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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E : YOUR HOME | ARTLECTURE

VENUE : YOUR HOME

-감각의 배달-

/Insight/
by 최원정
VENUE : YOUR HOME
-감각의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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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무엇이든 배달되는 시대입니다. 까다로운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던 예술도 감각의 배달을 시도합니다. 디지털 기술과 손잡고 TV로, 컴퓨터로, 휴대폰으로, VR로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도들과 그에 따른 감각의 확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무엇이든 배달되는 시대입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편리하고 빠를 수가! 까다로운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던 예술도 가만히 있을 리 없지요. 사상 초유의 팬데믹은 그 변화를 가속화 시켰습니다. 특히 공연 예술은 장소적 아우라를 빼앗기면서 스트리밍과 영상화 작업으로 선회했고 그 혼란한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와 비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엔드류 로이드 위버의 뮤지컬을 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손잡고 TV, 컴퓨터로, 휴대폰으로, VR로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도들과 그에 따른 감각의 확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감각은 생각보다 더 예리합니다. 천둥소리는 물론이고 모기 한 마리의 왱왱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큰 물건에 발이 찧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벌레가 몸에 기어오르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넓고 감각 작용 없이 예술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한 감각은 미미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매체의 변화를 통해 일상적인 이해 너머의 새로운 감각을 소개합니다. 


Darkfield radio는 오디오 경험을 집으로 배송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익숙한 공간에서 360도 몰입형 음향을 통해 낯선 경험을 하는 오디오 체험극입니다. 참여방법은 간단합니다. 티켓을 구입하고, 앱을 다운받은 후 코드를 입력하면 끝. 지정된 시간에 헤드폰을 착용하고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작품 [Eternal]은 드라큘라를 모티브로 ‘나는 당신이, 당신이 믿을 수 없는 것들의 존재를 믿기 바랍니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침실에 커튼을 치고 불을 끄고 혼자 침대에 눕습니다. 체험을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뚜벅뚜벅, 누군가 걸어 들어옵니다. 깊은 어둠 속도 침대 밑도 새삼스럽게 무섭습니다. 무언가 나를 덮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죽음의 공포가 극에 달합니다. 이것은 방향과 거리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밀도 높은 소리로 만들어진 경험입니다.  

인간의 귀는 무의식적으로 소리의 출처를 인식하고 그 인식을 통해 상황을 분석합니다. 텅 빈 실내 바닥 위를 걷는 발소리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듯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부피감과 거리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청각의 확장으로 내가 지금 머무는 이곳을 무대로 만들어주는 오디오 체험극은 ‘듣는’ 공연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집이라는 공간이라면 더 특별하겠지요. 


이정인 크리에이션의 [항해하는 사람들]은 무용 공연을 기본으로 미디어 아트, 증강현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작품의 강렬한 시각적 메타포는 색색의 기다란 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줄이 꼬였다가 풀리고 교차하며 이어지는 성질을 이용하여 무용수는 반복되는 재생, 소멸, 순환의 과정을 표현합니다. 이 성질은 작품 자체에도 투영되어 AR 프로그램 북을 통해 집에서도 관람 가능한 플랫폼을 제시합니다. 

이정인 크리에이션 [항해하는 사람들] (출처 : 이정인 크리에이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라이브 공연에서의 줄 쓰임과 안무 동선은 AR 프로그램 북에 규칙적인 바둑판 마커로 디자인되었습니다. AR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바둑판 위 줄을 자유롭게 타고 움직이는 안무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공연과 똑같은 움직임으로 말이지요. ‘줄’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움직임을 라이브 공연, 설치, 영상, AR에 모두 담아냈습니다. 공간은 현재에 존재합니다. 특히 공연예술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막을 내리는 순간 물리적 시공간이 휘발되어 날아가 버리지요. 이 작품은 손쉽게 휴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북을 통해 공간이 시간적 차원을 획득합니다. 휴대폰 화면 속 세상으로 시공간적 세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감각도 테이크아웃이 가능합니다. 


감각도 배달 시대! 관객은 작품을 새로운 방법으로 소장하고, 경험하면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무뎌진 감각을 회복하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각은 새로운 기술의 정교한 실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만드는 사람의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이야말로 실험의 본질이자,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Dream]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모티브로 한 영화, 게임, 연극을 혼합한 메타 퍼포먼스 온라인 공연입니다. 7X7m의 무대에서 모션캡쳐 슈트를 입은 배우가 움직이면 곧바로 화면 속 숲을 거니는 요정의 움직임으로 변환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의 움직임 디테일이 음악 하모니를 만들고, 볼륨을 조정하고, 주변 환경을 변화시킵니다. 배우들은 자신의 신체가 마치 세상을 움직이는 지휘자가 되었던 것 같은 경험을 고백합니다. 최종적으로 추출된 화면은 온라인을 통해 라이브로 송출되고 관객은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거리상 한계를 뛰어넘어 극장의 문을 활짝 여는 기회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제작 실험입니다. 

Royal Shakespeare Company [Dream] (출처 : www.rsc.org.uk)


류정식 예술감독을 주축으로 제작된 프로젝트, [애리 인 어더랜드(Ae-ri in Otherland)]는 공연의 생산과 소비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는 실험입니다. 여러 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공간인 Spatial IO를 활용하여 한국과 미국에 흩어져 사는 배우와 제작진이 각자의 집에서 증강현실 기기를 쓰고 가상의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이 가상 공간에서는 안정된 트래픽을 위한 네트워크 관리자, 소품을 제작하는 3D 모델 제작자, 공연이 열리는 픽셀 세트장 등 현실과 완전히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디지털 공간 안에서 새로운 공연 공간을 발견하고 적용하며 상상력을 넓히고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과정입니다. 실제 공연에서 배우와 관객은 인공지능으로 분석된 자신의 아바타 형상으로 가상공간에 들어가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관객은 배우와 같은 공간에 진입하여 백스테이지를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애리 인 어더랜드(Ae-ri in Otherland)] (출처: 문화예술위원회 보도자료_온라인 공연예술 창작모형 실험)



이곳은 제대로 된 극장이 아닙니다. 연극도 아니고 영화도 아닙니다. 관점에 따라 정교함과 디테일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존 공연의 대체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공연예술 매체로서 미래와 새로운 감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매체를 통해 감각을 확장하고 감각의 깨달음을 통해 미래를 탐구하는 가치 있는 미래 실험입니다. 



레퍼런스 

다크필드라디오 http://www.darkfield.org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 http://www.rsc.org.uk 

이정인 크리에이션 http://www.facebook.com/LEEin.dance

[애리 인 어더랜드(Ae-ri in Otherland)]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ART CHANGE UP https://url.kr/2cubd8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 · 최원정(파라다이스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