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는 2027 년 4 월 24 일(금) 부터 7 월 10 일(금)까지 이수그룹 출범 30 주년 기념전 《스테이징(Stag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에도 기억할 만한 것들을 헤아려 보는 일반적인 기념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의 다양한 관계와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변화를 거듭하는 상태에 놓여 있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전시의 제목은 프랑스의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의 사유를 빌려왔다. ‘무대 연출’을 뜻하는 전시 제목 ‘Staging’은 라투르가 어떠한 존재와 사실이 우리 앞에 드러나게 되는 특정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에게 존재는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행위자와 조건이 만들어내는 상황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전시라는 매체와 연결하여 행위자들과 그들이 구성하는 네트워크를 가시화된 무대로 구현한 《스테이징(Staging)》은 이수그룹의 30 년의 시간을 다루는 작품의 협업을 김태동과 이요나와 진행하였다. 작가들은 이수그룹의 여러 현장을 살피고, 구성원들이 사용하던 물품과 기록을 수집하여 이를 작품의 출발점이자 재료로 삼았다.
김태동은 이수화학 온산공장, 이수페타시스 대구공장, 이수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브라운스톤’을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이수(Project ISU)〉를 선보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빈 부지에 공장 타워가 세워지는 과정을 담은 과거 사진부터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라인 사이로 불빛과 연기를 내뿜는 현재의 이수화학 공장 모습이 병치된 〈프로젝트 이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선보인다. 이때, 근로자의 손을 통해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기계 설비들의 모습은 비인간 행위자로 결합되어 전시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PCB 제작 과정을 포착한 작업은 전자기기 내부에 자리해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쳐온 PCB 를 또 다른 비인간 행위자로서 드러낸다. 한편, 브라운스톤의 공공조형물들은 사진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주변 거주자들과 공공조형물이 형성해 온 관계, 그리고 이 작업들이 놓인 장소와 주변 건물이 맺는 관계를 환기한다.
이요나의 작품 〈창고(Load Bearing)〉는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와 이수화학, 페타시스, 건설, 앱지스 등 이수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모은 물품으로 이루어진 설치 작업이다. 이요나의 작업에서 파이프는 열차, 버스, 지하철 등 전 세계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인간의 움직임에 개입하거나 시계와 램프 같은 일상의 사물과 연결되며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요소로 작동해왔다.
또한 파이프가 건물 내부에서 물과 가스, 오물이 오고 가는 통로로 사용된다는 점은 작가의 작업에서 이동과 연결을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파이프는 주변에 설치된 김태동의 사진 속 배관과 연결되며 산업 재료로서의 인상을 강화한다. 동시에 이 파이프 구조물은 공장에서 사용되는 팔레트와 폐기계 및 장비, 실험 도구와 작업복, 상패와 청소 도구 등을 떠받치는 좌대이자, 내부의 사다리를 통해 관람객이 여러 시간과 행위가 겹쳐진 오브제를 만날 수 있는 수장고이자 다락방으로 기능한다. 이 작업은 선형적 시간이나 수직적 구조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근로자와 그들이 사용하던 물품, 과거의 기술과 기계, 그리고 기억과 경험이 서로 얽혀 형성된 기업의 네트워크를 은유하고 있다.
김태동과 이요나의 작품이 놓인 《스테이징(Staging)》이 행하는 기념은 견고하게 구축된 구조와 시간을 형성해온 기업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네트워크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가 만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전달하는 일에 가깝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작품과 관람자는 서로를 마주하며 변형되고, 다양한 행위자들로 구성된 기업의 네트워크와 연결되며 예기치 못한 관계의 형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이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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