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다움, 비두리 개인전 <숨골 Ⅱ> (Sum-Gol Ⅱ) 개최
보이지 않는 제주의 영혼을 담은 사진 작품 10점 전시
경기도 수원 예술공간 다움에서 비두리 작가의 개인전 《숨골 Ⅱ》(Sum‑Gol II)가 오는 8월 2일(토)부터 8월 17일(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숨골’ 연작의 두 번째 결과물로, 제주의 자연이 품은 신성한 기운과 영적인 풍경을 담은 사진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2024년 같은 공간에서 공개한 《숨골》(Sum‑Gol)의 후속작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과 연출을 선보인다.
생명의 근원 ‘숨골’, 제주의 영성을 포착하다
전시명 ‘숨골’은 뇌에서 생명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이자, 제주에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구멍을 뜻한다. 나아가 ‘사물의 핵심·근원’을 비유하기도 하는 이 단어는, 작가 비두리가 15년간 동물의 존엄성을 탐구한 ‘동물원’ 연작 이후 ‘생명의 근원’을 새롭게 모색한 여정을 함축한다.
비두리는 《숨골 Ⅱ》에서 작가의 의도적 연출과 다층적 조명을 통해 제주의 신성한 기운을 시각화했다. 작품에는 수백 년 된 나무와 숲의 풍경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흰 천이 불규칙하게 걸린 듯한 실루엣이 등장해 자연과의 교감, 관람자의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 장치는 제주 자연이 간직한 깊은 역사와 생명력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이끄는 매개체다.
예술공간 다움과 실험공간 UZ를 함께 운영하는 홍채원 관장은 “비두리 작가의 《숨골 Ⅱ》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제주의 내면 풍경을 사진으로 끌어내어, 관람객에게 새로운 통찰의 장을 선사한다”며, “기후 위기의 시대에 자연의 가치와 영적 깊이를 되새길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두리 작가는 “제주의 자연은 단순한 피사체를 넘어,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을 품은 살아 있는 공간”이라며,“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제주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깃든 신성한 가치를 새로운 시선으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자연의 가치를 되새기고, 제주의 풍경 너머에 존재하는 영적인 깊이를 사유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도슨트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관람은 무료다.
■ 작가노트
<비두리 : 숨골 Ⅱ>
(Biduri : Sum-Gol Ⅱ>
우연은 필연을 동반하는 것일까. 수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숲을 이룬 비자림에서 ‘숨골’ 작업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장노출로 촬영하던 카메라를 시간이 다 된 줄 알고 낚아채듯 들어 올렸다. 서울로 돌아와 확인한 사진 속에는, 예정보다 일찍 멈춘 몇 초의 움직임이 하얀 빛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마치 그 공간에 서려 있는 영적인 기운이 담긴 것처럼. 아! 바로 이것이다. 영감이 불현듯 느껴졌다.
나의 ‘숨골’ 작업은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제주의 나무와 숲, 그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수령 오백 년이 넘은 곰솔,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했을 법한 나무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제의가 행해졌을 장소들. 그 보이지 않는 신성함을 어떻게 사진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이는 숨골을 찾아다니며 내내 품었던 질문이다.
비자림에서 마주한 우연한 빛의 흔들림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어주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흔들어 빛의 잔상과 안개처럼 뿌연 효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진 속으로 직접 들어가 흰 옷을 입은 나의 실루엣을 남겼다. 하얀 빛과 흔들림, 그리고 나의 형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려는 예술적 여정의 시작이다.
<숨골 Ⅱ>는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장기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장이다. 제주의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신화, 그리고 제주인들의 강인한 정신이 깃든 신성한 공간이다. 화산 활동으로 빚어진 독특한 지형과 그곳에 뿌리내린 생명들은 저마다 고유한 영성을 품고 있다. 나의 작업은 그 영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기록이자 사유이다.
이제 막 출발한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지만, 이 여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 비두리
■ 작가 소개
비두리
비두리(본명: 박창환)는 2003년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사진에 입문했다.
2009년부터 시작한 ‘동물원’ 시리즈를 통해 인류학적 시선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성찰하는 화두를 세상에 던지고 있다. 2017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페리니 레이디 아트센터에서 열린 《세계 100대 불가사의》 전시에 해외 특별작가로 초청되었고, 2018년에는 온빛 다큐멘터리가 주최한 ‘온빛 사진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2022년에는 경기도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진가 그룹 ‘다큐경기’의 멤버로 합류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어, 현재는 ‘경기도의 물길’과 ‘제주의 풍경’ 등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사진가로서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는 중이다.
2014년 사진공간 빛타래에서 열린 《101번째 동물원》을 시작으로, 2023년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동물원(2009~2023)》, 2024년 서울 관악구청 갤러리관악 《동물원》 등 동물원을 주제로 한 개인전만 10여 회를 이어오며, 자신만의 시선을 대중과 공유해왔다. 또한 니콘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사진 예술 분야에서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존재들을 기억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로 평가받는다.
작가에게 사진은 등불 같은 존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길을 사진이라는 등불로 비추며 나아가듯, 그는 평생을 사진의 길 위에서 걷고자 한다.
☆Donation:
2003년 사진 시작, 2009년부터 <일하는 부모님>, <동물원> 연작하고 있습니다. 그외 <한강>, <꽃>, <길고양이> 작업 중입니다. 이메일 : kenoo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