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카르티에 현대 미술 재단은 사라제의 1999년 첫 전시를 이후로 20년이 지난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그녀의 두번째 전시인 Night into Day (밤에서 낮으로)를 선보였다. 그녀의 Timekeeper 시리즈 중 가장 최근작품들이다.
이미지 출처 https://the-talks.com/interview/sarah-sze
프랑스의 건축가 장누벨에 의해 설계된 카르티에 현대 미술 재단은 건물 전체를 둘러싼 유리의 투명한 파사드로 인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확장시켜 빛의 투사와 반사에 의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장누벨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전시공간의 현장에서 건축적인 맥락과 주변 환경을 긴밀하게 연결하여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는 사라 제는 이번 전시에서 미술관의 물리적인 투명성을 활용하여 빛의 자연주기를 작품에 끌어들인다. 낮에는 투영이 건물 내부에서 더 잘 보이고 저녁에는 외부에서 더 잘 보임을 가만해 일종의 Timekeeper (시간 기록원) 이 될 수있는 방법을 탐구하여 낮이 밤으로 진화함에 따라 작업을 보는 방식을 제시한다.
그녀는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한후 1990년 이후 다양한 매체에 대한 카테고리의 한계를 두지않고 회화, 조각 및 건축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며 일상적인 사물들로 복잡한 집합체들을 만들어 왔다. 5년전부터는 Timekeeper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상생활에 증가되는 디지털 이미지들 수집하여 미시적인 관찰과 무한한 거시적인 관점의 사이의 작업을 통해 특정 장소에 멀티미디어적 풍경을 만들어 또다른 시간과 기억을 탐험하게 한다.
Twice Twilight
어둑한 공간속에서 빛들에 의해 반짝이는 원형의 설치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 빛을 발산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왠지 연약하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자명하듯 빛을 만들어내는 원형의 조형물에 집중하는 사이, 전시장의 유리벽을 따라 이미지들이 지나간다. 파란 하늘, 붉은 석양, 새들이 날아가고 물이 흐르고 잔잔한 바다의 영상들이 투사되며 지나간다. 동시에 유리의 투명함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빛과 정원의 풍경, 사람들과 그림자는 안과 밖의 경계 를 모호하게 하고 어느새 공간과 이미지가 뒤섞인 복잡한 시간속으로 들어온듯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Twice Twilight 2020 Fondation Cartier 전시전경
사라제는 시간과 공간을 측정하고 자연 세계를 설명하는 도구로서 과학적 소재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고 작품 Twice Twilight 는 어린시절 자주찾았던 기억의 플라타니움(천문관)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한다. 보통 플라타니움을 떠올릴때 생각하게 되는 견고한 재료의 구조물이 아닌 플라스틱, 대나무, 금속 막대로 이뤄진 연약한 새 둥지를 닮은 거대한 원형의 틀에 물리적 에너지를 유입 시키기위해 케이블, 다중 소켓, DIY 도구들이 놓여 있다. 구조물 곳곳에 물이 담긴 투명한 그릇들 위에 식물들이 있고 작은 선풍기들이 바람을 만들어 내어 자연적 요소과 움직임을 증가 시킨다. 크고 작은 프로젝터가 원형의 틀에서 수많은 찟겨진 종이 화면에 이미지를이 투사시킨다. 흙, 불, 물, 구름의 움직임 ,화산의 분출, 식물의 성장같은 자연의 모습, 분필가루, 스폰지자르기 또는 불타는 나무와 같은 촉각을 자극하는 일상의 소소함, 먼 시간을 떠올리는 이집트 피라미드, 갑자기 날아가는 새들의 영상은 왠지 모를 기억속의 풍경을 다시 환기시킨다. 순서없이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보는것과 읽어내는 지각의 센서를 자극해 편집되고 해독되도록 각자의 시간이 주어지는듯 하다.
