~19:00) 시민청 갤러리: 대평로 1가, 시청역
참여작가: 김재익 김정은 양향기 임호정 / 참여자: 고미숙 박혜숙 신나라 유진 한소율 한희주
전시소개 (www.seemyself.org)
'내게 보이는 것들' 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사유하는 참여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워크숍과 전시를 통해 ‘나‘와 ’타자‘의 존재를 서로 바라보며 성찰하는 자세로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선을 앞에 두며 사유하는 비장애인과 비가시적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장애인 사이에는 현상을 바라보는 간극들이 존재합니다. 하나의 현상을 함께 바라보고 질문하며 사유하는 과정에서 비장애인 작가들이 느끼는 시선과 시각장애인 참여자가 지각하며 기억하고 진술하는 이미지는 모두가 달랐고, 시각장애 정도에 따라, 아예 이미지가 동일한지 조차 가늠이 안 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의식 차이에서 오는 간극은 어쩌면 당연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프로그램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과정 속에서 비장애인(작가)과 장애인(참여자)의 인식차이에서 오는 간극들을 좁혀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사실 이번 워크숍과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자와의 만남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차이'를 느낌과 동시에 모두 다른 경험 속에서 다양한 동질 의식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분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스타를 하고 셀카를 찍고 온라인에서 이모티콘을 연발하며, 때로는 일반인 이상의 오프라인 활동을 새로운 경험으로서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각화된 이모티콘 표현과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그들의 표정과 행동이 우리와 같이 다양했음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이질적인 것은 쉽게 눈치채면서, 이렇게 동질적인 것은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차이는 인정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가시적 세계뿐 아니라, 비가시적 세계를 향해 서로를 인도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랐습니다. 또한, 타인뿐 아니라, 역으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사유하며, 설사 생각이나 상상을 통해 미처 다다르지 못한 특정의 심상은 대화와 협업을 통해 풀어갈 수 있도록 진행하였습니다. 사실 장애와 무관하게 개인과 타자는 서로가 만나는 순간, 자아는 부딪히고 감각과 지각의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더욱이 보이는 세계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세계를 함께 논해야 했고 예술로서 표현 행위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개별적 자아 행위로 본 전시 작업을 표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와 우리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 공동존재로서 서로를 매개하며 개인과 타자와의 내적 결속을 다지는데 이번 전시 진행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결국 ‘내게 보이는 것들' 은 그렇게 자신을 둘러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주최하는 작가들 그리고 함께 작업을 만들어가는 모든 참여자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자분들과 특정 환경에 활동하며 본 전시를 바라보는 관객분들, 모두가 함께 느끼고 질문하며 사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향유전시가 되길 희망합니다.
여러분 스스로 자신에게 비친 ’내게 보이는 것들‘ 은 무엇인가요? / 김재익
후원.지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김재익(오디오-비디오작업)
작가는 가늠할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의 시각적 인식 차를 좁혀 나아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일기를 주고받았다. 나와 그들이 생각했던 감각과 지각의 충돌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도 있었지만, 그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패턴 속에서 다양한 동질 의식도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너무 다르게만 인식하는 것이 아닌, 나와 그들의 삶이 일상 속 지평 위에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보편적 의식 범주에서 본 작업을 시작하였다. 본 오디오 비디오 작업은 모두 동시대 일상을 겪어가며 서로 유사했던 패턴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제작 방향을 잡았다. 참여자 한소율님은 매일 길을 걸으며 느껴지는 움직임에 따라 때로는 무대 위에 노래하는 사람으로 상상을 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사람도 어떤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즉 내가 주목받고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순간들에 대해 상상하는 세계관을 일상에서 만들어가곤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참여자 박혜숙님은 중도실명자로서 과거와 현재 삶의 패턴이 매우 다른데, 여전히 지팡이가 어색하다고 한다. 때때로 그녀는 우리들과 똑같은 다양한 과거 일상을 들려주시곤 한다. 그리고 청각과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유진님은 움직임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몸의 감각적 율동과 움직임에 따른 촉각적 심상은 비장애인의 일상생활에서도 동일한 신체활동이 있다. 단지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 그녀의 움직이는 행위에는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상존하는 것이다. 참여자 신나라님은 어떤 가시적 형태나 선과 색상 등을 직접적으로 인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스타를 하고 셀카를 찍고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의 감정적 표정의 변화는 본 적이 없지만, 우리와 동질적으로 삶의 변화를 내면으로 직감한다. 본 작업은 개개인의 사적 경험과 기억들이 작업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것들이 결국 보편화하여 생활의 영역에서 잠재적 공통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공동존재로서 이질적 간극을 연결하는 상호 간의 존재론적 이야기를 구체화한다. 마지막으로 톡톡어 오디오 비디오는 우리가 공동의 존재로서 서로를 매개하여 내적 결속을 다지기 위한 워크숍의 과정을 담은 작업이다.
김정은(사진작업)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서로 소통한다. 음성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언어, 사회적으로 약속한 문자, 손짓, 자세, 거리감을 활용하는 몸짓 그리고 얼굴의 근육을 활용한 표정 등 신체의 모든 부위를 활용하여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낸다. 인간은 의도와 다른 언어를 뱉으며 서로를 속이기도 한다.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뱉고 오해하고 슬퍼하며, 위로하고 안심한다. 인간의 의사소통이 이렇게도 편파적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할까? 여기 60개의 사진이 있다. 표정을 포착한 사진이다. 기쁨/설렘/피곤/놀람/슬픔/분노 여섯 개의 감정을 참여자들만의 방법으로 표현했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우리는 그들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방의 표정을 헤아리고 기분을 살피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문자와 언어보다 표정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언어이다. 본 적이 없더라도 진심을 나누기에 우리는 서로 그다지 다르지 않다.
양향기, 임호정 (판화 작업)
‘본다’ 라는 행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존 버거의 말을 빌리자면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으며,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본다는 것은 인간의 성장 발달과 인지 능력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각 예술 작가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듯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판화 작업들은 빛에 의존하지 않는 감각인 촉각성에 집중하였고, 돋음내기 embossing 방식으로 프린트 했다. 주 판법인 ‘콜라그래피 collagraphy’ 는 다채로운 표면 질감의 재료들로 판을 제작하고 찍어낼 수 있기에 촉각 정보만으로 작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하나씩 손으로 만져 오브젝트를 선택하고 위치를 잡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개인의 심상과 의도를 반영하며 찍히는 과정을 통해 종이 위에 비워짐과 도드라짐으로 도출된다. 작업은 크게 두 파트로 첫 번째는 내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공통의 시각 언어인 ‘톡톡어’로 제작한 그림일기다. ‘톡톡어’ 는 시각 장애인과 비시각 장애인이 회의를 통해 도출한 8가지의 감정 언어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 놀이를 만들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시각의 상실은 우리의 잠재 능력 속 더 큰 인식의 세계로의 탐험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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