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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천장 없는 극장_아비뇽 페스티벌 | ARTLECTURE

한 여름 밤의 천장 없는 극장_아비뇽 페스티벌


/The Performance/
by 김영주
한 여름 밤의 천장 없는 극장_아비뇽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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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아비뇽 페스티벌은 « On »과 « Off »로 나뉜다. « On »은 아비뇽 페스티벌 측이 초청하거나 선정한 ‘공식’ 공연이고 « Off »는 이외에 도시 곳곳에서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비공식’ 공연이다. « 닫힌 문 너머가 아닌 장소를 극예술과 종합예술에 되돌려주고, 건축과 극시를 조화시킬 것 »이라는 장 빌라(Jean Vilar)의 창립 이념을 토대로 1947년 창립된 아비뇽 페스티벌은 아비뇽 교황청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공연예술뿐 아니라 전시, 영화, 토론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재는 올리비에 피(Olivier Py) 예술감독의 휘하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유수의 작품들이 초연되고 있다.

여름이 한창인 7어김없이 따가운 지중해 볕이  몸에 내려앉는다거리에 펼쳐진 테라스 자리들을 보면  테이블은 아페롤 스프리츠 같은 쨍한 컬러의 술들로 점령되어 있다더운 날씨로 금세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유리잔에 연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손아귀도 금세 축축해진다여름 세일 기간도 막을 내리고 바캉스 기간으로 접어드는 요즘휴가를 떠나기 위해 옷장을 정리하다보면  무늬 무늬마다 떠오르는 지난 휴가들의 추억이 있다




Certaines n’avaient jamais vu la mer, Richard Brunel, 2018 © Christophe Raynaud de Lage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 파리는 날마다  »라고 표현했지만, 7월에 열리는 진짜 축제는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580km 떨어진 곳에 있다매년 7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Avignon)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현대 극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Avignon) 바로 그것이다

 

계절이 뜨거운 덕에그리고 휴가철 여행을 맞이해 기분이 유난히 좋은 덕에 평소 손에  잡히지 않던 분홍색의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적이 있다햇살이 닿아 매끈하게 빛나는 연갈색 석조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시에는 가면을 쓰고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사진을 찍다보니 모르는 목소리로 익숙한 말이 들렸다한국에서  극단이었다


 


Les Damnés, Ivo van Hove, 2016 © Christophe Raynaud de Lage

 



아비뇽 페스티벌은 « On » « Off » 나뉜다« On » 아비뇽 페스티벌 측이 초청하거나 선정한 공식’ 공연이고 « Off » 이외에 도시 곳곳에서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비공식’ 공연이다

 

« 닫힌  너머가 아닌 장소를 극예술과 종합예술에 되돌려주고건축과 극시를 조화시킬  »이라는  빌라(Jean Vilar) 창립 이념을 토대로 1947 창립된 아비뇽 페스티벌은 아비뇽 교황청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공연예술뿐 아니라 전시영화토론의 공간으로 활용한다현재는 올리비에 (Olivier Py예술감독의 휘하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유수의 작품들이 초연되고 있다


 

 

75 아비뇽 페스티벌 영상


FILM DE FIN DU FESTIVAL D'AVIGNON_75e édition #FDA21 from Festival d'Avignon on Vimeo.

 

 

 

 

아비뇽 페스티벌이 그간 공식 공연을 위해 초청한 아티스트들을 살펴보면 피나 바우(Pina Bausch) 이보  (Ivo Van Hove), 피터 (Peter Brook)  종합예술계의 거장들을 쉽게 발견할  있다.


 


Kontakthof, Pina Bausch, 1981 © Fernand Michaud / BnF-Arts du spectacle



 

 중에서도 피나 바우쉬는 그녀가 안무와  연출을 맡은 작품 « 콘탁트호프(Kontakthof) » 아비뇽 페스티벌에 1981 처음 등장했다이후엔 « 카페 뮐러(Café Müller) »«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 »« 카네이션(Tanzabend : Nelken) »« 왈츠(Walzer) »  다양한 작품이 페스티벌에 꾸준히 초청되어 전세계에서혹은 적어도 프랑스에서 초연되었다

 

