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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ARTLECTURE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서울미술관, <나의 밤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

/Art & Preview/
by 쇼코는왜
Tag : #, #, #도시, #석파정, #감수성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서울미술관, <나의 밤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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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노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패러디한 전시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이런 도시 감수성을 하나의 주제로 잡고 여러 작가의 작업을 보여준다. 전시는 ‘우리’를 ‘나’로 바꾸면서 파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군중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 아닌 작가 개인의 경험을 계속해서 묻는 과정을 거친다. 그 속에서 관객은 도시에 속한 개인으로서의 의견을 계속해서 되뇌며 전시가 마무리될 때 ‘밤’을 대체할 나만의 무언가를 자꾸만 찾게 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도시 감수성이란 어찌 보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향수병과도 같은 것이다. 서울은 그곳에 처음 올라온 사람에게는 동경과 경외의 대상이지만,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익숙한 것 이상의 감흥을 주기가 힘들다. 그래서 오히려 도시를 오래 떠나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향수는 자연이 아닌 도시의 불빛들이다. 도시와 아닌 곳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밤의 여부다. 단순히 밤이 있다의 개념이 아니라 도시의 밤은 능동적 주체가 되어 살아 움직인다. 도시의 각박한 낮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제자리에 있던 사물들이 모두 여기저기로 풀어 헤쳐져 각기 다른 곳에서 재조합되는 밤이야말로 도시의 진정한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패러디한 전시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이런 도시 감수성을 하나의 주제로 잡고 여러 작가의 작업을 보여준다.

 


<정재은, Portrait(be trivial), 2016>


<정재은, Look in, 2017>


 

기획전에 많은 작가가 참여한 만큼 눈에 띄는 작업이 꽤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먼저 정재은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활용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스스로에 대해 낯섦과 외로움을 그려낸다. 작가가 그 과정을 거치며 진정으로 추구하는 건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자각이다. 그렇기에 정재은 작가의 작품은 낯선 거울 속의 존재도 나, 아침까지 활기차다가도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나라는 사실을 조금씩 인정하는 과정이다. 외로움에도 종류가 있다. 정재은 작가에게 도시의 외로움은 파편화된 개인의 외로움이다. 파편화돼 있기에 그 외로움을 풀어줄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자신의 외로움 정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는 도시 안에서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안지예, Friends, 2017>


<안지예, Friends, 2017>



<안지예, A freelancer, 2017>


 

그에 반해 안지예 작가는 도시의 상징적인 물건인 고층 건물에 주목한다. 작가는 삭막한 도시의 산물로 대표되는 고층 건물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다. 빠르게 바뀌는 도시의 모습 속에서 고층 건물은 단순히 고정된 피사체가 아니라 도시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카멜레온으로 부각한다. 그리고 고층 건물로 뒤덮인 도시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그 속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을 진화시킨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빽빽하게 세워진 건물들에서 변화를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진화해가는 것이다. 안지예 작가에게 도시는 변화다. 변한다는 건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할 힘을 준다.

 



<김서울, Subway, 2017>


 <김서울, Subway2, 2018>


<김서울, Way home, 2017>

<김서울, Way home2, 2020>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가는 활동명에서부터 도시인의 향기가 가득 풍긴다. 김서울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익살스럽게 풀어낸다. 중의성을 이용한 <Subway>, 택배나 이사 등을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상자를 활용한 <Way home>은 일상 속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재치 있는 생각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가 가진 또 하나의 특성, ‘익명성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개인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옆에 사람이 뭘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오히려 그런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에 주목한다. 익명성 속에서 나는 모두이자,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변검술사고, 나면서 너, 그면서 그녀이고, 개인이자 군중이다. 이렇듯 익명성에 기반한 자유분방함은 도시의 하나의 특성으로 나타나며 개인의 빈자리에 또 다른 개인이 채워지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그것은 도시를 돌아가게 하는 힘이자 안지예 작가의 작품 세계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김서울 작가에게 도시는 하나의 인터넷 커뮤니티다. 그 자유분방함 속에 몸을 던질 때 우리는 비로소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전시는 우리로 바꾸면서 파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군중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 아닌 작가 개인의 경험을 계속해서 묻는 과정을 거친다. 그 속에서 관객은 도시에 속한 개인으로서의 의견을 계속해서 되뇌며 전시가 마무리될 때 을 대체할 나만의 무언가를 자꾸만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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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https://artlecture.com/project/5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