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나이에 비해 앳된 분위기를 풍기며 상훈 작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득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상훈 작가는 코로나가 극심해지기 전 7년 동안 Ual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어 한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앳된 얼굴로 솔직함과 발칙함 사이 어딘가의 그림을 가지고 마주 앉아있었다. 그를 둘러싼 힙한 분위기와 꾸밈없고 솔직하게 뱉어내는 말들은 영락없는 MZ세대지만, 작품과 작업에 대한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낼 때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만화, 영화, 음악 그리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얻는 새로움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창조한다는 상훈 작가의 My world에 대해 좀 더 내밀하며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작품.My world Poster1
작품.My world Poster2
김상훈 https://sangkim.myportfolio.com/
BA Illustration and Visual Media,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MA Illustration and Visual Media, University ofthe Arts London
ᄋ2022. 3 (주)아트블렌딩, 도산꼴라보하우스 ᄋ2022. 3 이음갤러리 지역청년작가 초대전, 그루북, ᄋ2021. 11 UNDER39 부산청년아트페어, 부산문화재단 ᄋ2021. 10 <PARADE> 마린갤러리,ᄋ2021. 9 <어느새 지금> 화명역 경부선, ᄋ2021. 9 <음악을 읽어주는 그림전-단체전> 스페이스 움 ᄋ2021. 7 <ACROSS YOUNIVERSE-단체전> 만세갤러리 ᄋ2021. 5 <My favorite things 2-단체전> 화명역 경부선ᄋ2021. 5 <My favorite things 1-단체전> 카페 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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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작뷰
작가님, 바로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갈게요.(우리에겐 뒤풀이가 있으니까요.)
우선 작가님의 예술활동의 시작이 궁금해지네요.
상훈작가
한국에서 일반 인문학과에 대학교를 다니던 중 졸업을 1년 남겨둔 시점에 갑작스레 저의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내가 잘하는 게 뭐지?라는 고민을 하다 학창 시절 제일 좋아하고 잘하던 미술시간이 생각났습니다. 단순하게 오리고, 자르고, 붙여 하나의 완성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이 좋았고, 무엇보다 그 시간이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그에 따르는 주변의 칭찬과 피드백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고요. 그래서 자기표현의 도구로써 미술을 좀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작작뷰
작가님의 미술 성적이 궁금해지는데요?
상훈작가
네, 다른 과목에 비해 성적은 좋은 편이었어요. 사생대회에서 상을 받은 기억도 있고, 수행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작작뷰
그렇군요. 그렇게 긍정적인 기억들이 많은 미술 대신 왜 인문대에 진학하게 되셨어요?
상훈작가
당시 미술대학을 갈까 고민을 했었고 부모님께도 권유를 받았어요. 하지만 주변에 전문적으로 입시미술학원을 다니며 미대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제 시선에선 썩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특히 틀에 박힌 형태로 치러지는 미대 입시의 형태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더 현실적인 고민으로 미대에 가서 화가가 되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을 것 같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느껴졌어요.
Personas, 70x100cm, Digital painting
작작뷰
그 시절 그런 고민과 생각이 있으셨군요. 그럼 이쯤에서 작가님의 영국 유학시절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모든 도시는 그만의 온도와 분위를 풍기면서 인간을 사유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특별히 영국 런던을 선택했던 이유와 그 도시에서 김상훈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상훈작가
특별히 영국에서 공부할 생각을 처음부터 가졌던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미술유학을 생각하며 막연히 나라를 생각하던 중 주변의 조언으로 처음엔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어요. 모든 자본이 모이는 큰 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도 모른 채 미국 비자를 두 번이나 거절당한 후 당혹감에 빠져있을 때 차선책으로 영어권 국가인 영국을 가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머문 곳 그리고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오게 된 건 전화위복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학사와 석사 과정까지 오랜 기간 영국 런던에 있었던 시간들이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영화 해리포터처럼 마법 같은 시간들이었던 거 같네요.
작작뷰
네,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하니 갑자기 생각이 난 질문입니다. 보통 유럽에서 유학을 하거나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꼭 한 번쯤은 유럽여행을 다녀오더군요. 작가님의 유학시절 크게 영감을 주었거나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나 여행지가 있을까요?
상훈작가
여행은 그냥 놀러 가는 거죠. 기분전환이나 휴식이 필요할 때.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좋았던 곳이 너무 많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초등학생 때 가고 싶은 나라를 조사하던 숙제를 할 때 이탈리아를 적었던 기억이나 이탈리아 피렌체를 갔었는데 우연히 그날이 부활절 전날 밤이라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에서 늦은 저녁 미사를 하더라고요. 그 공간과 미사를 하는 의식이 중세시대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거처럼 느껴져 무신론자이지만 아직까지 인상 깊네요. 여러 나라를 여행을 하면 각 나라마다 특색 있는 문화, 음식, 건축, 그리고 자연환경들이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한국에 머물면 당연히 여기선 이런 건데 저기선 저럴 수도 있고 요럴 수도 있다는 게 재밌고 신선한 충격이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당연한 건 없으니까요.
작작뷰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 부분이 참 부럽네요.
작가님이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던 예술 활동이 예예아카데미 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셨어요?
