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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사라진 미래의 시작점에서: 이미래 작가〈미래의 고향〉 | ARTLECTURE

모두 사라진 미래의 시작점에서: 이미래 작가〈미래의 고향〉


/Art & Preview/
by 강아림
모두 사라진 미래의 시작점에서: 이미래 작가〈미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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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미래의 고향〉 속 공간은 인간의 욕심이 초래할 미래 세계의 프로토타입과도 같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미래적 공간을 미래의 ‘고향’이라고 부를까. ‘고향’이라는 단어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으로 생겨난 곳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모두 폐허로 남을 미래가 시작되는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전자 악기들의 소리, 찢긴 방수포와 낡은 파이프, 여기가 어디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드는 어둠과 그 공간을 비추는 여섯 개의 주황빛 조명. 이질적이고 불편한 느낌을 받는 이 공간은 이미래 작가가 구현한 〈미래의 고향(Hometown to Come)〉의 현장이다.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퍼포먼스 작품 〈미래의 고향〉은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예술 프로젝트 《우주 엘리베이터》의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홀에서 단독 전시를 열었던 이미래 작가가 2025년 처음 선보인 신작으로,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으로 인해 초래되는 이면의 모습을 수행적 형태로 시각화하였다.


©강아림

 


공간 안에 들어서는 순간 전시의 메인 음악인 둠 메탈(Doom Metal)의 묵직한 메탈 사운드에 압도되는 느낌을 주며, 조명 빛에 의존해서 바라보는 설치물들은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폐기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에 의해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폐기물들은 이미래 작가의 수행에 의해 재조합되고 새로운 형태로 변모한다. 이전의 형태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인 폐기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은 꼭 그들만이 존재하는 다른 세계같이 보인다. 이 이질적인 세계가 폐기물이 축적될수록 점차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고향〉 속 공간은 인간의 욕심이 초래할 미래 세계의 프로토타입과도 같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미래적 공간을 미래의 ‘고향’이라고 부를까. 작품에 등장하는 이 ‘고향’이라는 단어가 어떠한 의미가 되는지에 대한 모색이 필요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이미래 작가의 〈미래의 고향〉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퍼포먼스의 실연자로 참여하기도 한 음악가 이민휘의 동명 앨범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이민휘는 타국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고향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이 아니었던 경험에서 출발해 ‘현대인에게 고향의 부재가 공통된 감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발전하여 ‘고향을 찾는 방법’이 담긴 8개의 곡으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2)



출처: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213_0002555940



사전적으로 나고 자란 곳을 의미하는 이 ‘고향’이라는 단어는 안정감, 그리움과 같은, 두 글자에 담기지 못할 큰 감정을 불러온다. ‘고향’이라는 단어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으로 생겨난 곳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모두 폐허로 남을 미래가 시작되는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죽음을 ‘원자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표현한다. 우연한 계기로 뭉쳐진 원자가 다시 흩어지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원자로 되돌아가는 순간, 우리의 존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버리므로 우주 진출을 열망할 이유는 사라진다. 그렇다면 인간의 우주를 향한 열망의 끝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귀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래의 작가의 〈미래의 고향〉은 모든 것이 사라질 미래뿐만 아니라 빅뱅이 시작되던 최초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다중 시간적 작업이다.



©강아림


〈미래의 고향〉이란 작품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불편함은 결국 외면하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빠르게 다가오는 우리의 현실이다. 인류 발전을 위한 생산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폐기물은 생산의 이면이며, 우리가 꾸는 모든 꿈이 결국에는 돌아가게 될 장소” (3) 라는 이미래 작가의 설명과 같이 유한한 인간이 꾸는 무한성에 대한 꿈은 결국 ‘무생물(폐기)만이 존재하는 세계’란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주

1) 〈미래의 고향〉은 작품을 관람하는 ‘전시 모드’와 퍼포먼스를 시연하는 ‘실연 모드’로 구성되었으며, 음악가 이민휘, 배우 배선희가 실연자로 참여하여 각각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 뉴시스 “이민휘, 느슨한 음악적 연대의 '우아한 場'…'미래의 고향'” ,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213_0002555940, 2023년 12월 15일

3) 국립현대미술관 X 게시글 발췌, https://x.com/MMCAKOREA/status/1904067421679603861, 2025년0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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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아림_예술의 범주에서 크고 작은 생각들을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