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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Steam Punk) : 과학적 근원에서 비롯된 비과학적 상상력 | ARTLECTURE

스팀펑크(Steam Punk) : 과학적 근원에서 비롯된 비과학적 상상력


/Insight/
by 김태은
스팀펑크(Steam Punk) : 과학적 근원에서 비롯된 비과학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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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Wild Wild West)(1999) 단순한 서부극 형식을 차용한 오락영화이면서 동시에 서구에서 스팀펑크양식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문화양식으로 전파하려는지에 대한 의지가 확연하게 보이는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증기, 동파이프, 톱니바퀴, 그리고 시계까지 스팀펑크에서 기본요소로 생각하는 아이템들을 모두 총망라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활용하였다. 본 글은 스팀펑크가 사용한 아이템과 재료의 특성들이 어디에서 유래하였으며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연결까지의 역사적 접점을 들고 있으며 현대에 와서 영화와 게임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스팀펑크는 과학기술과 상상력이 상호간의 효율적인 접점을 찾아낸 결과이면서 하나의 문화양식으로 지속적으로 재매개화되는 원동력을 지닌다. 동시에 과학기술에 있어 비이성적 상상력이 과학의 합리성보다 우위에 있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 중세를 벗어나 근대가 시작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으킨 세계관을 소재로 한 영화나 게임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스팀펑크 양식은 가장 대표적인 테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스팀(steam)과 펑크(punk)의 조합은 산업혁명을 발현 시킨 서구 문명의 아이콘이면서 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양식이다. 여기에서 과학은 논리적 근거가 있어 보이지만 비이성적, 유사과학에 더 근접하다고 볼 수 있으며 상상 가능한 미래 양식이 주는 판타지적 요소로 인해 지금도 여러 양식에 소환되어 사용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경향을 소위 ‘펑크’라고 명명하면서 여러 가지 스타일의 혼합된 문화 양식을 발생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잘 알다시피, 산업혁명은 18세기부터 19세기 초에 걸쳐 영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기술적 혁신의 시대를 지칭한다. 이 시기는 르네상스를 통해 인문학이 부활하며, 인간 중심의 사상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 그 결과 사회 조직의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인류 문화의 기술 문명을 촉발시킨 혁명이다. 물론 그로 인한 모든 혜택은 인류 전체가 본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축적하는데 독점 하였지만 말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산업중심으로 인구가 모이면서 도시가 커지고, 이러한 대도시 형성과 함께 사람들은 다양한 역할을 맡아 생계를 유지했으며, 초기에는 가내수공업으로 물품을 조달했지만 이후 제조 공정이 공장화되고 자동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산업 혁명이 본격화된다. 단순히 인구 증가와 분업화를 넘어, 증기 기관의 발명과 같은 기술적 진보가 생산량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이전에는 손으로 하루에 몇 십 개만 제작되던 제품들이 이제는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산업의 제조 공정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바로 열로 인해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 기계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기계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거대한 공장들이 등장하며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영국, 특히 런던의 과학 박물관인 사이언스 뮤지엄에 가보면 이 시대의 다양한 기계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 변화의 선구자로는 증기 기관차가 있었고, 이는 증기선 등 다른 증기 기계들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이끌었다.  



London Science Museum에 전시된 대형 Steam Engine(1)



현재 우리가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1차 산업혁명도 그 당시에는 사회의 변혁을 가져왔다. '혁명'이라는 용어가 그 변화의 규모를 반영하듯, 와트의 증기기관을 사용한 공장과, 아래에 전시된 증기 기관차는 이러한 혁명적 발전을 상징한다. 이러한 발명품들은 대량 운송과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으며, 이를 통해 산업이 크게 발달하였다. 19세기, 특히 그 후반기에는 식민지 지배가 강화되며 증기 기관차는 이러한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조선시대 후기, 병인양요, 신미양요가 발발할 당시 강화도에 도착한 서구의 증기선은 지금으로 보자면 핵잠수함과 맞먹는 정도의 쇼크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일본은 우리나라에 철도를 구축하여 물자와 인력 수송에 활용하였다. 이렇게 기차가 뿜어내는 검은 연기는 제국주의의 상징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의 역사에서도 기차의 도착은 영화의 초기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적인 모티프로 사용되었다. 

