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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로 재해석된 명작, 어린왕자 | ARTLECTURE

판소리로 재해석된 명작, 어린왕자


/The Performance/
by 정영
판소리로 재해석된 명작,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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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1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1억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명작 <어린왕자>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만났을 작품 중 하나이다. 다른 별에서 온 어린왕자의 순수한 시선으로 비추는 어른의 세계는 현재 어른의 삶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그래서일까, <어린왕자>를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이야기하고는 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와 문장들은 수차례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황현산 역, 「 어린왕자 」, 열린책들, 2015, 87p)



세계적인 명작 <어린왕자>를 책이 아닌 방법으로 만나면 어떨까? 흔히 생각하는 방식은 영화나 연극 정도일 텐데, 흥미롭게도 창작 판소리로 재해석된 <어린왕자>가 있다. 어린왕자와 판소리라니, 직접 접하기 전까지는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소개하기에 앞서 미리 이야기하자면, 관전 포인트는 어린왕자 스토리에 깃든 판소리의 매력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창작 판소리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소리꾼 장서윤이 직접 각색하고 작창한 작품이다. 소리꾼 장서윤은 판소리, 창극 배우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아리랑TV ‘클럽닷컴’의 MC로 활약하고 있다. 장서윤은 전통음악부터 현대음악, 창작 판소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활동이 가장 눈에 띈다. 장서윤이 기획하고 만든 창작 판소리는 오늘 소개하는 <어린왕자>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모티브로 재해석하여 직접 개작 및 작창한 창작판소리 <동물농장>이 그 시작이었다. 어쩌면 어려울 수 있는 소설을 쉽게 풀어내며 음악적 구성을 더하여 관객에게 전달하였고, 여러 번 재공연 되면서 대중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며 사랑받았다.




(장서윤의 판소리 어린왕자’, Episode ‘(The Rose)’)

 

어린왕자의 별에 처음 보는 꽃 한송이가 피어났다. 

소박한 이 곳에 붉은 꽃망울이 한없이 탐스럽다. 

꽃이 원하는 것은 조목조목 분명하다. 

홀로 지내오던 소년은 꽃에게 서툰 진심을 건넨다. 

둘은 너무도 다르다. 

우린 모두 특별하고 싶다. 

특별한 이에게 소중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했듯, 창작 판소리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소리꾼 장서윤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여 직접 각색하고 작창한 작품이다. 1인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되며, 꽃, 사업가, 뱀, 우물, 여우 5개로 나누어진 에피소드 각각이 지닌 특색에 맞추어 그에 따른 소재 레고, 슬라임 등을 활용하고, 무대 구성을 새로이 하는 등 현대적인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이런 특징들을 따라가며 듣고 보면 보다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작은 별에서 혼자 지낸 어린왕자와 팬데믹 시대에 각자 자신의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교차하여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장서윤의 판소리 어린왕자’, Episode ‘사업가(The Businessman)’)

 

이 별에 사는 사업가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손에 쥔 것과 쥘 것에 대한 욕구는 끝 없이 차오른다.

쉬지 않고 별의 수를 헤아려 보관하는 이 열정이 어린왕자에게는 괴랄하다.

50년 이상 별을 세어온 남자와 화산 세 개, 꽃 한 송이를 돌보는 어린왕자가 만났다.





창작 판소리 <어린왕자>는 기본적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조를 사용하고 있으나, 에피소드와 캐릭터 별로 각각의 표현을 위해 전통 판소리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단이나 선율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반주가 고수의 북 장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사운드가 함께하기 때문에 모던하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창작 판소리 <어린왕자>가 재밌는 점은 주인공 역의 어린왕자가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사설과 작창 부분에서 판소리의 전통적인 음악적 특징과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부분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이에 반해 발림(소리꾼의 움직임)과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는 틀에서 벗어나다 못해 굉장히 자유로운데, 신기하게도 이런 조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능숙하고 매끄럽다.






(장서윤의 판소리 어린왕자’, Episode ‘여우(The Fox)’)

 

붉은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서로 길들이는 방법을 어린왕자에게 일러준다.

소리꾼과 고수가 마주보고 있다.

같은 높이로 눈을 맞추고, 귀 기울이고, 맞장구 핀다.

고수는 소리꾼을 길들이고 소리꾼은 고수를 길들인다.





창작 판소리 <어린왕자>가 처음 초연되었을 때도 느꼈지만 글을 쓰며 다시 보고 들으니 이 음악은 단순히 소설 ‘어린왕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판소리가 지닌 뼈대와 핵심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나에게 젊은 국악인을 소개해 달라고 말한다면 소리꾼 장서윤을 포함시키겠다. 동아 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1위, 아리랑TV 클럽닷컴 MC,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수재 등 이 젊은 소리꾼을 수식하는 이력은 차고 넘치지만, 그 어떤 설명보다도 창작 판소리 <어린왕자>만큼 그녀를 잘 설명할 작품은 없을 것이다. 힘 있으면서 섬세하고, 화려하지 않으나 세련된 무대를 함께 즐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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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영 jungyoung_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