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즈 데쓰고로, 《구름이 있는 자화상》, 1912-13, 캔버스에 유채,
이와테현립미술관 (萬鐵五郎, 《雲のある自画像》, 1912-13, 油彩, 岩手県立美術館) )
요로즈 데쓰고로의 《구름이 있는 자화상》은 마치 답답했던 내 속사정을 표현한 것 같다. 암울한 배경 속에 고개를 숙인 남자는 심각한 표정이고, 얼굴에 내려앉은 초록색 그림자가 그에게 근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그의 머리 위에는 비현실적인 구름이 둥둥 떠있는데, 머릿속을 헤집는 괴로운 현실의 번뇌가 툭 튀어나온 것이다.2)
그는 1910년대라는 이른 시기에 반 고흐, 앙리 마티스로부터 영향받은 새로운 미술을 시도하여, 이미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규범화된 아카데미즘 계열로부터 빈축을 사게 된다.3) 그의 자화상을 통해서 비록 그가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만, 일면에는 불안과 외로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요로즈 데쓰고로, 《나체미인》, 1912, 캔버스에 유채, 162.0×97.0,
도쿄국립근대미술관 (萬鐵五郎, 《裸体美人》,
1912, 162.0×97.0, 油彩, 東京国立近代美術館) 4)
동일한 시기에 요로즈가 제작한 《나체미인》이란 작품은 《구름이 있는 자화상》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초록색 야생화가 만발하는 언덕에서 하반신만 옷을 입은 여성이 팔 한쪽을 괸 자세로 누워있으며, 눈은 발아래를 응시하는 듯하다. 언덕 위 하늘에는 이전 작품에서 보았던 주황색 구름이 떠 있지만, 갖가지 상념을 떠나보내고 나니 그 안에 존재했던 태양이 흐릿하게 나타난다.5) 그는 “나로 인해 야만인이 보행을 시작했다”라고 말하며,6) 어떠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그리기를 선택한다. 그것이 일본 다이쇼 시대 자아표현 미술의 시작점이었다.
문득 내 몸과 마음이 지쳤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파악해 보면 대게 기회를 잡기 위한 관문과도 같았다. 《나체미인》 작품에서 구름 속에 숨어있던 태양이 드러나는 것처럼, 나도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오늘의 어둠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이 힘들더라도, 실패하더라도, 나의 가치는 영원히 빛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로즈 데쓰고로의 관련 전시는 현재 요로즈데쓰고로기념미술관(萬鉄五郎記念美術館)에서 아카이브 자료 중심으로 여는 중이다. 특별전 《요로즈 데쓰고로 사진전(撮られた萬鉄五郎展)》, 2025년 4월 26일~7월 13일까지.
[ 요로즈 데쓰고로(萬鉄五郎, 1885~1927)는 일본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년~1926년)의 표현의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는 선구자적인 화가이다. 당시 외광파가 주류를 이루던 일본 화단에 후기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 서양의 신사조를 수용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으며, 일본 남화(문인화) 연구를 병행하여 일본화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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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와테현립미술관 사이트
https://www.ima.or.jp/collection/search-shiryo/
2) 澤田佳三, 「萬鐵五郎の「一つの球体」 : 禅を視点とする解釈」, 『新潟県立近代美術館研究紀 要』 21(2023), pp.26~28.
3) 미즈사와 쓰토무, 박소현, 「신체를 둘러싼 상상력의 변용 : 일본미술의 '근대성' 에 관한 하나의 시점」, 『미술사논단』 21(2005), p.9.
4) 도쿄국립근대미술관
https://www.momat.go.jp/en/collection/oi0003
5) 문화유산온라인 사이트
https://bunka.nii.ac.jp/heritages/detail/213649
6) 미즈사와 쓰토무, 박소현, 위의 논문(2005), pp.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