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반짝 였다가 흩어지는(서완호 작가 노트) 올해 초 전시 일정 겸 여행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가보고 싶었던 명소에서 길게 산책도 하고 궁금했던 식당에서 천천히 음식을 맛보며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만히 카페에 앉아 도시의 빛을 바라본 일이었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가 사라지는 것을 신기하게 지켜보듯, 순간 반짝하다가 서서히 갈색으로 바뀌는 빛을 느리게 관찰했다. 혼란스럽게 널브러지고 뒤섞여 있던 도시의 모습을 하나로 묶어주듯, 밝은 빛이 따뜻하게 도시를 감싸는 광경이 인상에 오래 남았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 편안함을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늘 고군분투하며 살다 보니 도시의 부정적인 모습과 부조리한 시스템에 집중했던 것 같다. 어느 풍경에도 평온한 눈을 두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며 이번 전시에서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을 닮은 작업물을 선보이려 한다. 무엇보다 새하얗고 가벼운 빛의 표현이 중요했다. 일부러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빈 캔버스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 두꺼운 질감의 물감도 쓰지 않았다. 도시 일상 풍경 속 내가 느낀 감각과 체험들. 넘칠 정도로 꽉 찬 도시의 무게를 덜어내 보고 싶은 바람을 담아, 순간 반짝였다가 흩어지는 것들에 말을 걸어 본다.
[순간 반짝 였다가 흩어지는]
✵전시일정: 2023년 10월 4일 - 10월 29일
✵오후1시 - 저녁7시(월, 화 휴무)
✵참여작가: 서완호 @half6877
✵오프닝: 10월 7일(토) 5pm
✵이정한 도슨트 아트토크: 10월 14일(토) 7:20pm
@docent_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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