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치기》
참여작가: 곽기쁨, 이주영
기획 · 글: 박예린
디자인: 박채희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매끄러운 문장을 거침없이 생성해 내기 이전부터, 인간의 언어는 표면과 몸이 마찰하며 수행되는 물질적 행위였습니다. 타자(打字). 그러니까 점토판에 쐐기를 박던 과거부터, 납을 녹여 활자를 만들던 시대를 거쳐 모니터 앞에서 손끝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인간은 기꺼이 손끝을 부딪혀 글을 써 왔습니다.
《타자 치기》는 동시대 언어 모델이 지향하는 효율성과 가독성의 정반대로 나아가며, 육체를 가진 발화자와 언어의 물리적 실재를 새삼스럽게 다시 바라봅니다. 규범적 언어 바깥에서 둔탁하게 표면을 두드리는 신체의 노동이 어떻게 데이터로 포획되지 않는 존재들을 드러내는지, 이 불완전한 마찰음이 동시대의 언어와 어떻게 불화하는지를 드러냅니다.
이주영, 곽기쁨 작가의 작업들은 발화자의 생생한 존재와 고유한 위치를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깁니다. 후두를 울리는 목소리의 떨림, 말투와 어조의 섬세한 변화, 모든 종류의 비표준어들, 머뭇거림과 더듬거림, 미묘한 눈빛 교환, 짧은 공백과 침묵, 미묘한 몸짓들∙∙∙. ‘지금 여기’의 몸들과 얽혀드는 이 말과 글은 모든 사유와 생각을 표준적이며, ‘정상적’으로, 있을 법한 매끄러운 글로 생성해 내는 언어 모델의 빈약한 상상력에 대한 응답입니다.
2026. 4. 9. (목) – 4. 26. (일)
12:00–19:00, 월 휴무
챔버 (성북구 동소문로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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