 


[사진 左] 미국군함 콜로라도호                [사진 右] 일제시대 열차 파시코형(퍼시픽5형)증기기관차



이 기차의 등장은 단순히 영국 뿐 아니라 전 유럽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매연이 환경오염의 대표적 원인으로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광경이 발전과 진보의 상징이었으며,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여했다. 1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영국은 굴뚝과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도시의 이미지와 동일시 되곤 했다. 현재 영국을 방문하면 이런 옛 공장들이 박물관으로 변모하여 그 시대의 산업 유산을 간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시기의 런던 시내 모습



영국의 산업혁명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작되었다. 과거 길드 시스템의 규제가 약화되면서 자유 상공업이 발전의 기회를 얻었고, 1차 인클로저 운동으로 인해 토지를 잃은 독립 농민과 소규모 토지 소유자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다. 석탄과 철과 같은 자원의 풍부함, 식민지를 통한 광대한 시장, 그리고 정치적 안정성은 산업혁명을 촉진한 주요 요소였다. 이 혁명은 면직물 공업에서 비롯되어, 면방직 기계의 발명과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량을 통한 대량 생산으로 이어졌다. 이후 증기 기관차와 증기선의 발달로 교통 수단이 혁신되면서, 산업혁명은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19세기 말, 일본은 서양의 산업혁명을 모방하여 급격한 근대화를 이룩하기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한국)는 대원군의 쇄국 정책으로 인해 서구의 과학기술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세기 실학 사상의 부흥을 통해 자체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은 기계화를 통해 농업 사회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것이 공업 사회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발적인 변화와 개방의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의 도래와 함께 혼란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발전의 기회는 상실되었습니다. 사실, 조선초기의 과학기술이 당시 아시아에서 유일무이한 수준이었는데 임진왜란으로 무효화되고 조선 말기에 다시 일어난 기회를 한일합방으로 놓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산업혁명은 많은 기계적 발명품들과 혁신적인 기술들이 등장한 시기로, 단순히 증기기관의 개선이나 면직물 공업의 발전을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특히 영화 제작 기술,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증기 기관차들, 그리고 토머스 에디슨의 전기 발명 등이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기술이다. 이는 교통과 통신 분야에 혁명을 가져왔으며, 현대 사회의 기초를 마련했다. 


여기에서 스팀펑크라는 용어는 이 산업혁명 시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하위문화에서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스팀(steam)’은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에너지 원천인 증기(증기기관)를 나타내며, ‘펑크(punk)’는 전통적인 발전 단계를 건너뛰고 급진적인 발전을 이룬 혁신적인 기술과 태도를 의미한다. 스팀펑크는 이러한 산업혁명 시대와 그 발명품들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제공하는 문화적, 예술적 하위 장르이다. 증기기관이 지배적인 에너지원이었던 스팀과 동파이프가 연결된 구조물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루어진 과학적 물체들과의 결합하는 공통 양식을 띄고 있다. 스팀펑크는 단순히 과거의 기술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현대적인 아이디어와 만났을 때 어떤 창의적이고 기발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스팀펑크 디자인(2) https://www.quora.com/What-is-steampunk



이런 스팀펑크 장르에서는 종종 기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미학이 고급스러움과 결합되어 있으며,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스팀펑크는 기술적 변화가 사회적 변화와 어떻게 결합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술이 개인의 삶과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스팀펑크 장르는 분명 서구 중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서구 문명의 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기술적 진보에 대한 자부심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아직까지 스팀펑크가 서구의 문화적 우월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며, 탈 서구의 시대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서구중심의 기술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팀펑크는 기존의 과학기술이 발전한 산업혁명 시대의 미학을 바탕으로 하면서, 판타지적 요소나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불분명한 기술, 즉 설명될 필요가 없는 기술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점은 스팀펑크의 매력 중 하나로, 고도로 발전된 기술이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그리고 그러한 기술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통합되었을지를 상상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라는 특이성을 가진다. 


