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결정의 방》은 소장품은 무엇을 위해 보존하는가, 무엇이 사라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하는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기억하기 위해 수집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 기획전의 맥락은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라“수집 시스템을 드러내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을 단순히 선별 제도를 통해 축적된 결과로 보지 않는다. 미술관에서‘수집’이란, 사회적·윤리적 진실을 기록하는 결정이자 누가, 그리고 무엇이 역사와 제도, 시장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는지를 공공의 장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행위이다.
전시에 소개되는 영화, 영상, 애니메이션, 조각, 회화, 뉴미디어 등 여러 장르의 부산현대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동시대의 사건과 이미지, 서사가 어떤 조건 속에서 생성되고, 또 어떻게 소멸해 왔는지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매체적 다양성은 다년간에 걸친 소장품 확장의 결과물인 동시에, 동시대의 파편화된 사건들을 잊지 않고 역사로 쌓아 올려, 지속적으로 다시 읽히고 성찰되게 하려는 미술관의 실천적 노력이었다.
전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시에 포함된 작품 중 일부는 아직 부산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아니다.
이들은 미래를 위해 열어 둔 질문이며, 관람객에게 판단을 제안하는 대상이다. 제도적 승인이나 완결된 평가 이전에 놓인 이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그리고 이 작품들은 사라지지 않도록 개입할 가치가 있는가?”
이를 통해 부산현대미술관은 미래의 소장품을 선별하는 판단을 중립적이고 제도적인 과정에 한정하지 않고, 공공의 질문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컬렉션의 수집 가능성을 함께 숙고하는 잠재적 판단 주체가 된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집은 과거를 소유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미래의 누군가에게 “그때 무엇이 우리 곁을 떠나려 했는지”를 기억하게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보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집: 결정의 방》은 그간 미술관이 실천해 온 축적과 개입, 보존과 비판을 관통하며, 동시대의 다양한 가치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단단한 보루로 남고자 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장기적 의지를 드러낸다. / 부산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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