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빈 작가노트>
고양이는 행복할까?
최근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반려묘로 맞이하여 함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집사들은 고양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고양이는 때론 새침하고 말썽도 부리지만 귀여운 얼굴과 애교로 집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배를 까고 세상 편하게 누워 자는 모습이나 옆에 누워 부르는 골골송을 듣고 있으면 고양이도 ‘나와 함께 있어서 참 행복하구나’ 느껴진다. 길에서 만나는 떠돌이 고양이들을 마주칠 때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우리 고양이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길 바라기도 한다. 처음으로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많은 집사들이 그러하듯 이렇게 사랑스럽고 행복한 우리 고양이를 그림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장기간 외출을 하고 돌아온 어느 날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들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뛰어오는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문득 ‘고양이는 정말로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왔다. 우리는 고양이가 가만히 있어도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고, 밥을 주고, 놀아주며, 건강까지 관리해 준다.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도 거대한 세트장 안에서 어릴 때부터 자라나며 주변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는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삶이 남들에게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유를 찾아 떠나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집 고양이도 ‘트루먼’이 아닐까?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가족, 쉼터, 식단, 놀이, 건강 관리까지 다 제공해준다. 고양이는 집이라는 세트장 속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트루먼’은 용기 있게 자유를 찾아 새로운 삶에 도전하며 살아 보려는 선택을 했지만, 아쉽게도 집사의 집을 뛰쳐나와 자유를 찾으려 해도 인간을 위해 설계된 도시화 된 환경은 고양이에게 배고픔과 위협을 안겨줄 뿐 진정한 자유를 찾아줄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고양이의 자유를 찾아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는 없지만, 그림으로라도 인간의 그늘에서 벗어나 고양이가 삶의 주체가 되어 꿈꾸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꿈꾸는 그림 곁에 잠들었을 때 꿈 속에서라도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행복한 고양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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