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이별을 겪는데, 이별은 연인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에서 겪거나 이사나 이민 등으로 자신의 거처가 옮겨질 때도 발생한다. 그리고, 2년간의 짧은 이별, 남자친구나 아들 군대 보내는 여인들이 겪는 이별도 있다. 오늘은 자신의 가족과 고향을 떠나 새 삶을 시작하게 되는 조선이 아닌 중국의 옛 그림 속 왕소군이라는 미녀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한 원제 때 이야기다. 황제에게는 궁녀가 많았다. 하도 많아 황제는 궁녀를 다 알 수 없었다. 화공 모연수에게 그림으로 궁녀를 그리게 했다. 그중에 소군도 있었다. 궁녀들은 앞다투어 뇌물을 주어 자신을 아름답게 그리게 부탁했다.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서. 왕소군은 뛰어난 미녀였지만 곧은 성품을 지녔던 것 같다.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고, 모연수는 그런 소군을 추하게 그렸다. 당연히 추하게 그려진 왕소군이 그 많은 궁녀 중에 황제 눈에 들일이 없었고, 황제는 흉노에게 왕소군을 시집보내기로 한다. 흉노에게 시집갈 소군을 황제가 보게 됐을 때 모연수는 엄청난 화를 당하게 된다. 소군이 뛰어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모연수는 참형을 당하고 왕소군은 고향을 떠나게 된다. 여리디 여린 한 여자가 무겁고 무거운 조국의 명운을 짊어지고 오랑캐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1) 소군은 중국의 4대 미녀로 손꼽히는데 그중 양귀비나 달기처럼 정치에 희생된 것이 아닌 거의 유일한 미녀이다. 그것은 왕소군의 품성에서 기인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림의 제목은 <소군출새도>이다. 고향과의 이별그림이다. 고향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왕소군의 마음은 어땠을까. 몹시도 두렵고, 아련했을 것 같다.
우리가 이별을 하면 유난히 하는 행동 중 하나는 이별노래를 듣는 것이다. 누군가 대신 내 이별을 노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이별노래를 듣게 한다. 홍지윤(1970~)의 <슬픔이여 떠나라>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미인도취> 전시에서 처음 접했다. <미인도취>라는 전시는 전통의 현대성을 고민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모은 전시였다. 더불어 미인美人에 대한 전시였다. <슬픔이여 떠나라>는 가사와 감정은 슬픈데, 멜로디는 신난 90년대 케이팝 같은 느낌을 준다.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꽃과 새가 여인을 아름답게 장식해 줘서 그런걸까? 여인의 미소 때문일까? 떠난 님을 이토록 담담하게 노래할 수 있으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까? 모를 일이다. 각자의 아픔이 다르니..
1) 임태승, 『아이콘과 코드-그림으로 읽는 동아시아 미학범주』, 미술문화, p.105.
홍지윤 <슬픔이여 떠나라>, 2007, 장지에 수묵, 210*150cm.
비단욱, <소군출새도> (고국의 떠나는 소군), 淸, 비단에 채색, 144*41.8cm,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