스팀펑크에서 금속과 목재 같은 전통적인 재료들은 그 시대의 공예품과 기술을 반영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결합된다. 시계와 태엽은 스팀펑크에서 핵심 요소로, 정교한 기계장치와 정밀한 기술의 상징이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당시의 기술적 발달과 복잡한 기계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태엽 장치가 주는 메카니즘의 복잡성과 시각적인 매력은 스팀펑크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더 나아가, 스팀펑크는 단순한 미학적 요소를 넘어, 현대 기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대안적인 기술적 발전 경로를 상상하는 장르로서의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사이버펑크가 현대적인 디지털 기술과 정보사회에 초점을 맞춘 반면, 스팀펑크는 아날로그적이고 기계적인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펑크의 개념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은 언어적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Museum of Victorian Science(3)



'클럭펑크'와 같은 세부 장르는 이러한 스팀펑크의 변주로 볼 수 있으며, 시간과 관련된 기계 장치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를 탐구한다. 이러한 분류들은 스팀펑크가 단지 과거의 기술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기술과 문화, 사회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창의적인 시도로 볼 수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스팀펑크에서의 시간과 기계, 특히 시계의 중요성은 근대화 과정에서 시간이 사회적으로 규율하는 중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음을 반영한다. 시간이 정확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변화하게 되었고, 이는 약속, 근무 시간, 기차 시간표 등 일상생활의 많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디젤펑크는 스팀펑크의 한 변형으로, 증기 기술 대신 디젤 엔진 기술에 초점을 맞춘 서브 장르이다. 여기서는 증기 기술보다는 디젤 엔진을 통한 더 강력하고 진보된 기계적 기술이 강조된다. 이는 20세기 초의 기술과 미학에 더욱 기반을 둔 상상력인 것이다.


반면, 사이버펑크는 스팀펑크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디지털 기술과 정보 기술에 중점을 둔다. 사이버펑크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종종 사회적인 문제, 기술과 개인 사이의 관계, 정보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이 장르는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하며, 종종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사이버펑크의 디스토피아적 일러스트(4)



스팀펑크와 사이버펑크 모두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는 기술을 상상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스팀펑크는 과거의 기술적 상상력에, 사이버펑크는 미래의 기술적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장르 모두 현대 사회에서의 기술의 역할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독자나 관객에게 그러한 시나리오를 통해 현재를 성찰 할 기회를 제공한다.


스팀펑크 장르는 분명 서구 중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서구 문명의 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기술적 진보에 대한 자부심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서구 중심의 산업혁명과 빅토리아 시대를 상징적으로 다루는 장르이면서 이 시대에 대한 자부심과 기술적 진보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문화적 표현이다. 서구에서는 산업혁명을 통해 이룩한 문명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스팀펑크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 판타지 설정을 가미하여 과학 공상적 요소를 추가한다. 이 장르에서 기계들은 실제 기능성보다는 디자인과 형태에 중점을 두며, 과학적 설명보다는 물질성을 드러내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빅토리아 시대의 패션과 미학은 스팀펑크 양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이 시대가 영국과 서구 역사에서 중흥기였던 점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스팀펑크는 단순히 유행을 넘어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독특한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팀펑크 장르 소재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는 영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기 중 하나로, 스팀펑크가 이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은 서구의 산업기술 전성기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당시의 언어 사용, 옷 디자인, 그리고 사회적 상황들은 스팀펑크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이며, 이러한 시대적 특성들은 게임과 같은 현대 매체에서도 차용되어 종종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림과 같은 시각적 요소들에서도 빅토리아 시대의 옷차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가공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스팀펑크 장르의 상징적인 특성 중 하나이다.


