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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어 Flare | ARTLECTURE
  • 플레어 Fl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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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해 여름이 끝나가던 무렵 예기치 못하게 떠오른 한 단어였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떠오른 전시의 타이틀에 어딘지 기묘한 감상이 드는 한편, 그것을 타이틀로 삼는 것에 대한 설명하기 어려운 강한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뒤이어 머릿속에는 언어화하지 않은 이미지의 더미가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새하얗게 밝고, 뜨겁고, 메마른 것과 같은 것들. 이를테면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날씨, 빨랫줄에 널려 바짝 마른 옷가지들, 어지러울 만큼 ‘번쩍’하고 주변을 밝히는 불빛,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을 기세로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것들처럼 말이다.


단어 ‘플레어(flare)’는 다의성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태양의 대기층에서 급격한 분출과 섬광을 내놓은 후 소멸하는 플레어는 강한 태양풍을 야기하며 때때로 지구 자기에 영향을 미치고, 위성·통신 등 각종 전자기기를 교란한다. 동시에 플레어는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섬광탄, 조명탄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시는 플레어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속성 즉, ‘교란’과 ‘섬광’이라는 요소에 주목한다.


삶과 죽음, 감염인과 비감염인, 현실과 허구, 전통과 현대, 주류와 비주류, 퀴어와 비퀴어와 같이 전시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나누어진 대립 개념들을 조명하고 낙천적인 믿음으로 상상된 경계의 실체를 비춰 드러낸다.


바니타스 양식을 차용한 <긴 정물>(2019~2023) 시리즈에서 고경호는 구상성이 결여된 정물화에 개인의 서사를 덧씌운다. 타오르는 불꽃,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척추뼈, 화장이 덧씌워진 해골, 나란히 놓인 바나나·소시지와 같이 작가가 포착하고 그려낸 (더블) 정물은 정물화를 전략적으로 전유하는 동시에 작가가 감각하는 주변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김재원은 2019년의 초기작과 2022년의 근작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경계를 포착하고 담아내는 시선의 변화를 보여준다. 견고한 장벽을 두른 채 오늘을 살아내며 잊히거나 지워지지 않는 것에 대해 처연하게 독백하던 태도는 두 사람이 함께 쌓아 올린 시간들을 길어 올리며 점차 변화한다. 그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경계를 담담히 포착하고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언어와 시선을 거두어 낸다.


심규호와 임민지는 경계를 넘나드는 실천으로서의 협업 과정을 담은 신작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한 글과 이미지는 교차하고 뒤섞이며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 이야기와 사진, 현실과 허구 사이를 넘나드는 가운데 그것들 사이의 경계는 점차 흐려진다. <대멸종>(2023)에서 그들은 화석을 주요한 메타포로 삼아 사라진 시간들을 붙잡고, 떨어져 나간 이야기들을 복원해 나간다.


«플레어»는 낙천적인 믿음으로 세워진 도시가 사실은 보이는 것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경호, 김재원, 심규호와 임민지의 작업을 말미암아 전시는 예술적인 작전으로서 보편적인 믿음과 시스템에 도전하고, 얄팍한 현실을 교란하며 우리가 예상하지 못 한 미래를 마주하기를 제안한다. 그 끝에서 무자비한 불꽃처럼 모든 것을 새하얗게 전소시키며 비루한 경계를 폭로하고, 종래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디스토피아적 유토피아를 상상해 본다. 그것은 한꺼번에 싹 다 가버리는 (아름다운) 멸망일 테니까.[1]

[1] 이랑, 환란의 세대, <늑대가 나타났다>, 2021.


참여작가: 고경호, 김재원, 심규호 × 임민지

  Accepted  2023-08-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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