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사랑에서 발견한 ‘나 자신’ - 아이엠 러브
* <아이엠 러브>는 최근 재 개봉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스포가 담겨있으므로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들은 '네이버 영화 아이엠 러브'에 있던 이미지들입니다. 혹여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틸다 스윈튼을 보면, 어느 하나를 편협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포용하며 사랑하는 대지의 넓은 마음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연기를 하면 모든 역할이 다 그녀 자신이 된다.
그러한 그녀의 작품 중, <아이엠 러브>라는 따스한 작품이 있다. 이 영화는 감각적이고 세심한 미장센을 보여주고, 철학적이며 존재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의 다양성의 깊은 곳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아주 포괄적이고 보편적이며, 흔한 동시에 본질적이다. 잊기 쉬우면서 삶에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가끔은 감추어져 있어서 스스로를 기만하게 만들기도 하고, 남을 증오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지만, 그 본질적인 힘을 다시 깨닫도록 도와주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 또한 사랑이다.
틸다 스윈튼은 이 영화에서 ‘엠마’라는 역할을 맡았다. 화려한 속눈썹에 붉은 립스틱, 비비드한 보라색 원피스, 단정하게 뒤로 넘긴 머리,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빈틈없이 깔끔한 맵시의 부잣집 가문의 엄마이지 아내, 그리고 며느리인 엠마는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자기 자신에 대한 대다수의 것들을 포기하고 이 가문에 들어온 엠마는 돈이 중요시 되는 가문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엠마의 딸인 ‘베타’의 대사를 통하여 ‘돈’ 그 자체가 삶의 본질적인 목적이 되지 않는다는 대목을 엿볼 수 있다.
‘행복이란 단어는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해.’
어쩌면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는 가문이지만, 진정으로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베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새롭게 사진을 시작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친할아버지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당황하며 말한다.
“그래도 그림을 그려야 한다.”
또한 친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자 엠마의 남편인 탄크레디에게 말한다.
“너는 항상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개인은 누군가를 소유할 수 없고, 그것이 가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타인이 자신의 요구에 따르지 않더라도(만일 그 대상이 자식이거나 부모일지라도) 그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존재 자체에 대한 존엄이자 존중이다.
엠마는 이 가문의 기대에 충족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살아왔지만, 그 기대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 앞에서 산산조각 나 버린다. 안토니오를 만난 뒤, 그녀는 자신의 내면의 진실한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정말로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본인이 희망하는 것, 그것이 가족과 어긋나는 것일지라도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진정한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한다. 그녀의 새로운 삶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토니오 거처에서의 자연의 소리들, 도시와 대비되는 평화로운 분위기, 그리고 향기, 풀들의 질감과 촉감, 꽃분홍색과 연녹색의 색감들, 그녀는 ‘자연’이라는 지구의 주인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다.

대 자연 앞에서 모든 옷과 역할과 ‘엠마’라는 남편이 지어준 이름을 벗어 던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것 자체가 그녀의 존재의 이유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그녀는 다시 당당히 ‘키티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세상 앞에 우뚝 선다.

이렇듯, 본질적으로 조건 없이 좋아하는 마음, 즉 사랑은 인간 존재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촉매역할을 한다. 이유 없이 깊은 설렘과 황홀감을 느끼게 해 주고, 대상과 세상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열게 해 주는 그 마음 자체가 사랑이다. 지식과 정보와 사실만으로 빽빽하게 찼던 마음들은 사랑을 통하여 산산조각 나 버리고,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게 해 주는 것 자체가 사랑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혹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타인의 기대에 맞추고 있지 않는가? 자기 스스로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영화의 마지막 대목에서 갑작스럽게 죽은 ‘에도’로부터 깨달을 수 있듯,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인지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진정으로 행복하고 기쁨으로 살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메리 올리버’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 하나의 삶>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시작했다.
주위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충고를 외쳐댔지만
집 식구들은 불안해 하고
과거의 손길이 발목을 붙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길 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 준 목소리.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무엇인지를.
메리 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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