Twice Twilight 2020 Fondation Cartier 전시 전경
설치의 내부를 자세히 보면 작은 램프로 켜지는 여기저기 놓여있는 3개 미니어처 둥지와 불빛에 의해 그림자를 만드는 또 다른 둥지가 플라다니윰의 심연을 늘어놓는다. 구조물 뒤쪽 탁자위에 그녀가 조감도로 스케치한 종이를 슬쩍 놓아 두었는데 작품의 프로세서를 그대로 노출시키며 또 다른 시간을 생성시킨다. 50여대의 프로젝터가 돌아가며 만들어내는 디지털 리듬은 이 복잡한 시공간의 심장박동이 되여 물리적 비물리적 현실과 가상 미니어처와 거대함의 진동들 사이에 결국은 상호작용이 만들어지는 이곳만의 생태계에 생명을 부여한다. 이 복잡한 구조속에 증폭되는 일상의 이미지와 원초적 자연과 사물들이 우주적 시공간에 끌려들어와 또다른 경험의 시간을 만든다.
Tracing fallen sky
두번째 방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추하나가 진자운동을 하고 있다. 외부의 빛이 고스란히 차지하고 한가로운 정원의 모습이 투명한 유리에 의해 그대로 드러나는 이공간은 왠지 고요하고 명상적이다. 지구의 자전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도구인 푸코의 진자에서 영감을 얻은 Tracing Fallen Sky는 관람자들에게 최면을 거는듯 천천히 집중하게 한다. 줄하나에 매달린 추가 바닦에 그려진 원의 형태와 불안한 간격을 유지하며 돌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바닦의 원의 영역은 가는 소금가루를 뿌려놓았고 오목한 형체의 수많은 거울 스틸 조각으로 구성된 원의 조형물은 벤 다이어그램처럼 바닥에 배치되 있다.
Tracing fallen sky 2020 Fondation Cartier 전시전경
이 조형물은 허디슨 계곡에 설치한 Fallen sky (하늘의 추락)이라는 작품으로 플라타니윰이 결국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인데 이번 공간에서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일정한 간격에 맞춰 달과 태양의 이미지가 원의 형태로 소금의 영역위에 투사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원들은 진자의 불안한 운동 아래에서 서로 공존한다.
우주적 시공간을 시뮬레이션하는 장치들이 있는 일종의 실험실같은 설치작품은 사실은 정확한 계산에 의한 과학적 시간이 아니다. 가만히 보면 진자가 조각 위로 비정상적으로 흔들리며, 달로 변하는 태양의 투영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측정하지 않는다. 작가는 수학적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이 펼쳐놓은 내러티브에 관객들이 다른 시간을 생성 하길 원하는것 같다.
Tracing fallen sky 2020 Fondation Cartier 전시전경
하얀 원의 바깥으로 원을 그리며 사물들이 점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진주, 광물, 사무기기, 프린트한 이미지 조각들, 소금통, 냄비, 재봉실, 빗자루, 두루마리 테이프.. 사이사이에 긴 형태의 흰색의 물감 자국들은 그녀가 부여한 어떤 규칙에 의해 자리잡히고 있다. 이것들은 그녀가 작품으로써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전적 기록같은것이다. 작업의 현장에서 다루는 사물들을 작품과 연결하여 참여시키면서 사물의 고유의 성질과 의미를 무의미하게 하여 생성되는 또 다른 시간속의 경험을 유도시킨다.
Tracing fallen sky 2020 Fondation Cartier 전시전경
Night Vision 20/20
전시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 결국 한동안 전시는 문을 닫았고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는지 증강현실로 구현한 Night Vision 20/20 어플을 출시하여 전시공간의 물리적인 경계를 완전히 허물기위한 시도를 한다. 그녀의 설치 영상에서 가져온 디지털 이미지들이 밤의 소리와 함께 스마트 폰 화면을 통해 투사되어 사용자의 주변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시간의 경험을 어디서든 할수 있게 하려고 했다.
Night Vision 20/20
최근 이번 전시를 보고 난 후 어느날 작품 Twice Twilight 의 잔상들이 창밖의 야경속에 펼쳐지는 시간의 경험이 흥미롭다. 그리고 Ted 강연중 사라제가 마지막에 한말을 떠올린다.
”작품들이 어떻게 될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작품이 시간속에서 관객의 기억으로 자리잡아 작품을 넘어서는 발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Sarah Sz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