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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올라가-임동식: 자연적 태도가 발화하여 수행되고 기록되기까지 | ARTLECTURE

일어나-올라가-임동식: 자연적 태도가 발화하여 수행되고 기록되기까지


/Art & Preview/
by 주예린
일어나-올라가-임동식: 자연적 태도가 발화하여 수행되고 기록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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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자연을 그린 화가, 자연에 회귀한 예술가. 자연 미술가로 불리는 임동식을 수식하는 타이틀은 그를 ‘자연 친화적인 예술인’ 정도로 비추지만, 그의 넓은 예술 스펙트럼을 포괄하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일어나올라가임동식》 전시는 자연을 모체로 삶을 영위하고, 삶이 곧 예술이 된 작가 임동식의 생애 전반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완성을 목표하는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를 위한 사전작업이기도 하며, 꼼꼼한 기록 분류를 통해 작가의 생애를 돌이킨다. 전시는 작가의 생애를 관통하는 ‘자연적인 태도’가 분화한 경로를 시간 순서대로 추적하고, 다시 최근 작업에서 초창기의 작업을 돌아보는 것으로 생애 전체를 통합한다. 작가는 생애 전반의 여러 시도와 여정을 통해 종합적인 예술관을 구축했고, 이 글 또한 작가가 생애를 종합한 방법을 따라 작품을 다시 돌이켜보려 한다.

자연--예술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통합

1975년은 야외를 향한 관심이 발아한 시기였다. 작가는 실현되지 못한 야동인 작품전을 위한 리플렛과 한국미술청년작가회 1회 야외작품을 위한 캠핑의 기록에서 그가 야외현장에서 느낀 태초의 생명력에 관해 언급했다. 이때 작가는 직접 야외현장으로 나갔고, 그의 관심은 자연에서 소재를 찾는 것보다는 자연과 관계하는 방식에 있었다. 야외에서 깨달은 생의 기운은 그가 실내를 박차고 나간 태도와 연결된다. 작가는 70년대 한국 미술계에 대해 주체적 사고방식이 결여된 가운데 외국 화단의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성급함, 그리고 창작보다 인적 집합 중심의 기회주의가 판을 친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한국 화단의 수동적인 현실에 대한 회의감 속, 자생적인 미술을 실현하려는 열망은 바깥을 향하는 발걸음을 낳았다. 그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자연을 소재로 캡처하는 서양의 시선과 다르다. 대상을 프레임에 가두는 대신 작가는 직접 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는 것으로 예술실천을 이어갔다. 전시의 첫 번째 주제, “몸짓이 시작된 것이다.

임동식의 몸짓은 자신의 몸과 야외현장의 여러 형태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그가 30여 년간 몸담았던 그룹 야투(Field Shot)’의 기조 역시 실내 중심의 미술 행위를 야외로 전환하며 기존의 방법론을 확장하고 재해석하는 것에 있었다. 야투의 기조를 실천하며 작가는 일례로 인간의 삶과 꽃들의 삶이 분리되면서도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고를 시도했다. 수직적 이성체계에서는 불가능한 결합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직접 자연에 나가 동화되는 경험을 중요시했다. 동화하는 몸짓은 그가 여러 차례 물가에서 자신이 비친 모습을 들여다보거나, 풀숲을 건너고 그 속에 들어앉는 등의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야투에서 시작해 함부르크 유학기를 거쳐 말년에 다시 공주로 돌아오며, 몸짓은 초창기 퍼포먼스로 수행된 것이 다시 드로잉으로 기록되고, 이후 기록된 드로잉과 기억을 바탕으로 회화로 재정리된다. 퍼포먼스-드로잉-회화를 관통하는 몸짓은 자연과 일맥상통하는 삶의 태도를 의인화한 것들이다. 이런 그의 태도는 구체적인 삶의 방식으로도 이어졌으며, 유학을 마친 후 작가는 공주 원골마을로 돌아와 예술작업과 농사일 거리를 동일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원골마을로 돌아온 작가는 꽃을 손수 심고 집을 짓는 등, 문명사회 이전의 삶의 방식을 이어가는 마을 공동체의 삶에서 예술의 근원을 찾는다. 작가는 1993년부터 10년간 원골 주민들과 함께 예술과 마을이라는 마을 미술제를 진행하며 농사짓는 일상과 예술이 감응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한다.

