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손을 놓고 머리 식히기~
계절의 끝자락, 지난 시간을 반추해볼까요. 남은 것은 번뇌의 침전물. 굳은 어깨 위로 뜨거운 머리, 뻑뻑한 눈. 연말이라는 시간적경계에서 마주하는 욕망의 실체,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소망의 원형은 무엇일까요.
해야 할 일의 당위와 하고 싶은 일의 갈망은 엎치락뒤치락 그 부피를 늘려가지만, 정작 유한한 우리의 일상은 그 무거운 욕망의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마모되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그만, 머리를 식히고 다른 곳으로 손을 돌려보아요. 이번 전시와 워크샵은과열된 수행성의 굴레를 잠시 멈추고 혼탁해진 내면을 비워내는여유를 제안합니다.
권혜진의 ‘금지를 향한 욕망’, 신연지의 ‘버리지 못하는 작은 종이들’, 이소희의 ‘긁을 때마다 드러나는 찰나의 환상’, 전혜원이 인터뷰한 이들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민들’은 서로 다르면서도,우리 모두에게 옅게 흐르고 있는 무언가에 닿아있습니다. 이들의작업은 오늘의 시대적 정서라 볼 수 있는, 특히 ‘홍대’라는 공간에서도 두드러지는 불안, 충동, 미련, 수집, 반짝임이 뒤엉킨 상태를각자의 방식으로 붙잡아내는 시도입니다. 금지가 욕망을 부르고,버리지 못한 조각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낙첨된 복권도 반짝임을 품고, 작아보이는 남다른 고민들이 사실은 세상을 굴러가게하게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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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의 작품들은 지금 우리의 마음을 구성하는 작은 단위들을 다룹니다. 거창한 담론이나 완결된 이론이 아니라, 버리지 못해 모아둔 종이 한 장, 귀여움으로 겨우 붙든 행복의 조각들, 금지를 마주할 때 솟구치는 충동, 지나치지 않고 붙잡고 이야기를듣고 싶은 마음. 이 미세한 감정의 입자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인 듯 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나를 짓눌렸던 것을 날리되, 각자 마음속에 남아 있는 ‘버리지 못한 어떤 것’을 다시 들여다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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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날리는 연처럼 허리와 팔을 흔들어 종이에 끄적끄적.
3개의 워크숍은 묵은 감정을 언어로, 바람으로, 그리고 몸짓으로승화시키며 무거운 의미들이 가라앉은 자리에 비로소 반짝이는소망을 마주하기를 기대합니다.
writing poetry ‘영혼 응시하기’- 12월 16, 17일 오후 7 - 10시
“내 영혼에 상처를 입힌 날것의 구절들, 매혹당한 적 있는 문장이실린 단 한 권의 도서를 선정해 봅시다.
지금부터 그건 당신의 중심이 될 것이에요. 일기는 가장 강하게뛰는 맥박이지요. 우리는 그날 몸 안의 혈류를 확인하고, 그것이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 느껴 봅니다.” - 우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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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 kite ‘연 날리기’ - 12월 19일 오후 1 - 4시
“연은 바람을 넘어 공기의 물질성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됩니다. 연을 날리는 행위는 자연과 조응하는 과정이며, 한 해의 미련들을 흘려 보내는 수행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바람과 더불어 움직이는 몸과 손을 통해 세상을 감지해보는 경험을 해봅니다.”- 고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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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컨택즉흥’ - 12월 15일 오후 6 - 7시
“컨택즉흥 춤은 파트너와 무게 공유, 접촉 및 움직임의 인식을 기본으로 자신의 몸을 탐구하고 몸과 몸 사이의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즉흥적인 춤입니다. 이를 통해 몸과 몸이 닿는 감각,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마음, 몸 전체로 듣는 상태를 탐색합니다. 몸을 탐색하고, 느낌을 나누고, 상호적 관계를 알아가며 나아가 분리된 몸이 아니라 통합된 몸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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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사화의 ‘영혼 응시하기’가 내면의 맥박을 기록하게 한다면, 고바다의 ‘연 날리기’는 바람과 몸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외부 세계를 새롭게 감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다현의 ‘컨택즉흥’은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나를 확장시키고, 몸의 경계를 다시 배웁니다. 글쓰기, 바람, 몸짓이라는 서로 다른 행위로 흩어져 있던감각들을 하나로 묶고 내면과 세계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 되면좋겠습니다.
머리는 가볍게, 손 끝으로 번뇌를 날리고, 혀 끝으로 상념을 털어내보자.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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