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없는 메신저 대화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삐삐시절부터 카카오톡까지 이모티콘의 세계는 확장되었고 우리는 이모티콘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모티콘은 얼굴 표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문자로 현대의 상형문자로 보기도 한다. 원래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채팅 등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주였다.

그렇다면 ‘이모지’는 무엇일까.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지만 요즘에는 경계의 구분 없이 주로 ‘이모티콘’으로 통칭하여 불린다. ‘이모지’의 원래 개념은 일본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스마트폰 및 PC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그림 문자로 일반적으로 문자를 조합해 사용하는 이모티콘과는 달리, 그림 형태의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이모지는 메신저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말이 필요 없는 상징적인 언어로서 이모지는 의사소통 방식의 경계를 허문다.
이모티콘과 이모지, 그리고 이보다 더 원초적인 의미로 들어가면 그사이에 ‘픽토그램’이 존재한다. 픽토그램은 그림을 뜻하는 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사물, 시설, 행위 등을 누가 보더라도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림문자이다. 어떠한 장소나 의미를 가장 핵심적인 요소만을 뽑아 간단하게 그린 픽토그램을 사용하면 문자와 언어를 모르더라도 모든 사람이 알아볼 수 있다. 픽토그램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림 하나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이나 유명 관광지, 공공장소에서 많이 사용된다.
프라이부르크 <Museum für Neue Kunst> 현대 미술관에서는 이것들을 담은 전시를<Piktogramme, Lebenszeichen, Emojis: Die Gesellschaft der zeichen>, <우리의 사회를 표시하는 그림문자: 픽토그램, 삶의문자, 이모지>라는 제목으로 개최했다.
<어떤 종류의 “문자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요?>

픽토그램의 뿌리는 1920년대 독일 라인강 연변의 지명인 Rheinland에 있는 혁명적인 예술 집단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소위 “쾰른 진보주의자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데 이 예술 집단은 사회적 정의를 위해 노력하며 더 많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사회 질서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현재 현대판 픽토그램의 창시자들은 유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개별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을 포기하는 대신에 “일반적인” 특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Otto Neurath(1882-1945)는 셀 수 있는 픽토그램으로 “변형” 시켜 사회경제적 구조와 과정을 분석하여 이해하기 쉬운 도표로 볼 수 있게 “번역”했다. 그는 색칠된 그림으로 무역과 경제, 원자재, 자산 분배, 아동 사망률 등 통계 자료를 이미지화했다. 이후 그를 대신해 Gerd Arntz가 1928년에 정교한 기하학과 형식적인 단순성으로 현대적인 픽토그램을 디자인했다. 그림 벽화가 있을 때부터 인류는 그림문자를 사용해 왔다. 그림 벽화와 같은 기록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문화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그림문자는 계속해서 발전했지만 이렇게 현대적인 픽토그램이 생겨난 것이 바로 1920년대다.

비엔나 최초의 현대 픽토그램이 탄생한 지 40년이 지난 후 Otl Aicher (1922-1991)는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위한 문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명확하고 완벽하게 기능적인 Aicher의 픽토그램은 다양한 스포츠 분야와 국제 대회 운영 체계의 일부가 되었다. 그의 픽토그램은 개방적이고 보편적인 이해와 개념을 추구하기에 스포츠뿐만 아니라 건축부터 안내원, 입장권까지도 아우르며 지금까지 그의 픽토그램은 공식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픽토그램은 그림의 모양새나 특징이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화장실, 식당,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의 픽토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정한 기준에 맞추어 사용하고 있지만 Aicher의 픽토그램 같은, 즉 국제올림픽경기대회 종목을 의미하는 픽토그램은 국제표준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필요한 기준에 맞추어 스포츠 종목을 표현한다.
<2065년까지 우리는 모두 LoCoS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림 디자이너인 유키오 오타(Yukio Ota)는 Lovers Communication System의 약어인 LoCoS의 개발자이다. 그의 시스템은 국경과 언어 장벽을 넘어 쉽게 배울 수 있고 같은 언어권이 아니지만 LoCoS를 잘 아는 사람은 서로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다. 그는 그림을 통해 다른 언어로 작성되어야 할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며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어떤 교육을 받든, 가능한 한 빨리 이미지 문자를 이해할 수 있는 픽토그램을 만들어 냈다. 글씨보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빠른 경우에는 이와 같은 픽토그램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비상구 픽토그램은 긴급하게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 문자이기 때문에 비상구로 정해진 장소에는 언제나 비상구 픽토그램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초록색 바탕에 사람이 뛰어가는 모양의 픽토그램을 만들어 낸 이가 유키오 오타이다.
<3,000개 이상의 이모지>

2021년 현재에는 3,000개 이상의 이모지가 있다. 이러한 이모지라는 단어는 앞서 설명했듯이 일본어에서 그림을 뜻하는 ‘이’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가 합쳐진 신조어다. 2009년부터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각각의 이모지에 유니코드 번호(예를 들어, U+1F92F)를 부여했다. 따라서 이모지는 그래픽 설계에 따라 모양이 조금은 서로 다르더라도 거의 모든 유니코드 지원 단말기에서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pple 휴대폰에서 지원하는 이모지, 삼성에서 지원하는 이모지, 페이스북에서 지원하는 이모지 등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형태로 소통의 큐피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이모지들은 사물의 가시성과 표현에 대한 협상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동물, 과일, 야채, 스포츠는 물론이고 사람의 감정, 소외된 집단, 성별도 마찬가지로 협상 과정을 통해 업데이트된다. 그중에서도 피부색, 나이, 질병, 여성/남성/다양성, 주거, 음식 등의 표현 방법 및 여부도 사회 정책적 문제 중 하나이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92%가 이모지를 사용한다고 해도 소수의 전문가만이 어떤 이모지를 업데이트시킬지 결정한다. 매년 평균 243개의 새로운 이모지가 추가되는데 이것은 언어를 디지털화하는 조직인 유니코드 컨소시엄에 의해 결정된다. 누구나 새로운 이모지를 제안할 수 있지만, 최종 투표는 유니코드 배심원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들과 협력하여 결정한다. 그렇지만 이모지를 쓰는 건 우리 자신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네덜란드 이모지 전문가 리리안 스톨크(Lilian Stolk)는 이모지 투표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을 통해 어떤 이모지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투표할 수 있으면 이 투표로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 https://www.emojivoter.com/vote : 이모지 투표 앱)
코로나로 인해 멀어진 거리만큼 온라인상에서의 거리는 좁아졌다. 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모지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이모지에 담아 전달하고 때로는 이모지 속에 우리의 진실한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다양해진 이모지의 선택지만큼 다양해진 자유와 평등, 권리의 틈에서 자신의 감정과 속마음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앞으로 이모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아닐까. 그 어떤 것보다 종족, 인종, 성별 간의 평등을 담아내고 있는 현재의 이모지를 자유의 틈바구니 속에서 악용하지 않고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