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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시적인 역사 드러내기 | ARTLECTURE

비가시적인 역사 드러내기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Art & Preview/
by 안유선
비가시적인 역사 드러내기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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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 서술에서 소외되어 온 자수 실천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피며, 자수가 “순수예술과 공예, 회화와 자수, 창조와 모방, 전통과 근대, 서양과 동양, 공과 사, 구상과 추상, 수공예와 산업(기계)공예,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셜널리즘”(전시서문)과 같은 이분법적 경계에 위치하는 다면적인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 서술에서 소외되어 온 자수 실천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피며, 자수가 “순수예술과 공예, 회화와 자수, 창조와 모방, 전통과 근대, 서양과 동양, 공과 사, 구상과 추상, 수공예와 산업(기계)공예,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셜널리즘”(전시서문)과 같은 이분법적 경계에 위치하는 다면적인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이는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자수는 각 시대의 새로운 양식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자수는 예술이고 또 그렇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한나 회흐의 말처럼 자수를 단순한 기능적 사물이 아닌 예술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전시는 1부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와 2부 ‘그림 갓흔 자수’ 그리고 3부 ‘우주를 수건繡巾 삼아’와 4부 ‘전통미의 현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전통 자수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1부) 20세기 초 자수 실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쿄의 여자미술전문학교(조시비) 자수과 유학생들의 작업과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공예부의 신설을 소개하고(2부), 광복 이후 ‘민족 정체성의 회복’, ‘왜색 탈피’, ‘현대화’를 외치는 문화예술계의 화두에 동참한 자수가 아카데미 안에서는 ‘추상화’, 그 밖에서는 ‘전통의 부활’이라는 형태로 전개된 모습을 보여주며(3부), 한국전쟁 이후 국가 경제에 공헌하기 위한 산업공예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떠오른 자수와 전통자수의 현대화를 시도하는 자수장의 작업을 선보이며(4부) 전시는 마무리된다.







부재하는 근현대 자수의 역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전시는 자수와 예술에 자리한 편견을 건드린다. 자수는 바탕이 되는 밑그림을 그리는 자와 자수가가 분리된 경우가 많았는데, 자수는 순수미술로 여겨지는 회화를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수놓은 것으로 여겨져 창작이 아닌 모방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절하되었다는 점은 독창성을 강조한 모더니즘에서 파생된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 자수와 여성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전시가 다루는 근현대 자수의 흐름에서 뼈대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에서 전수되던 사적 영역의 자수가 “여자에게 적당한 ‘우미優美’의 예술을 가르쳐서 안으로는 현모양처가 되고 밖으로는 문명을 보완하는 기술자 및 교육자를 양성”(전시서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교육의 핵심으로 부각되며 공적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흐름은 2부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다. 조시비와 해방 직후 이화여자대학교에 설치된 자수과 출신 작가들의 활발한 작업 활동과 1981년 이화여자대학교 자수과가 섬유예술과로 통합되는 과정은 3부에서, 전업주부가 탄생한 1960-70년대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에게 허용하는 부업 가운데 전통자수가 있었다는 내용은 4부에서 다뤄진다. 이러한 여성과 자수의 관계는 마치 자수가 남성 중심적 사고 아래 여성의 부과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지만, 전시는 “자신의 영혼이 작품 안에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경제적, 도덕적 권리를 주장할 각오를 하고 있으며, 자신의 발이 현실에 단단히 딛고 있음을 믿는 여성장인, 근대 여성들이여, 적어도 당신들만이라도 당신의 자수 작품이 시대의 기록임을 알아야 한다.”는 한나 회흐의 뒤이은 언급처럼 자신의 자수 작업을 예술로서 행한 작가들이 존재함을, 기존의 역사 서술 안에서 다뤄지지 못한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한다. 전시가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자수 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해 자수에 추상실험을 시도했던 송정인, 최유현, 박을복 등과 같은 작가이다. 이들을 작업을 감상하고 시대상 현재와 가까운 4부에 다다랐을 때 다시 1부에서 본 것과 유사한 전통 자수를 마주하게 되며 추상 자수의 낯섦과 특별함은 더욱 강조된다. 써니킴, 고산금, 이강승과 같이 자수에서 영감을 받거나 자수 기법을 작업에 활용한 현대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며, 근현대 자수의 역사가 동시대와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의 부제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최유현의 추상 자수 작품명에서 빌려온 것이다. “새들”의 위치에 자수 작가를 위치시켜보면 어떨까. 태양이라는 위대하고도 이상적인 존재에 다가가는 행위, 불가능하고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일을 용기 있게 지속해 온 그들의 역사는 비가시적이라는 이유로 부재한다고 여겨졌다고 전시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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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유선_미술이론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