 


풀잎과 마주한 생각, 1988, 문서 4점 중 1, 29.5×21 cm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풀잎과 마주한 생각, 1992-2018, 캔버스에 유채, 91×116.8 cm, 정지욱 소장. 사진: 스튜디오엔아이엔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풀잎과 마주한 생각, 2005, 캔버스에 유채, 182×227 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이쯤에서 몸짓과 태도가 변해온 여정을 정리하면, 초창기 야투 시절 야외를 향했던 발돋움은 미술계에 대한 제도 비판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 몸짓은 실내에서 자연을 내다보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관계를 맺는 것에 집중했다. 작가는 풀 속을 거닐고, 그 속에 앉아 사유하며 몸과 자연과 사유가 관계 맺는 장면을 담는 것에 집중하고, 그 과정을 면밀히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가의 신체가 직접 등장하는 초창기 퍼포먼스는 그의 자연주의적 태도를 전면에 드러내는 정치적인 행위였다. 이후 작가는 함부르크 유학기를 거치며 강한 정치성을 잠시 내려놓고, 한발 물러나 공감각적으로 자연과 관계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는 일상의 소리, 자연의 소리를 채집한 후 음반으로 정리했던 작업 음의 윤회(1987), 사인펜, 붓과 같은 그림 도구가 종이와 마찰하며 생기는 소리를 청진하고 다시 소리를 따라 드로잉 한 음향 드로잉과 같은 시도로 이어졌다. 이전에 작가가 자연에 직접 발 들이는 것을 공존과 합일로 생각했다면, 이 시기에는 한발 물러나 자연을 듣고, 그리는 근원적인 미술 행위를 검토하며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돌아본다. 이후 유학을 마치며 돌아온 공주 원골마을에서의 행보는 자연 합일적인 삶의 태도와 예술을 통합하는 계기가 되었고, 작가는 다시 한번 자연주의적 태도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직접 행동하고 발악하던 퍼포먼스 몸짓은 한 발 떨어져 사유하는 몸짓으로 전환된 후, 마지막에는 자신의 태도를 일상으로 실천하며 일종의 수행적 태도, 삶의 방식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몸짓이 곧 태도이자 발언이며, 그것이 삶과 일치하며 자연주의는 태도에서 출발해 세계관으로 종합된다.


퍼포먼스-사진,드로잉-회화의 유기체적 연결

자연주의로 관철시킨 몸짓은 작가의 삶의 태도이자, 구체적인 예술실천 방법이 된다. 임동식 작업의 바탕이 된 초창기 퍼포먼스는 작가의 태도가 가장 명료하게 드러난 행위였다. 따라서 초기 퍼포먼스를 기록해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고, 퍼포먼스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여러 형태의 기록물을 낳았다. 먼저 진행한 퍼포먼스를 사진으로도 기록한 후 다시 드로잉으로 옮기거나, 퍼포먼스를 위한 준비를 여러 방식의 드로잉으로 남기기도 했다. 서로 다른 매체 간의 긴밀한 호흡은 작가의 다양한 시도를 하나의 발언으로 아우른다. 임동식 작업에서 매체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은 자칫 낭만에 그칠 수 있는 자연주의적 태도를 실천적인 행위로 옮겨놓는다. 같은 소재의 작업을 여러 차례 다시 반복하는 것은 그리 새로운 방식이 아니지만, 임동식 특유의 방식으로 퍼포먼스와 기록, 그리고 이를 다시 회화로 엮는 과정은 기존 미술 작업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관계로서의 사실회화 단상시리즈는 실재와 허상에 관한 퍼포먼스, 기록, 드로잉 연작이다. 연작에 등장하는 비둘기는 작품의 소재이자 작품의 일부이고, 궁극적으로 작가의 자연주의적 태도를 완성하는 키스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최초의 퍼포먼스에서는 바닥에 비둘기를 그려놓고 실제 비둘기가 모여들기를 기다리며 촬영했고, 이 대목에서 작가가 실재와 허상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우선 바닥에 그려 넣은 허구의 비둘기는 인위적인 예술행위의 결과인데, 다소 도식적인 비둘기 그림으로 실제 비둘기를 호객하려는 시도는 어딘지 허무맹랑해 보인다. 실제 비둘기가 비둘기 그림 곁에 모여들 때야 작업이 완성되는데, 이 허무맹랑한 시도가 완성되기까지는 장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유머러스한 그림에 무척 진중한 기다림이 더해져 실제 비둘기가 날아들 때, 실재와 허구의 관계가 성립한다.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는 실재와 허구의 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둘이 양립할 때만 완성된다. 자연의 개입을 필연적으로 전제하는 작업은 작가가 초창기 직접 자연으로 들어갔던 행위를 뒤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몸짓으로 자연에 직접 개입하던 이전과 달리, ‘그림이라는 문명적 행위를 통한 간접적인 개입으로 자연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작가는 이제 퍼포먼스의 주체를 비둘기에게 내어주고, 한발 물러나 지켜보는 관찰자의 위치에 서 있다.

 

*키스톤: 돔형 천장의 맨 위 중심 돌을 가리키는 건축용어에서 유래하며, 사안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이르는 말이다.