스팀펑크 장르는 종종 중세의 느낌을 혼합하여 미래적인 요소들과 결합한다. 이로 인해 과거의 기술과 질감이 미래의 상상력과 맞물려 독특한 대비를 이루며, 이는 스팀펑크의 매력적인 측면 중 하나이다. 이 장르는 18세기 사람들이 상상했던 20세기와 21세기의 모습과 현실 사이의 격차를 창조적으로 표현하며, 이는 과거의 기술 발전이 현재의 현실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스팀펑크는 문화적으로 이러한 시대적 격차를 잘 포착하고 재해석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존재할 법한 기술이나 사회상을 바탕으로 하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공된 과학기술을 가미하여, 보지 못하거나 체험하지 못한 미래의 모습을 창조적으로 구현한다. 이는 스팀펑크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상상과 현실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적 표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9세기에 상상된 20세기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당시의 예측과 21세기의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래 그림 속에서 사람들은 개인화된 공간에서 혼자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형태는 다르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각자의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예측된 공간과 현재의 집의 형태는 분명 다르며, 이는 과거 사람들이 생각했던 미래가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오늘날 상상하는 미래도 마찬가지로 미래에 실제로 도래할 때는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19세기에 상상한 21세기의 모습(5)  



과학은 결과를 논증하고 증명해야 하는 학문이지만, 스팀펑크와 사이버펑크와 같은 장르는 과학적인 해결이 아닌 상상력에 의존하여 미래를 구상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문학, 디자인, 영화, 그리고 특히 게임과 같은 매체에 영향을 미치며, 중세 세계관이 게임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는 이유를 설명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적을 물리치고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중세의 마법과 같은 초자연적인 요소가 종종 등장하곤 한다. 이는 과학적 설명이 어려운 초자연적 힘을 사용하여 게임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스팀펑크 장르는 외형적으로는 과거의 아날로그와 구식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부의 에너지와 기능성, 오브제들은 현대적인 또는 먼 미래의 과학을 연상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때때로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여 실제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스팀펑크가 게임에 제공하는 판타지적 요소는 현실과 동떨어진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중세 시대의 판타지 요소가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 것과 유사하게 스팀펑크 설정 내에서도 판타지적 요소가 잘 어우러져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된다.


이 장르의 아이러니한 점은, 서구 근대의 기술 중심적 사고와는 대조적으로 비이성적이고 초현실적인 기술의 모습을 종종 표현한다는 것이다. 스팀펑크는 과거의 산업화 시대가 꿈꾸던 미래를 재구성하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우리 또한 현재 상상하는 미래가 다르게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포하고 있다.


스팀펑크가 서구 문명의 근원과 강력했던 근대시대의 맥락을 이어가면서도, 그것은 동시에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미래의 상상과 과거의 실제가 혼합되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오래된 기계적 특성에 미래적인 가능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스팀펑크는 과거의 기술이 현대에 재해석되어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서구 근대의 기술적 이성은 스팀펑크 내에서 비이성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들로 표현되며, 이는 우리에게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흥미로운 모순과 조화를 탐구할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팀펑크는 단순히 과거의 복고적 스타일이 아니라, 그것을 현대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문화적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팀펑크는 기술의 역사 뿐만 아니라, 인간 상상력의 근원과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을 반영하는 장르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1) https://www.sciencemuseum.org.uk/see-and-do/energy-hall

2) https://www.quora.com/What-is-steampunk

3) https://ru.pinterest.com/pin/789185534704093626/

4) https://www.pinterest.co.kr/pin/scifi-cyberpunk-cultures-instagram-photo-return-to-the-city-follow-culture_cyber-cr-gsd__studio-culture-cyb--900016306763552123/

5) https://www.slideshare.net/bgslibrary/steampunk-25368949?smtNoRedi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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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은_김태은 작가는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다. 가상현실과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콘텐츠 분야에서 활동중이다. (www.iir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