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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들의 현대 미술관 | ARTLECTURE

패션 브랜드들의 현대 미술관

-‘퐁다시옹 루이뷔통(Foundation Louis Vuitton)’,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퐁다시옹 까르띠에(Foundation Cartier)’-

/Site-specific / Art-Space/
by 김가희
패션 브랜드들의 현대 미술관
-‘퐁다시옹 루이뷔통(Foundation Louis Vuitton)’,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퐁다시옹 까르띠에(Foundation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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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 사회와 그리고 예술가와 소통한다.
패션의 도시 파리에는 패션 브랜드들이 세운 ‘미술관’이 있다.
그들이 현대 미술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미술관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파리의 미술관 하면 먼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를 떠올린다. 이곳들을 각각 고전 미술, 인상주의, 1914년 이후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유럽 예술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파리를 찾는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끄는 미술관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퐁다시옹 루이비통(Foundation Louis Vuitton)’,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퐁다시옹 까르띠에(Foundation Cartier)다. 명품에 관한 관심도 소비도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인 한국에는 익숙한 브랜드로, 이곳은 명품 브랜드가 세운 ‘미술관’이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20년에 문을 연 피노 컬렉션은 유럽에서 가장 핫한 미술관으로 떠오르며 오늘까지도 방문객들의 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흔히 명품 그룹 계 양대 산맥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LVMH)’과 구찌, 발렌시아가, 생로랑, 보테가 등 명품이 속해있는 ‘케어링(Kering) 그룹’을 라이벌처럼 비교하고는 한다. 각각 그룹을 세운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와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는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두 그룹을 최정상에 올려놓은 회장님들이자 높은 안목을 지닌 아트 컬렉터들이다. 럭셔리 브랜드 분야에서도 라이벌이었던 그들은 미술관 건립에도 경쟁 구도를 낳는데, 바로 ‘퐁다시옹 루이비통’과 ‘피노 컬렉션’의 이야기다.




퐁다시옹 루이비통

Foundation Louis Vuitton

 


퐁다시옹 루이비통 / 출처 – 퐁다시옹 루이비통 공식 사이트 (https://www.fondationlouisvuitton.fr)



1800년대 트렁크로 브랜드의 역사를 시작한 루이비통은 프랑스 최초의 브랜드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 루이비통을 포함한 모엣샹동, 헤네시 등 브랜드들까지 합병해 현재 LVMH를 만든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1949년 프랑스 출생)는 피노보다 더 이른 2014년에 미술관 건립에 성공하는데, 이곳이 바로 파리 16구 블로뉴 숲(Bois de Boulogne) 속에 위치하고 있는 ‘퐁다시옹 루이비통'이다. 범선을 형상화한 이 놀라운 건축에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Museo Guggenheim Bilbao)을 지었던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참여했다. 이 건축은 12개의 유리 돛으로 덮여있는 범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




“I dream of designing, in paris, a magnificent vessel symbolizing the cultural calling of france” - Frank Gehry

“나의 꿈은 프랑스의 깊은 문화적 소명을 상징하는 웅장한 선박을 파리에 설계하는 것입니다.” - 프랑크 게리




프랑크 게리가 짓고 아르노가 진두지휘하는 이 범선은 그의 인터뷰 말처럼 ‘대중과 대화하고 예술가와 지식인에게 토론과 성찰을 위한 새로운 공간(Un espace nouveau qui ouvre le dialogue avec un large public et offre aux artistes et aux intellectuels une plate-forme de débats et de réflexion)’이 되었다.


퐁다시옹 루이비통은 개관 이래로 아르노의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상설전 외에 다른 미술관에서는 엄두 내기 어려운 ‘시추킨(Chtchoukine) 컬렉션’, ‘모로조프(Morozov) 컬렉션’과 같은 유명 컬렉터들의 소장품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샬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전’과 ‘시몬 한타이(Simon Hantaï) 전’ 같이 현대 예술의 주역을 조명하는 전시와 오늘날 예술씬을 보여주는 ‘중국 예술가 전’, ‘아프리카 누보 아틀리에 전’ 등을 흥행시키며 파리 현대 미술의 중심지 역할을 해오고 있다.


퐁다시옹 루이비통에서는 올해 4월 5일부터 8월 28일까지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의 전시(Basquiat × Warhol, à quatre mains)’가 개최된다. 소개되는 300여 점 작품 중에서 80여 점은 바스키아와 워홀이 공동 작업이며, 일부는 프랑스에서 처음 전시되는 작품들이다.


주소 8 Av. du Mahatma Gandhi, 75116 Paris

공식 사이트 https://www.fondationlouisvuitton.fr




부르스 드 코메르스 - 피노 컬렉션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파리 피노 컬렉션 건물 내부 / 출처 – 피노 컬렉션 공식 사이트 (https://www.pinaultcollection.com)



케어링 그룹을 설립했던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1936년 프랑스 출생)는 1980년대부터 작품을 수집하며 안목이 뛰어난 컬렉터로 알려지기 시작해, 1998년에는 미술품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을 인수하면서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되었다.


아르노보다는 늦게 미술관 부지 확보에 성공한 그는 파리의 도심인 레알 지구(Les Halles)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짓는다. 그런데 미술관을 처음부터 새로 지은 것은 아니었고 파리의 옛 상업 거래소(Bourse de Commerce)를 리모델링해 전시장으로 만든다. 그는 파리 미술관 개관에 앞서 2006년 이탈리아 베니스에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와 2009년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를 개관했는데, 이때 함께 했던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를 다시 파리로 부른다.