* 프로젝트 예예아카데미 > ‘예술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어’를 슬로건으로 부산 신진 청년작가의 데뷔를 위한 프로젝트. 7개월간 6번의 전시와 굿즈 제작, 아트클래스 기획과 실행을 병행했던 예술계의 해병대 캠프
상훈작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한국으로 돌아오니 이제 어디서 그림을 그리고 보여줄지 생각하던 중 예예아카데미 모집을 처음으로 찾아보게 되었어요. 여기라면 유학시절 학교에서 작업하던 것처럼 제가 하던걸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작가들이 왜, 무엇을, 어떻게 작업하는지도 궁금했고요.
작작뷰
당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참여했던 장기 프로젝트의 솔직한 소감이 궁금해지는데요? 조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상훈작가
한 달에 한 번씩 전시를 하는 프로젝트여서 기한이 촉박해 시간에 쫓기듯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 전시 기획에 맞는 아이디어를 적용해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도 많이 제작하게 되면서 작가로서 한층 더 발전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죠. 물론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이것도 앞으로 작가 생활에 있어 하나의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여겼어요. 거창한 목표를 생각하기보다는 작품 하나하나 완성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임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Visual Score, 59x84cm, Digital painting
작작뷰
그래서 그런지 촉박한 시간 안에서도 작가님 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에서 풍겨지는 높은 자존감도 느낄 수 있는데요?
상훈작가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주류의 흐름을 아는 건 중요하지만 그걸 따라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나는 그냥 내가 되어야 하고,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으니까. 그런 부분이 과정과 결과에 담겨서 보이는 게 아닐까 싶네요.
작품.My Visual Language, 59x84cm Digital painting
작작뷰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이번엔 작품의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작가님이 이 영역에 대해 이야기할 때 꾸준히 등장하는 단어가 영화와 음악이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나요?
상훈작가
영화는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기 전부터 엄마손을 잡고 영화관에 다녔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구나를 더 크게 느끼게 되었고요. 그렇게 많이 다양하게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의 구도, 색감, 장면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영화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있고, 음악, 디자인, 회화적인 부분까지 거의 모든 면이 들어가 있어서 복합적으로 참고를 많이 하고 있어요.
작작뷰
많은 스타일의 작업 중에 작가님이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선택하신 이유가 문득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길의 갈 수 있는 근원적인 힘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상훈작가
디지털 작업을 주로 하는 이유는 당시 영국에서 공부하던 중 코로나가 심해지고 학교가 문을 닫아 재택수업을 하면서부터인 거 같습니다. 외부 환경적인 이유도 있지만 제 그림에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건 ‘선’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실크스크린, 판화, 엣칭과 같은 다양한 기법들과 페인팅 재료들을 경험해봤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연필이나 펜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작업은 복제가 쉽습니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고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이미지 소비 시대에 작품의 진짜를 따지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는 작품에 담긴 표현과 메시지를 복사해 널리 보여주는 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의 메시지에는 진짜 가짜가 없으니까요.
작작뷰
그렇군요.
저는 매번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을 보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션 장르가 가진 개념적이고 물리적 성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구상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가는 작가님의 예술관이 부럽습니다. 영국과 한국에서 발표했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려요.
상훈작가
영국 석사과정에서 어린이를 주제로 작업하던 개인 프로젝트에서 검은색 바탕에 이미지들을 작게 배치시키는 작품을 시리즈로 여럿 만들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Rule Breakers’라는 작품은 아직 틀과 규칙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조커 카드의 조커로 빗대어 카드 안 괴물들과 장난치는 모습을 그려낸 이미지인데요, 이미지의 배치, 공간의 활용, 흑백의 대조 등과 같은 여러 디자인적인 요소를 활용해 당시 저로서는 정말 새롭고 신선한 작품이라 스스로도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마지막 평가 당시 학사와 석사를 공부하면서 튜터들에게 가장 큰 호평을 받아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된 작업이었습니다.

Rule Breakers
작작뷰
작가님은 디지털 작업뿐만 아니라 AR까지 전시에 접목하고 계시잖아요. 앞으로 또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과 전시는 어떤 이야기와 형태인가요?
상훈작가
마음속 깊이 항상 ‘다름’을 오래전부터 추구해왔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를 하는 형태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거 같은데요. 그래서 기존의 틀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변형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시의 모습에서도 그 부분을 활용하고자 AR(Augmented Reality) 이용해 새로운 전시의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과거에 한창 유행하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와 같은 느낌입니다. 관객이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시된 그림을 스캔하게 되면 새로운 작품이 모바일 스크린에 비치게 되는 형태입니다. 이로써 기존에 따분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작품의 관람법을 좀 더 유연하고 즐길 수 있는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AR 스킬을 다루는 데한 참 미흡하지만 새로운 전시 관람의 형태로써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공부할 당시 센트럴 중심 쇼핑거리를 나가면 브랜드마다 쇼윈도가 디스플레이가 무척 화려한데요, 패션에 한정된 게 아니라 미래에는 미술 갤러리의 전시 형태로써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더 해서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전시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작작뷰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My World>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감상자 분들께 전할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상훈작가
<Welcome to My World> 전시는 기존에 전시보다 형태면에서 조금 더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로운 전시를 시도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메인이 되는 작품들 외에도 벽면에 시트지 스티커를 이용해 작품이 걸려있는 공간 자체 콘셉트도 신경을 쓴 전시였습니다. 이로써 작품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가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공간 전체를 바라보며 걸려있는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줌인하는 기분으로 다가가 관람하면 색다른 관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