연극과 무용을   엮고 혼합하여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새로운 표현주의 사조를 개척하여 20세기 무용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독일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는 현대 도시  소통의 부재인간의 폭력성과 정치적 모순내면의 다양한 감정  인간과 개인의 문제를 다루는  주안점을 두었다육체적 형상이자 매개체인 몸과 춤에 대사와 일상 도구들을 더하여 연극적 몽타주를 더한 탄츠테아터의 독특한 특징은 아비뇽에서 초연된 콘탁트호프에서 가장  드러난다

 

콘탁트호프는 첫사랑을 만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겪는 긴장과 불안설렘두려움행복을 비롯한 인간의 복합적이고 세밀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다콘탁트호(Kontakthof) 독일어로 관계접촉이라는 뜻의 단어 Kontakt 마당장소를 나타내는 단어 Hof 합성어로직역하면 소통의 공간처럼 느껴지지만독일 표현으로 « 매음 » 뜻하기도 한다 속에서 다루어지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간접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성에 대한 메세지는 보수적이던 당시 무용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 Kontakthof » 

 

 

 

 

 

«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여기지금일 것이다 » 루이 부뉴엘(Luis Buñuel) 

 





Sonoma, Marcos Morau, 2021 © Christophe Raynaud de Lage / Festival d'Avignon 

 



2021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명망있는 여러 단체와 예술계에서 인정 받는 아티스트들이 초청되어 코로나로 한동한 움츠러들었던 공연계가 기다려온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지난 2017 서울에서 열린 20 SIDance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초청받아 폐막공연을 선보였던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 감독의  베로날(La Veronal 또한 올해 아비뇽 교황청 무대에서 공연을 올렸다


 

지난 7 21 아비뇽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 « 소노마(Sonoma) » 북소리와 활기찬 민요에 맞추어 몸의 가쁜 리듬해방된 목소리의 표출몽환적인 호흡을 내뱉으며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의 경계를 넘나든다소노마는 그리스어로  뜻하는 soma 라틴어로 소리 뜻하는 sonum 뿌리를 두고 지어진 제목으로 작품을 충실히 표현한다. 9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꿈결같은 인상과 초현실적인 색채는 마르코스 모라우와  베로날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다시   열광할만한 풍경이다소노마는 아비뇽을 시작으로 내년 1월에는 프랑스 샤이요 국립무용극장(Théâtre National de Danse Chaillot)  빌라 (Salle Jean Vilar)으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Inferno, Romeo Castellucci, 2008 © Christophe Raynaud de Lage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극예술과 종합예술을 도모하고  열린 장소로 나올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로 쌓아올린 아비뇽 페스티벌이었지만 사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예술인평론가  문화예술 종사자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관객이 관광객과 중상류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따라서 한편으론 진정한 자유로운 예술표현의 장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사업관광 산업 등으로 퇴색되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 아래, 1968 프랑스 전국이 68혁명의 사회변혁물결에 휩싸였을 시절엔 « 아비뇽 페스티벌의 조직자들과 참가자들에게 던지는 13가지 질문(Treize questions aux organisateurs et aux participants du festival dAvignon) »이라는 게시문이 생겨나기도 했다 질문 목록은 아비뇽 페스티벌이 예술 창조와 보급의 수단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함으로써 문화의 대중적 매개와 보급을 사실상 권위주의적으로 억압한다는 점에서 페스티벌의 본래 의의와 기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소위 문화 전문가 혹은 권력자들이 아비뇽 페스티벌을 명목으로 자유로운 거리 예술의 흐름을 사실상 통제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바탕으로 Off 공연 문화가 페스티벌의 일부로 확대되고 성장하며 페스티벌은 대중과 탈장르적 예술에 다가간다새로운 세대의 연극과 무용에 페스티벌을 개방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플랫폼을 확대하고 새로운 형태의 레지던시워크샵 등을 개최하며 예술과 대중 사이의 민주적 경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페스티벌이 지고 가야할 숙명이다

 

세계와 인간에 대해 여러 언어로 말하고도발하고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집단적 목소리를 형성한다표현의 도구이자  자체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연극과 무용은 새로운 민주주의 형식의 기원이   있음을 되새기며모든 사람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축제의 아비뇽을 언제든 찾을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과 관련 사이트 :

« Treize questions aux organisateurs et aux participants du festival dAvignon » (1968)

https://festival-avignon.com

https://www.lavero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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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주.Art director & Editor based in Paris/Insta @supersof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