“La disposition spatiale de la Bourse de Commerce est conçue pour provoquer un dialogue tendu et plus subtil entre le nouveau et l’ancien.” - Ando Tadao

“파리 상업 거래소의 공간 구성은 새로움과 과거의 긴장되고 미묘한 대화를 위해 고안되었다.” - 안도 다다오



건축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작업이라고 했던 안도 다다오의 말처럼, 그는 옛 상업 거래소 내부 구조를 살려 프레스코화 위 유리 돔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게 하면서 아래에는 노출 콘크리트 벽을 세우며 새로운 현대 미술의 전당으로 재탄생 시켰다.


피노의 컬렉션에는 국적과 인종 등 경계가 없으며, 그래서 메시지 또한 파격적이다. 대표적으로 피노 컬렉션 개막전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인종 차별과 같은 사회문제를 꼬집는 데이비드 해몬스(David Hammons)의 작품이나, ‘예술의 영원성’, ‘소유’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밀랍 조각을 전시하기도 했다.



“À la faveur de l’ouverture d’un nouveau lieu de présentation de ma collection à la Bourse de Commerce, au cœur de Paris, une nouvelle étape est franchie dans la mise en œuvre de mon projet culturel : partager ma passion pour l’art de mon temps avec le plus grand nombre.” - François Pinault

“.. 내 문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있어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내 시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 프랑수아 피노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던 피노는 30살이 되고 나서 처음 미술관에 갔다고 한다. 기업을 이끄는 성공적인 오너가 되었던 그는 인상파 작품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열정적으로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항상 예술이 던지는 메세지에 주목했고 빠르게 매료되었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삶의 변화도 느꼈다. 그가 자신의 컬렉션을 세상에 공개한 이유도 그렇다. 공유를 통해 대중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퐁풍전야 전 다이애나 세이터 작품 / 출처 – 피노 컬렉션 공식 사이트 (https://www.pinaultcollection.com)




피노 컬렉션에서는 올해 2월부터 9월 11일까지 ‘폭풍전야(Avant l’Orage)’ 전이 진행 중이다. 인간이 만들어온 진보가 가져온 기후 변화와 현재 생태계에 관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다이애나 세이터(Diana Thater),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로버트 고버(Robert Goder), 루카스 아루다(Lucas Arruda) 등 예술가들의 작업이 소개되고 있다.


주소 2 Rue de Viarmes, 75001 Paris

공식 사이트 https://www.pinaultcollection.com/




퐁다시옹 까르띠에

Foundation Cartier

 


퐁다시옹 까르띠에 / 출처 - 퐁다시옹 까르띠에 공식 사이트 (https://www.fondationcartier.com)




세계적인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는 1984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을 설립하면서 신진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시설이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멀지 않은 라스파일 대로에 옮겨지며,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에 의해 새로운 건물이 지어진다. 장 누벨은 파리의 아랍문화원(Institut du Monde Arabe)과 아부다비에 위치한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을 건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 누벨이 참여한 퐁다시옹 까르띠에 건축은 철과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해 외부에서도 실내가 그대로 보이고, 유리로 풍경이 반사되어 주변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2007년 이불 전시 풍경 / 출처 - 퐁다시옹 까르띠에 공식 사이트 (https://www.fondationcartier.com)




까르띠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새로운 예술가들을 발굴하며 지원해왔다. 대표적으로 피에릭 소랑(Pierrick Sorin), 마크 뉴슨(Marc Newson), 론 뮤익(Ron Mueck) 등이 소개됐고, 2007년에는 한국 예술가로 이불의 개인전이 개최되기도 했다. 사실 까르띠에를 거쳐 간 젊은 예술가들은 너무 많아 한번에 나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파브리스 이베르 전시 풍경 / 출처 - 퐁다시옹 까르띠에 공식 사이트 (https://www.fondationcartier.com)




올해 4월까지는 프랑스 예술가 파브리스 이베르(Fabrice Hyber)의 ‘계곡(The Valley) 전’이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이름이 생소한 파브리스 이베르는 자연, 경제, 산업, 과학 등 다방면에 관한 관심으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을 오가는 다양한 작업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 60여 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캔버스는 칠판과 같다’라고 했던 그의 철학을 반영해 하나의 ‘교실’처럼 만들어졌다. 전시장 곳곳에 책상과 의자를 두며, 방문객은 학생이 그의 작품들은 칠판이 된다.



“Ce qui est important dans une école selon moi, plus qu’apprendre des choses, c’est apprendre à les regarder, à observer comment elles évoluent.”

“내 생각에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그것을 관찰하고 어떻게 진화하는지 관찰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 파브리스 이베르



그 외 파트너 학교들과 공동 운영으로 레지던시 수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형태로 야간 수업도 제공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측정, 과일, 신체, 날씨, 스포츠, 게임, 소화 등의 주제로 예술가가 작품에서 제시한 가설을 검증하게 된다. 모든 영역을 예술로 끌어들였던 이베르의 철학을 담아 전시를 하나의 수업으로 탈바꿈시키며, 단순한 후원을 넘어 작업 구상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재단 사이에 진정한 파트너십이 발현되고 있었다.


주소 261 Bd Raspail, 75014 Paris

공식 사이트 https://www.fondationcartier.com



패션 브랜드가 탄생시킨 세 개의 미술관을 통해 각자가 현대 미술에 가지고 있는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 기업의 소극적이었던 후원이나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졌던 문화예술지원의 형태가 진정한 공존과 협업의 형태로 확장되어왔고, 그 중심에는 이곳 세미술관이 있었다.

만약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국립과 시립미술관들도 좋지만, 자본의 향기가 나는 이 미술관들도 꼭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만큼 대중의 전시 관람 환경 조성에 돈을 아끼지 않는 기업 미술관의 배려 속에서 한 개인(혹은 기업)의 취향을 넘어서 현대 미술의 최신 트렌드를 읽게 될 것이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김가희_프랑스에서 공부 후 현재는 한국에서 강사와 문화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