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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지로 꽂아 넣은 조용한 공포의 선단, « 어셔가의 몰락(La Chute de la Maison Usher) » | ARTLECTURE

영화 이미지로 꽂아 넣은 조용한 공포의 선단, « 어셔가의 몰락(La Chute de la Maison Usher) »


/Art & History/
by 김영주
영화 이미지로 꽂아 넣은 조용한 공포의 선단, « 어셔가의 몰락(La Chute de la Maison Ush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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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1928년 제작된 이 영화는 엡스탱의 « 모프라(Mauprat) »와 더불어 1920년대 후반 유럽 최고의 아방가르드 예술 작품으로 여겨진다. 흥미롭게도 당시 이 영화 제작에는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와의 협업 작품 «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 »의 제작을 막 마친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이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 어셔가의 몰락 (La Chute de la Maison d’Usher) »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영화 연출가 엡스탱(Jean Epstein) 감독한 무성 공포 영화로 에드가 앨런 (Edgar Allan Poe) 동명의 고딕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여러 영화 하나이다.

 

1928 제작된 영화는 엡스탱의 « 모프라(Mauprat) » 더불어 1920년대 후반 유럽 최고의 아방가르드 예술 작품으로 여겨진다. 흥미롭게도 당시 영화 제작에는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와의 협업 작품 « 안달루시아의 (Un chien Andalou) » 제작을 마친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영화가 발표된 1920년대 당시의 배경에 대해 먼저 살펴보면, 예술인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선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지적 담론이 오가기 시작했고 영화를 하나의 예술로서 인식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특히, 시기의 초기 아방가르드 운동(la première avant-garde)에서도 있듯, 당시 영화인들은 영화를 근본적으로 새로운 예술로 만들기 위해 대중과 비즈니스에 신경을 쓰면서도 예술적 발명을 포기하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따라서, 영화에서도 그렇듯, 카메라의 움직임, 내레이션, 몽타주 등에 여러 실험적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아방가르드 영화 실험이 그토록 주목받던 데엔 가지 요인 : 시대상과 영화의 지위 변화를 꼽을 있다. 당시 프랑스는 1 세계대전이 불러일으킨 현대 기계문명과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로 가득 있었다. 사회가 가져온 집단적 허무주의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관을 찾아야 필요성이 대두됐다.

 

단순 이미지들의 나열에서 벗어나 내러티브 공식에 기반을 대중 예술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영화는 좋은 돌파구였다.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 최초 상영작 « 열차의 도착 » 떠올려보면, 몇십 초가량의 짤막한 다큐멘터리 기록 수단이 이제는 스토리텔링과 예술 표현이 가능한 새로운 도구가 것이다.

 

« 어셔가의 몰락 »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영화이다. 영화는 개인의 감정, 정신상태와 같은 주관적 내면을 주로 다루는 이전의 영화 혹은 미국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지며, ‘인상파 영화로도 꼽힌다. 영화에서 줄곧 포착되는 추상적인 이미지의 정렬과 직접적인 감각의 표현, 다양한 촬영 편집 기술 등은 상영 내내 관객의 몰입도를 손안에 쥐고 놓지 않으며 흑백과 무성의 고전영화에서 일으킬 있는 성공적인 예술 실험이 무엇인지를 실감케 한다.

 


 


영화는 주인공이 고뇌와 수수께끼로 가득 어셔 () 향하며 시작된다. 아내가 죽을 것이라는 염려에 휩싸인 고립된 저택에 칩거하는 로데릭 어셔 경은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에만 몰두한다. 음울함이 눅눅히 배어있는 공기 속에서 완성되어가는 초상화는 마치 주인과 생명력을 맞바꾸는 생생하다.

 

엡스탱은 영화에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 원작 소설의 문학적 요소들을 미술로 각색하여 풀어낸다. 그는 문학 서사를 기존 그대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보다는 이야기가 자신에게 각인시킨 어떤 분위기나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다.

 

대표적으로, 어셔 저택의 /외부는 자체로 예술적 장식과 무대가 결합된 일종의 캐릭터 역할을 수행한다. 저택은 단순 배경 역할을 넘어서 원작에서 추상적으로 느낄 있는 어딘가 기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부여하는 도구의 역할 또한 수행한다.

 

마찬가지로, 영화를 관통하는 현악기 멜로디는 우아하고 미묘한 선율과 더불어 종종 신경을 자극할 만큼 예리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일치함과 동시에 관람자가 집중의 끈을 놓을 없게 한다.

 

엡스탱이 연출한 어셔 가의 이러한 초자연적인 이미지는 몽타주, 카메라 움직임, 속도 연출을 통해 극대화된다. 그는 당시의 영화 언어로 가능한 선에서 가장 넓은 시각적 소스 팔레트를 사용하며 작품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구체화하고 마침내 심리적 그래프 상의 미묘한 시적 리듬을 완성해낸다.

 

또한 엡스탱은 로데릭 어셔의 우울함과 아내에 대한 병적인 애착을 그의 인상적 표현 방식으로 화면에 자연스럽게 침투시킨다. 광기에 빠져 아내의 초상화 그리기에 몰입한 로데릭의 얼굴은 클로즈업, 슬로우 모션, 다중 노출 등을 통해 더욱 자극적으로 묘사되는데, 특히 슬로우 모션은 원작의 내레이션과 상응해 극작 특유의 인물의 감정 폭발 두려움의 표현을 완벽하게 구현해주며 그의 아내 마들렌과 뚜렷한 이미지 대조를 이루는 기여한다.

 

집착과 소유욕에 기반한 로데릭의 왜곡된 사랑으로 죽어가는 마들렌의 모습은 깜빡이는 촛불의 이미지로 치환된다. 깜빡이던 촛불은 물결치는 나뭇가지와 퍼레이드로 겹쳐지며 극이 음울해질수록 더욱 불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은 도구지만 미술은 예술이다. 다른 예술이 그러하듯, 영화 또한 단순 수단을 넘어서 자율적이고 고유한 예술이라는 것은 2022년을 사는 우리에겐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엡스탱이 그의 작품을 통해 남긴 것은 단순한 이야기의 전개에서 그칠 없다. 1926 영화는, 그가 실현한 영화 이미지들의 운동성에 대한 예술 실험, 그것에서 파생된 감각과 영화 고유의 감흥이라는 차원의 세계에 접촉했기 때문이다.

 

기괴하고 우울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은 영화는 다양한 테크닉을 이용하여 이미지의 혁명을 구성한다. 당시 영화 언어로는 파격적인 수위의 스릴러 표현을 감각적으로 이끌어낸 « 어셔가의 몰락 », 마침내 무성영화가 해낼 있는 영화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punZPGiQT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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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주.Art director & Editor based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