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하는 소망의 영원성
‘이상향’을 향한 변하지 않는 인간의 소망을 다매체로 표현하는 작가 이돈아
이돈아 작가는 세대와 지역을 아울러 ‘변하지 않는 것’은 행복을 꿈꾸는 것, 그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열망이라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 온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과거의 소망으로 현재가 존재하고, 현재의 소망으로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서사를 그려내며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소재와 형태들을 재구성하여 혼재된 시간과 공간, 현실과 상상을 한 자리에 소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경계가 없는 작가 이돈아의 작업을 대변하는 단어 ‘옴니버스(omniverse)’는 4차원의 우주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유니버스와 멀티버스를 초월하는 옴니버스의 존재를 가늠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돈아 작가는 드넓은 다중 우주의 개념 ‘omniverse’에서 더 나아가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이곳과 저곳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공 초월적 상상력을 ‘Omni’_‘Verse’ 시리즈에 담는다.
작가는 단일한 매체 내에서 연작을 선보이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매체로 다변화하면서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주로 평면 작업을 선행한 후 이 회화 소스를 바탕으로 조형물, 렌티큘러, 영상으로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평면에서 입체로 변화하면서도 작업의 맥락이 이어지는 지점이 흥미롭다. 영상 작업은 전시환경에 따라 대형 미디어 파사드, 실내 프로젝터, 모니터,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영되며 스케일이나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매력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육면체와 기하학적 도형은 현재의 시간 또는 현실의 공간이면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코드이다. 모란, 매화, 연꽃, 나비, 책거리 도상 등 과거로 분류되는 이미지들은 그 시대 길상에 대한 염원과 현실적인 욕망을 표상하는 상징적 요소였다. 그것들을 현재와 미래의 시공간에 오버랩하여 아주 이전에 누군가가 가졌던 바람과 열망이 단절되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 온 것임을, 또한 현재의 소망과 욕망이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려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절연되지 않는 것들에 작가의 관심사가 녹아 있으며, 이러한 ‘영속(永續)’의 개념은 이돈아 작업의 중요한 키워드이다. 작가는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클리셰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로부터 비롯된 보이지 않는 존재-정신세계를 가시화하여 여러 장르와 매체에 투사하는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다.
“시간의 흐름과 나라는 존재의 변화 과정,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들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 나의 지나온 날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것이 곧 내 작업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 이돈아
이돈아는 지극히 사적인 기억과 상황에서 지금의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욱 견고해진 내면은 지금의 작가 이돈아를 형성하였다. ‘우리가 욕망하고 바라보고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이돈아의 작업은 이렇듯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자 그 자신이 꿈꿔온 것에 대한 열정과 고민을 보여주는 여정과도 같다.
작가의 서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 《Omni_Verse》는 조형물과 신작 회화, 영상, 렌티큘러 작업 등 60여 점의 작품들로 다채롭게 구성된다. 특히 주목할 작업은 미래 기후 시뮬레이션을 반영한 입체 조형물 작품 〈2.6 / 8.5〉이다. 가장 뜨거운 담론인 지구 온난화를 작가가 어떤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제시하는지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돈아 작가는 이번 개인전 기간 중 KIAF 2023 미디어아트 특별전 《Gray Box Area: 사건으로서의 공간》에도 동시에 참여하는 등 다매체 작가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 스포츠콤플렉스 미술작품 공모에서 〈화합과 전진〉이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최종 당선된 이돈아 작가는 조형물 작업이 주가 되는 공공미술 분야에서 미디어 아트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당선작으로 선정되는 선례를 남겼다.
참여작가 : 이돈아
출처 : 갤러리마리
☆Don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