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시대의 미술과 몸; 달리 회화에서의 변형된 몸
그림 1. 달리, <위대한 자위하는 자(The Great Masturbator)>, 1929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alvador_Dal%C3%AD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1904-1989)가 그린 몸은 흘러내리거나 분절되고, 사물과 뒤엉키며, 종종 자기 안을 향해 무너진다(그림 1). 달리에게 있어서 몸은 정신의 안정된 거주지가 아니었다. 전통회화에서는 완벽했던 육체의 형상이 그의 회화에서는 욕망과 불안을 끌어안은 불완전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달리의 신체 표현은 ‘초현실주의(Surrealism)’라는 큰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대에게 이성, 과학, 합리주의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는커녕 전례 없는 살육의 효용성을 제공한 도구로 보였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인간의 진실이 의식의 드러난 표층이 아니라 그 아래의 무의식에 있다고 보았고,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정신분석학에서 자신들의 미학적 토대를 찾았다. 그 결과 그들의 화면에는 갑작스러운 사물들의 결합, 비논리적 공간, 변형된 몸 같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장면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달리는 가장 정교한 환영을 만든 작가였다.
달리는 프로이트의 저서를 탐독했으며 꿈, 무의식, 편집증, 환각 같은 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1938년 런던에서 직접 프로이트를 만나 그의 초상 드로잉을 남겼을 정도로 그 영향은 평생에 걸쳐 있었다. 다만 그가 프로이트로부터 끌어온 것은 이론적 도식이 아니라, 무의식이 신체의 표면 위로 솟아오르는 방식, 즉 욕망이 어떻게 몸을 변형시키는가에 대한 시각적 상상력이었다. <위대한 자위하는 자(The Great Masturbator)>(1929)는 그러한 신체관이 본격적으로 응축된 작품이다(그림 1). 작품의 제목부터 프로이트적 무의식과 성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형상은 인간의 옆얼굴 같기도 하고 거대한 암석 같기도 한데, 실제로 달리는 고향 카탈루냐 카프 데 크레우스(Cap de Creus) 해안에서 본 침식된 바위 형상에서 이 이미지를 끌어왔다고 한다. 동시에 이 형상은 달리 자신의 자화상으로 널리 해석된다. 감긴 눈, 바닥에 닿을 듯 늘어진 긴 코, 그리고 무엇보다 입과 귀의 부재는 외부 세계를 향한 감각이 차단된 채 오직 내면을 향해 있는 의식을 시각화한다. 거대한 머리의 오른쪽 상단에는 여인의 상반신이 결합되어 있다. 이 여인은 일반적으로 달리의 평생의 뮤즈였던 갈라(Gala)로 추측된다. (갈라는 달리의 부인인 엘레나 이바노브나 디아코노바(Elena Ivanovna Diakonova, 1894–1982)이다. 달리는 갈라를 이 작품이 발표된 1929년에 처음 만났다) 여인의 새침하게 내민 입술, 노출된 목, 늘어뜨린 머리는 관능적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그 입이 향하는 곳이다. 여인의 입은 그 아래 흐릿하게 그려진 남성의 성기와 직접 맞닿아 있다. 작품 제목이 가리키는 ‘자위’는 자기 성애적 행위를 말한다기보다, 외부의 타자를 거치지 않고 자기 안에서 욕망을 완결하려는 환상의 구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갈라는 외부의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머리가 만들어낸 환영과도 같지만, 머리의 일부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달리가 표현한 환상 주변에는 욕망의 이면, 즉 공포와 혐오의 도상들이 배치되어있다. 거대한 머리의 코 밑에는 메뚜기가 들러붙어 있고, 메뚜기의 배에는 개미 떼가 모여 있다. 달리는 어린 시절부터 메뚜기와 개미에 대한 강한 공포증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개미는 그의 회화에서 부패와 분해의 기호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옆으로는 피 흘리는 두 다리, 분절된 형태의 백합, 낚싯바늘 같은 단편적 이미지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들은 거세 불안과 성적 욕망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 화면 위에 공존하는 상태, 즉 정신분석학에서 양가성(ambivalence)이라 부르는 것을 시각화한다. 이 작품에서 자명하게 보이는 것은 달리의 몸이 가지는 이중적 구조다. 그것은 외부 감각을 차단하고 자기 안으로 닫힌 자위적 신체이며, 다른 한편으로 욕망과 공포의 도상들에 의해 끊임없이 침범당하고 분열되는 신체다. 통일된 자아의 거주지로서의 안정된 몸은 여기서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의 몸은 안과 밖, 욕망과 혐오, 환상과 부패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이며, 그 장소에서 그의 무의식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달리가 현실을 넘어서려 했다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그는 오히려 일상적 신체 아래에 들끓는 욕망의 층위를 화면 위로 끌어올렸고, 그 층위가 드러나는 순간 몸은 더 이상 완전한 형태로 머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의 몸은 현실에서 본 적 없는 형상이지만, 그것은 무의식의 재현이 아니라 무의식이 화면의 표면 위로 솟아오른 자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도 20세기 몸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하고자 한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