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영상의 주요 수집처 중 하나인 러시아 필름 아카이브에서 발굴한 기록영화 10편을 VOD로 선보인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2009년 ‘고스필모폰드 발굴영상 모음’ DVD(1993년~2006년 발굴작 수록, 현재 품절)에 수록되었던 발성 기록영화 5편과, 당시에는 수록되지 못했던 무성 기록영화 1편, 2010년, 2020년에 수집된 4편 등 총 10편을 한영 자막과 함께 VOD로 공개하여 관객들이 일제강점기를 담은 기록영상을 안방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게 하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은 러시아에 처음 방문한 1993년을 시작으로 2021년 현재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러시아 필름 아카이브들을 통해 조선과 연관된 필름 총 17종을 수집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수집된 극영화(문화영화) 7종, 기록영상 10종은 주로 1920년대에서 1940년대에 이르는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자료로 사료적 가치가 높으며, 러시아 아카이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굴 가능성이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은 1910년부터 1919년까지의 무단통치, 1920년부터 1930년에 이르는 문화통치, 1931년부터 1945년까지의 민족말살통치를 겪었다. 문화통치 기간에 제작된 <황해도 축산공진회>와 <조선의 축산업>, <동경에서(2)>가 축산품 공진회라는 문화적, 산업적 이벤트를 다루거나 조선인들에게 도쿄의 모습을 소개하는 등 문화인류학적 연구 가치가 높은 기록영상이라고 한다면, 민족말살통치 기간에 제작된 <북선의 양은 말한다>, <총후의 조선>, <조선 우리의 후방>, <조선의 애국일>은 본격 일제 선전영화로, 일제의 통치체제가 조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고 작동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좋은 증거자료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보 제11보>와 <일본실록>은 패전이 임박한 시기 일제의 인적, 물적 자원 총동원의 민낯을 보여준다.
본 기획전의 상영작들 속에 담긴 일부 굴욕적이고 종속적인 우리 민족의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 이 영상들의 제작 주체인 일제에 의해 꾸며진 가짜 이미지에 가까운 것이기도 하겠지만, 당대의 맥락에 입각한 적극적인 해석을 요청하는 미지의 이미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우리 민족들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조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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