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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생명으로 돼지를 보기 | ARTLECTURE

동물-생명으로 돼지를 보기

-김미루의 <돼지, 내 존재의 이유> 연작 시리즈로부터-

/Artist's Studio/
by 송혜림
동물-생명으로 돼지를 보기
-김미루의 <돼지, 내 존재의 이유> 연작 시리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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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김미루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급진적으로 재설정하는 시도를 합니다. 가 도시화와 산업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폐허가 된 공장과 도시의 풍경 속에 맨몸으로 걸어들어가 문명의 환상과 허무를 폭로했다면, <돼지, 내 존재의 이유(The Pig That Therefore I Am)>에서는 대형 양조장에 들어감으로써 축산 산업의 비윤리성을 비판하면서 상실된 돼지와 인간과의 유대를 회복하길 꾀합니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전시는 미술관 1층 로비와 야외, 5층 기획전시실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구성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동식물과 맺는 관계가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으로 형성되어왔음을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전시입니다. 전시명의 ‘우리’는 집단으로서의 우리(us)와 무언가를 가두는 물리적 공간인 우리(cage)를 중의적으로 사용했어요. 두 의미 모두 배타성을 전제하고 있죠. 우리(we)라는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인간은 동식물을 온전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들을 대상화하고 착취하면서 우리(cage)에 가두어 왔습니다. 이 전시는 편협한 우리-의 규정을 동식물로 확장하면서, 동시에 감금이 아니라 보호와 공존을 꾀하는 우리(cage & us)의 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인간이 구경거리가 되는 <Human cage>나 식물의 증명사진을 찍어 신분을 확인하는 <식물 증명사진-축전>은 인간과 동식물의 위치를 바꾸어 상상하게 만들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의 흔적이나 죽은 식물의 긴 장례행렬은 동식물의 삶과 죽음에 인간이 인위적으로 가한 폭력이 무엇인지를 반성하게 합니다. 


김미루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급진적으로 재설정하는 시도를 합니다.  <Naked City Spleen>가 도시화와 산업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폐허가 된 공장과 도시의 풍경 속에 맨몸으로 걸어들어가 문명의 환상과 허무를 폭로했다면,  <돼지, 내 존재의 이유(The Pig That Therefore I Am)>에서는 대형 양조장에 들어감으로써 축산 산업의 비윤리성을 비판하면서 상실된 돼지와 인간과의 유대를 회복하길 꾀합니다. 작가는 돼지들과 맨살을 맞대면서 인간으로써 이들을 판단하고 통제하기 보다 같은 동물로써 느끼고 교감해요. 처음에 이리저리 건들고 물기도 했던 돼지들도 그녀가 위험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언어를 넘어선 돼지와의 교감의 핵심은 바로 맨살- 피부의 접촉이예요.  



김미루 작가의 사이트에서 연작 전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mirukim.com/the-pig-that-therefore-i-am)




[<돼지, 내 존재의 이유>는] 피부를 통해 나와 타자의 존재를 인식하려는 작업이다. 피부는 모든 감각들이 펼쳐지고 전달되는 조직으로, 모든 사회적, 문화적 외피를 벗겨낸 적나라한 생명의 얼굴이다. (…) 나체로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서서히 친밀해지는 과정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안에 돼지와 함께 있다 보면 몸에는 온통 느낌밖에 남지 않는다. 모든 감각들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곳에선 인간이 만들어놓은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진다. 피부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본능과 직관에 따른 ‘충격적 아름다움’: 돼지 우리 안의 아티스트 김미루>, 월간사진, 2012년 4월호



김영옥 비평가는 김미루 작가가 동물을 대하는데 있어 ‘인본주의적 관습’과 ‘생태주의적 감정’을 배제하기 때문에 그녀의 이미지가 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동물이 인간을 위한 ‘은유’로 사용된 오랜 역사에서 벗어나 작가는 이미지를 통해 돼지를 "냄새와 촉감이 있는 몸으로 현전"하게 했죠.* 그녀 역시 동물세계의 그저 ‘다를’ 뿐인,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몸으로 그들과 교감하고 있고요. 이후 사막의 낙타와 동행하는 프로젝트(<The camel’s way>)나 멕시코의 유충들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작업 또한 동일한 연장선 상에 있을 것입니다. 




김미루 작가는 2011년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에서 투명한 우리 안에서 돼지 두 마리와 104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해당 퍼포먼스는 3분 남짓 영상으로 볼 수 있어요.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전시의 김미루 작품 앞에는 흙으로 빚어진 돼지들이 있습니다. 돼지들이 디디고 선 흙과 돼지의 살을 이룬 흙은 똑같습니다. 심지어 씨가 발아하고 초록의 새싹들이 돋아나 있기도 하죠. 송성진 작가의 <Reincarnation..일요일(다시 살..일요일) Reincarnation..Sunday> 설치작품이예요.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돼지의 살이 오로지 ‘고기’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생명 그 자체로의 돼지를 볼 수 없는 한계를 문제 삼습니다. 그래서 생태계의 순환을 상징하는 이 흙으로 돼지의 살된 몸을 재현해냈죠. 돼지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죽어 흙에 묻히고 다른 생명이 발아하는 토대가 되어주죠. 관객들은 비로소 붉은 고기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 숨쉬는 동물로 돼지를 ‘보게’ 됩니다. 김미루 작가가 맨살을 맞댄 바로 그 존재로요. 이번 전시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편협한 은유들, 빈약한 상상력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습니다.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인간이 속한 동물계와 생태계에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러 왔는지를 반성할 수 밖에요. 





이 작품을 보며 제주의 '똥돼지'를 떠올렸습니다. 제주 특유의 주거문화와 연관된 가축이었던 제주 돼지가 이제는 맛있는 '흑돼지'로만 말해지고 소비되고 있죠.



*김영옥, <미메시스의 능력 회복을 위하여>, 월간미술, 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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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송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