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Twitter

Artlecture Blog

Artlecture Post

Artlecture Band

Artlecture Main

서울을 기록하는 천 개의 시선 - 천 개의 카메라 | ARTLECTURE

서울을 기록하는 천 개의 시선 - 천 개의 카메라


/Art & Preview/
by 최다운
서울을 기록하는 천 개의 시선 - 천 개의 카메라
VIEW 581

HIGHLIGHT


“카메라는 기록한다. 천 개의 카메라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도 서울을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이라 하니 언뜻 객관적으로 들린다. ‘보이는 그대로’를 남겨 주는 사진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연 ‘객관적인’ 기록이란 것이 존재할까? 나와 다른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각자가 처한 “사실들의 별자리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했던 존 버거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열 명이 모여 서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섞여 든 내 사진, 나만의 ‘주관적인’ 기록이 이 도시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충실한 현실 재현과 기록성은 카메라라는 기계 장치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의 가장 큰 두 가지 특징입니다. 이는 사진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1839년 이후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사진만이 가진 이 두 가지 특성 - 정확히 묘사하는 힘과 기록의 힘이 결합하면서 카메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시대의 풍경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하여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머나먼 땅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현장이나 인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오지를 기록하는 일도 의미 있지만, 지금 여기,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을 기록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필자에게는 스무 살 이후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울이 그런 곳입니다. 몇 년 전부터 틈이 날 때면 발길 닿는 대로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만 특별한 목적이나 방향성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내가 지내는 곳의 풍경을 남겨둔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전시포스터 ©후지필름/류가헌



한국 후지필름에서 사회 공익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하는 <천 개의 카메라>는 기수마다 열 명씩의 작가가 참여하여 서울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종로와 을지로(1기), 명동과 남산(2기), 북촌과 광화문/서촌(3기) 일대를 중심으로 한 작업이 끝났고, 현재 용산과 이태원, 이촌 일대를 기록할 4기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하이 아마추어부터 취미 사진가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은 한국 대표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 작가의 지도 아래 약 세 달에 걸쳐 수업과 촬영, 작품 셀렉을 하고, 전시회와 포토 파티 행사로 직접 기록한 서울의 모습을 선보이게 됩니다. 



포토 파티 초대장 ©후지필름/류가헌



필자는 지난 8월부터 프로그램 3기 멤버로 참여하여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일면을 담았습니다. 주제 및 촬영 지역 선정부터 최종 이미지 셀렉, 전시에 걸 작품 고르기까지 사진 프로젝트의 A부터 Z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은 필자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이전까지의 사진 작업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였습니다. 특별한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르던 습관을 버리고, 풍경을 조금 더 곱씹으면서, 눈앞의 장면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도 되었고요. 다른 참가자들 또한 평소에 찍던 스트릿 스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저 관광지로만 알았던 동네의 역사와 현재의 변화까지 다양한 자료를 공부하며 자신이 맡은 구역을 기록했습니다.




전시 도록 일부 ©후지필름/류가헌




프로그램 이름 <천 개의 카메라>는 이 프로젝트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를 잘 드러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양각색의 작가가 기록한 서울의 모습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시선, 다양한 순간, 다양한 사진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필자가 전시를 준비하며 쓴 짧은 작업 노트의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천 개의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모인 사십여 명의 사진가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프로젝트가 어떤 서울의 모습을 남기게 될지 상상해 보는 일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카메라는 기록한다. 천 개의 카메라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도 서울을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이라 하니 언뜻 객관적으로 들린다. ‘보이는 그대로’를 남겨 주는 사진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연 ‘객관적인’ 기록이란 것이 존재할까? 나와 다른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각자가 처한 “사실들의 별자리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했던 존 버거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열 명이 모여 서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섞여 든 내 사진, 나만의 ‘주관적인’ 기록이 이 도시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시 도록 ©후지필름/류가헌



각주.

1) <천 개의 카메라> 3기 전시, 작가 노트, 최다운.

참조.

* 11월 말부터 시작할 <천 개의 카메라> 프로그램 4기 인원 모집은 신청 시작 후 채 5분이 되지 않아 마감되었다고 합니다. 한국 후지필름(공식 명칭: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주))에서는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니, 혹시 이번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기셨다면 홈페이지(https://fujifilm-korea.co.kr/)의 공지를 주시하시길 바랍니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최다운_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뉴욕, 사진, 갤러리>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