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따로 스케치나 에스키스를 한뒤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종이나 캔버스에 바로 작업을 해왔다. 대략의 구상을 한뒤 스케치와 채색 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러한 관계로 나에겐 드로잉작업이 거의 없었다. 과정으로서의 드로잉이 없었기에, 이번엔 독립적인 결과물로서의 드로잉만을 해볼 계획이다.
드로잉은 날것그대로의 순수성과 즉흥성을 갖고 있어 내게 매우 흥 미로운 작업이다. 페인팅을 할때도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빠르게 포착하는 것에 익숙해서, 드로잉 할때의 자유로움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으는듯하다. 페인팅과 다르게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시작 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재료를 갖고 놀다가 문듯 떠오른 형상을 또는 종이에 드러나는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서 마무리 한다.
우연적인 결과물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고, 내안의 나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딱히 이번 드로잉 개인전에 주제를 두려하지는 않지만, 드로잉을 할때 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집중과 몰입의 상태는 날 우주로 이끌고 여행을 시작한다. 손끝과 붓끝을 통해 나의 의식과 무의식은 중력을 넘어서 깊은 우주로 빨려들어간다. 여행의 시작이다.
작가노트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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