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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의 바다, 그 너머의 세계 | ARTLECTURE

모아나의 바다, 그 너머의 세계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

/Art & Preview/
by Yoon
모아나의 바다, 그 너머의 세계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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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는 바다를 중심으로 형성된 오세아니아 문화의 정수와 그 철학을 조명한다. 카누, 장신구, 조각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자연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긴 오세아니아 사람들의 세계관을 드러내며, 전시 초반부터 바다에서의 삶이 예술과 어떻게 맞닿아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마오리족의 신화와 종교, 항해 기술, 조상의 기억 등이 예술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간의 삶에 자연은 우리의 근본이자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많은 것을 내어주는 산과 바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과 예술의 뿌리가 되는 수많은 문명의 영감이자 기반이 되어주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는 많은 섬들로 둘러싸여있어 바다에 큰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았던 오세아니아의 문명에 주목해 18세기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오세아니아의 예술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오세아니아(Oceania)’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중심으로 뉴기니섬, 뉴질랜드, 하와이를 비롯한 태평양의 크고 작은 섬들의 통칭으로 오스트랄라시아,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등 4개의 민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세아니아’는 1812년경 지리학자 콘라드 말테브룬(Conrad Malte-Brun)이 사용한 용어를 기반으로 나온 단어이다. 오세아니아의 영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바다(Ocean)로 연결되는 지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전시의 제목에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Disney)를 사랑한다면 어딘가 친숙한 단어가 등장하는데 바로 ‘모아나(moana)’이다. 우리에게는 모투누이 섬에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영웅 마우이와 모험을 떠나는 소녀의 이름으로 친숙한 이 단어는 폴리네시아 어로 ‘거대한 바다’를 의미한다. 디즈니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오세아니아는 특별한 도구 없이도 섬과 섬 사이를 오갔던 뛰어난 항해술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세계를 이룩해 나갔다.


디즈니 영화 ‘모아나’ 중 한 장면 ©Disney 


전시는 바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오세아니아 사람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였을 카누로 전시의 서문을 열고 있다. 특히 많은 카누 장식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카누의 뒷 부분을 장식한 조각 ‘타우라파(taurapa)’는 오세아니아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과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마오리족의 전쟁용 카누인 ‘와카 타누아(waka taua)를 장식했던 이 조각은 아버지인 하늘의 신 랑기누아와 어머니인 땅의신 파파투아누쿠 그리고 선원의 수호신이 함께 표현되어 있다. 세상의 질서 및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는 이 조각을 통해 카누에 탄 이들을 신화와 공동체에 깊이 연결시켰다. 서로 다른 환경을 띄고 있는 섬에 적응하며 살아 간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모든 것에 신비로운 정령이나 조상의 흔적이 있으며 자연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생활 수단이었을 카누 역시 오세아니아 사람들에겐 카누의 정령과 조상의 힘으로 보호받는 살아있는 그 무언가 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그들의 신념들은 바다라는 물로 만들어진 그들만의 영토에 쌓인 조각, 악기, 장신구, 직물 등 많은 유물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주로 나무로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전시에서 소개하는 아스맛 족 신화의 내용에서 그 이유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창조자 푸메리피츠(Fumeripits)가 북을 치자 나무 조각이 살아나 사람이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삶의 일부를 구성하는 물건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물적 요소들 역시 그저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부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대를 거치며 전해진 폴리네시아 예술과 종교는 동시대 작가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며 현대 미술로 재탄생되었다. 전시의 후반부에는 이러한 그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2개의 작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피오나 파딩턴(Fiona Pardington)의 <헤이 티키의 계보 - 레벌레이션 2002(Heitiki Whakakitenga - Revelation 2002)>는 지금까지도 뉴질랜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마오리족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헤이 티키(Hei tiki)’는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는 목걸이이자 조상에게 물려받는 유물로써 마오리족의 가족과 공동체를 상징하고 있다. 파딩턴은 조상의 오랜 기억인 ‘마우리(mauri)’를 간직하고 있는 이 목걸이에 주목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티키(tiki)’는 최초의 인간이자 신성한 존재를 의미하는데, 그 의미처럼 목걸이도 마치 작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다. 파딩턴은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흑백을 이용해 연옥으로 조각된 작고 평범한 장신구가 아닌 강력한 힘을 가진 영적 존재로 이 목걸이를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또 다른 현대미술 작품으로는 그렉 세무(Greg Semu)의 연작 고귀한 야만인의 전투(The Battle of the Noble Savage)가 있다. 이 작품은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의 의뢰로 제작되었으며, 전투에 참여한 마오리 ‘전사’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듯하다. 어두운 밀림 배경과 인물들은 오세아니아의 문화를 반영하지만, 구도나 의상은 이 장면이 실제가 아닌 허구임을 암시한다. 고전적인 식민지 시대 회화를 연상시키는 이 연작은, 마오리족을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존재로 바라보던 서구의 고정관념을 회화 형식을 빌려 비판한다. 세무의 작품 속 인물들이 착용한 정교한 사모아 타타우(문신) 갑옷은 작가의 개인적, 문화적 서사를 드러내며, 섬세하게 구성된 장면과 연극적인 색채는 태평양 사람들을 기록하는 데 사진이 사용되었던 역사적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좌) 피오나 파팅턴, <헤이 티키의 계보 - 레벌레이션 2002>, (2002), 바리타지 인화(전시: 디지털 프린트), 뉴질랜드 정부 기증 |
(우) 그렉 세무, <고귀한 야만인의 전투> 중 일부, (2007), 전시용 디지털 프린트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는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오세아니아 문화의 핵심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깊은 인상을 남긴 전시였다.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세아니아의 전통과 세계관을 조명하며,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처럼, 현대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삶과 정체성의 중심에 문화를 두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나’라는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 문화적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정체성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와 전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또한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겨온 오세아니아 사람들의 세계관은 오늘날의 우리가 환경과 공동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전시는 문화, 정체성, 자연, 공동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 전시 정보
전시 제목: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전시 기간: 2025.4.30 - 9.14
전시 장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요금: 성인 5,000원 / 청소년, 어린이 3,000원 

* 이미지 출처
Disney: 
https://princess.disney.com/moana?image_id=g_moana_15_17699_06c0daa1_92c79268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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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YOON_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