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그림의 제목은 로, 2018년 레니 머언 (Lenny Maughan) 이 러닝 앱 스트라바 (Strava) 를 통해 달리며 그렸다. 20년 이상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한 레니 머언은 작가이자 마라토너로, 2015년 <스타 트렉>의 캐릭터 스팍이 자주 보이는 벌칸 손 제스처 그림을 시작으로 달리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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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sticks, Lenny Maughan, 2018
샌프란시스코의 지도 위, 삐뚤삐뚤한 빨간 선으로 그려진 손은 젓가락을 쥐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빨간 선은 지도 속의 길을 따라 나있는 것을 볼수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Chopsticks> 로, 2018년 레니 머언 (Lenny Maughan) 이 러닝 앱 스트라바 (Strava) 를 통해 달리며 그렸다. 20년 이상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한 레니 머언은 작가이자 마라토너로, 2015년 <스타 트렉>의 캐릭터 스팍이 자주 보이는 벌칸 손 제스처 그림을 시작으로 달리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스트라바 앱은 이용자의 핸드폰이나 스마트 워치에 내장된 GPS를 이용해 앱의 지도 위에 이용자가 이동한 길을 표시해준다. 이러한 기능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앱 개발 초기에도 많았지만, 머언은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샌프란시스코의 지도를 프린트해 많은 골목길과 공원, 해안가의 길을 보며 손, 발, 동물 등을 그릴 수 있는 루트를 구상한다. 지도를 보며 한 세션에 약 48키로까지도 달린 그의 작품은 매달 꾸준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데이트 되었다.
Runner, Lenny Maughan, 2017
그림의 면적이 클수록 달리는 거리도 길어지지만, 그만큼 다양한 길과 지형을 이용할수 있기에 더 섬세한 작업을 할수 있다. 머언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알아볼수 있는 실루엣을 추구하기에 추상화나 상상화를 그리지는 않는다. 물론 실패한 적도 많다. 예상치 못한 막다른 길이나 전봇대 등을 마주치면 어쩔 수 없지 다른 길로 갈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로를 헤쳐나가듯, 작가는 구상도를 변경하며 다시 시도해본다. 머언은 마라톤 선수로도 활동하지만, 그림 세션을 달릴때에는 속도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조심히 스케치한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며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림 속에서 달리는 길들을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닝이 끝날때까지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볼수없기에, 러닝세션을 마친 후 자신이 상상했던 작품이 그려진 것을 보면 더욱 큰 기쁨을 느낀다.” 작가에게 샌프란시스코는 하나의 큰 도시이자 캔버스로, 모든 도로길과 골목들은 다음 작업의 시작점이다.
글_조혜연_ 일러스트레이터. 같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 이야기들_heyonc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