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안 : 그 이상의 길
Jooahn Kwon : Beyond the way of my heart
2023년 11월 8일(수) - 12월 8일(금)
화-토 11:00-19:00 (매주 일/월 휴관)
갤러리마리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35
권주안 작가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계 영역’을 유니크한 상상력으로 펼쳐낸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과 작가를 대리하는 존재 얼룩말이 등장하는 가상의 풍경은 완전한 현실도 아닌, 완벽한 이상의 공간도 아닌 중간 지점이면서 이상향으로 가는 통로이다.
작품에는 현실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예기치 못한 역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구조물과 함께 놓인 휘어지고 변형된 계단은 이상 세계로 가는 지난한 과정을 상징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작가의 욕망이 투사된 작업들은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물 또는 성과 탑 등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구조물의 면에 맞춰 부분적으로 벽지를 오려 붙인 후 채색을 통해 획득한 표면의 질감은 화면의 입체감을 더하는 요소다. 특히 사각 캔버스에서 벗어나 비정형의 구조물 모습 그대로 나무판을 잘라내고 채색한 컷아웃 작업은 그 돌출감으로 인해 서로 다른 차원의 연결 통로가 되어주는 창과 문이 우리 앞에 열려있는 듯하다. 이상향으로 향하는 통로에는 카펫과 리본,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작가를 대변하는 존재 얼룩말이 등장한다.
“작품 속에 설정해 놓은 가상의 풍경 속에서 얼룩말로 대치된 나는 가상 여행을 한다. 얼룩말은 내가 바라는 문지기일 수도 있고 안내자일 수도 있으며 이상향으로 향하는 주체일 수도 있다.” – 권주안
권주안의 작품 속 얼룩말은 억압이나 규율을 벗어난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존재다. 그림 안에서 훌륭하고 믿음직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얼룩말이 가진 무늬가 마치 자신의 보호색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는 작가는 현실과 이상향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동적인 매개체 얼룩말에 자신을 대입하여 소통한다. 작품 속 화자이자 이상향의 문지기이자 또한 작가 자신이기도 한 얼룩말은 관객을 기다리며 안내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권주안 작가가 그려가는 상징과 은유의 서사는 외부의 현실과 내면의 이상이 충돌할 때마다 겪는 갈등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안온(安穩)한 풍경과 함께 장면을 설명하듯 한 줄의 제목이 더해지며 현실의 무게감을 벗어난 화면 속 이야기는 더욱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 굴곡진 계단을 지나 작은 창과 문을 통과해서 마주하게 될 편안하고 고요한 공간을 관객들이 꿈꾸고 함께 상상해 보기를 기대한다. 올해 신작과 콜라보 작업을 포함한 총 33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권주안 개인전 《그 이상의 길》은 11월 8일부터 12월 8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다.
권주안은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3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121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숙명여대 회화과에 출강 중이며, 성남아트센터, 한전아트센터, 아랍에미리트 한국대사관, 전경련 외 다양한 기관과 개인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참여작가 : 권주안
출처 : 갤러리마리
Artist Statement
The space that I set up in my work is a medium between the actual and the ideal. The side toward the sky from the entrance of the space means the Utopia to which the gallery hopes to go. The zebra in the picture means a gatekeeper who connects the both sides, and functions as a guide and messenger. The stairway laid down at the center means the way and course to the Utopia. Thus, the deformed and distorted stairway means adversity and trouble to occur in the middle of the way to the Utopia. The flag tied on a branch of a tree functions as a milepost to the Utopia.
Zebras always wait for the gallery to come in the picture. Their own protective colors and impetus are to help the gallery to go to the Utopia. The gallery will dream of the Utopia from various viewpoints, and zebras are ready to guide them to the Utopia. Namely, the zebra is an icon that overcomes the difference between the actual and the ideal and that connects them to each other, and functions as a keyword to communication. The door to the Utopia will be opened always, and whenever we want, we will be guided there by the zebra a spatial medium. ■ Jooahn Kwon
작가노트
나의 작품은 현실과 유토피아를 연결하는 공간을 표현한다.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모두 이상향을 향한 욕망을 담고 있다. 나는 현실에서 겪는 여러 어렵고 힘든 상황으로부터 탈출하고자 도피처를 찾게 되었고 그것이 작품 속에 다양한 구조물들을 만들게 하였다. 작품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표현된 구조물들은 내가 꿈꾸는 이상향으로 통하는 출구가 되어준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향의 두 공간을 연결하는 ‘중계 영역’이다.
구조물에는 창문과 문이 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간혹 보이는 계단은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이며 과정을 뜻한다. 변형되고 왜곡된 계단들은 유토피아로 가는 역경과 고난을 상징하며, 나뭇가지에 매 놓은 깃발과 리본, 카펫 등은 그곳으로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며 이탈하기를 거부한다.
작품에는 의인화되어 우의적으로 표현된 얼룩말이 등장한다. 나는 이 얼룩말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대치(replace)된 존재로 여긴다. 얼룩말은 병든 육신과 사회적 규율로 억압되었던 나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해소시켜 주는 대리인과도 같은 존재이다. 얼룩말이 가진 자유분방함과 역동성 그리고 보호색은 나의 결핍된 욕망을 채워 줄 대리물(代理物)이다. 얼룩말의 보호색은 내가 욕망하는 보호색이기도 하다. 나는 외부의 간섭이나 폭력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얼룩말의 보호색은 그러한 방어책의 수단이 되어준다.
작품 속에 설정해 놓은 가상의 풍경 속에서 얼룩말로 대치된 나는 가상 여행을 한다. 얼룩말은 내가 바라는 문지기일 수도 있고 안내자일 수도 있으며 이상향으로 향하는 주체일 수도 있다. 즉 얼룩말이 나이고 내가 곧 얼룩말이다. 자신과 동일시된 얼룩말을 내가 꿈꾸는 이상향의 입구에 위치시키고 얼룩말로 하여금 내 자신의 욕망이 성취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얼룩말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이상향을 향해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 권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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