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화 작가들의 새로운 실험과 작업을 소개하는, 신진 기획자 박다예의 기획전이 오는 10월 탈영역 우정국에서 개최된다. 본 전시 <WET PAINT>는 젊은 작가들 중 회화 실험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 5인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WET PAINT>는 아직 마르지 않은 그림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으로, 참여 작가들이 아직 완성 되지 않은 과정에 서 있는 작가들이며, 언제든지 변화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림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제목이다. 전시 기획자와 참여 작가 5인 모두 1990년대 출생의 젊은 미술가들로, 전체 전시의 키워드는 ‘세대’ 와 ‘매체’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 자연 절경을 고화질 이미지 로 재현할 수 있는 시대에 동시대 회화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WET PAINT>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그리는지 질문한다.
김은주 작가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건의 순간적인 인상이나, 풍경의 구석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대상들을 가볍고 빠른 붓질로 그려낸다. 그려지는 대상이 존재하지만 재현 적이지 않은 그림은 언뜻 추상화처럼 보인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보다 작가 본인의 인상에 집중한 표현들은 쉽게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빠른 붓질로 그려진 그림 위에는, 대상을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펼쳐진다. 노송희 작가는 시각의 촉각적 경험을 연구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시각의 촉각적 경험이란, 체험하는 지각으로써 자신이 두 눈으로 본 순간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의 이동을 시각 인지 프로그램을 통해 궤적으로 담아낸 후 순서와 경로를 다시 도표화 시켜 캔버스 위 붓과 물감으로 옮긴다. 시선이 오래 머문 곳은 단단하고 부피를 가진 붓질과 물감 덩어리로써 물성을 가지며 빠르게 지나친 곳은 비교적 얇은 붓질로 그려진다. 이아현 작가는 곤충의 시선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린다. 작고 미세한 존재들에게 삶의 장소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곳이다. 작가는 생성과 소멸, 뒤섞이고 흐트러짐이 반복되는 공간을 혼성공간이라 명명하고 각 공간들을 풍경 조각이라고 설명한다. 풍경 조각들은 평면 회화 위에서 생성되며 다시 해체되는 무한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시각적 요소 뿐 아니라 작은 존재들에게 들리는 소리들을 시각화 하는 등 청각적/ 직감적 요소들을 적극 활용한다. 차현진 작가는 식물의 가상 학술 드로잉을 그린다. 학술 드로잉이란 대상의 중요한 형질들을 사실적이고 세세하게 기록한 그림으로써, 작가 본인이 직접 관찰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림 그린다. 식물 자체보다 식물의 새로운 형상을 발견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식물의 조형적인 구조에 집중한다. 완성된 그림은 기존 학술묘사와는 다르게 부풀어진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 황예랑 작가는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사건에서 시작하여 죽음에 대한 감수성과 심상을 그린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한지 위에 먹이라는 전통적인 재료와 캔버스 천 위에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도상들과 90년대 애니메이션 이미지, 중세시대 종교화 등 다양한 이미지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그림에는, 과거의 현대의 다양한 이미지들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다양한 이미지들은 죽음의 감수성이라는 주제로 포섭되어 화면 위에 펼쳐진다. / 박다예
오프닝: 2018년 10월 2일(화) 오후 5시
기획: 박다예
참여 작가: 김은주, 노송희, 이아현, 차현진, 황예랑
후원: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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