 


1983년 함부르크에서의 관계로서의 사실회화 단상-비둘기사진, 12.5×17.5 cm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관계로서의 사실회화 단상-비둘기아카이브 (드로잉), 1984

이미지: 기자 직접 촬영

 

1984년 함부르크에서의 관계로의 사실회화 단상-참새사진, 8.5×12.5 cm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그림과 살아있는 새로 매개한 퍼포먼스는 다시 종이 위에서 드로잉으로 변주되고, 이때 기존의 그림과 실제 자연의 위치가 역전된다. 문명의 종이는 퍼포먼스가 수행되던 대지를 대신하고, 화면 가운데 그려진 빵을 향해 모여든 새는 화면 안에 갇히며 다시 납작한 그림이 된다. 이렇게 자연과 그림을 도치하는 시도는 시리즈의 다른 작업에서도 이어졌다. 시리즈의 다른 작업 관계로의 사실회화 단상-참새에서도 실제 퍼포먼스 현장에 꽃과 돌을 놓은 후, 촬영한 사진 위에 다시 실제 새와 꽃의 이미지를 기록하며 자연의 몸짓을 그림으로 전환한 시도를 볼 수 있다. 퍼포먼스와 사진기록, 그리고 드로잉 안에서 새와 그림(문명)의 선후 관계는 줄곧 바뀌지만, 결국 새가 날아들 때 세 단계의 작업은 비로소 하나로 엮인다. 관계로서의 사실회화 단상 시리즈는 작가가 자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자연과의 거리를 확보한 뒤 다시 자연이 그 빈자리를 메우며 완성된다. 한편, 한발 물러나 관찰자의 위치에 선 작가는 또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었는데, 새로운 시각은 1975 안면도 꽃지 해변 전국광의 수평선 작업을 그리다, 일어나, 올라가와 같은 최근의 회화작업으로 이어진다.

 

 

1975 안면도 꽃지 해변 전국광의 수평선 작업을 그리다, 2019-2020, 캔버스에 유채, 130.5×162 cm,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작가는 과거 동료가 바위에 수평선을 그은 퍼포먼스를 최근 회화로 다시 옮겼다.

 

 

일어나, 2019-2020, 캔버스에 유채, 104.5×149 cm,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보도자료


올라가, 2019-2020, 캔버스에 유채, 104.5×149 cm,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이미지: 기자 직접촬영

: 일어나, 올라가역시 각각 과거의 퍼포먼스를 다시 회화로 옮긴 작업이다. 두 회화는 작가의 에 대한 의지가 생애 전반에 이어져온 것을 집약하는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도 사용되었다.

 


최근 작가는 과거의 자신이 행한 퍼포먼스를 다시 회화로 옮겼다. 자신의 작업을 다시 회화로 읽는 태도는, 마치 자신이 주체였던 퍼포먼스를 벽에 걸고 바라보는 것과 유사하다. 작가의 관찰자적인 태도를 고려할 때, 최근의 회화는 작가가 스스로 작품과 동일시하고 다시 멀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끈질긴 아카이브를 이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초의 퍼포먼스에서 작가 주체와 몸짓이 하나였고, 이후 약간의 거리를 두고 몸짓을 넘겨주었다면, 이제 작가는 완전한 관찰자이자 아키비스트가 되어 작품에서 떨어져 나온다. 회화로 옮겨온 퍼포먼스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충동적인 힘은 희석되어 흐릿한 풍경으로 남았다. 바위에 수평선을 긋는 퍼포먼스 작업을 회화로 옮기며 작가는 화폭 위에 수평선을 덧그린다. 덧칠함으로써 다시 과거의 퍼포먼스 위에 물감층을 얹어 기존 작업을 수정한 것이다. 한편, 작가의 자연주의적 태도를 고려할 때, 작업을 덧칠하는 행위는 단순한 수정작업 이상으로 볼 수 있다. 임동식의 작업은 보통의 완성되어 종료된 미술 작품과 달리, 퍼포먼스가 다시 사진기록, 드로잉으로 전환되며 진행 중인 상태로 존재한다. 단순한 기록 방식과 다른 작가 특유의 아카이빙은 퍼포먼스에서 드로잉으로, 회화로 탈바꿈했고, 다시 덧칠하며 완성을 유보한다. ‘진행형의 작업은 유기체의 일생에 빗댈 수 있는데, 덧칠 행위는 끝난 작품을 미완으로 돌려놓으며 그것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가장 최근의 회화까지 오며 작가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덧칠하며 과거의 문제를 현재로, 죽은 퍼포먼스 기록을 현재의 일로 불러온다. 제도권 밖으로 나가 자연의 방식을 수용한 작가는, 결국 자신의 작업을 생명체로 돌려놓으며 임동식 특유의 자연주의적 태도로 작업을 아우른다.

 

발화-기록-아카이브로 이어지는 생애의 종합

앞서 야동인 리플렛, 야투의 결성부터 함부르크 유학기를 거쳐 다시 원골마을로 돌아온 최근 회화까지 임동식의 작업 생애를 돌아보았다. 임동식에게 몸짓은 하나의 발화였다. 최초의 발화는 정치성이 강한 퍼포먼스로 입을 떼었고, 몸짓에 대한 치밀한 기록은 다시 사진, 드로잉으로 전환되며 발화의 폭을 넓혔다. 작가는 온몸으로 발화하고, 한발 물러나 자신의 자신을 돌아보며 몸짓을 종합한다. 자연주의적 태도를 관철시키는 발화, 몸짓은 퍼포먼스에 대한 집요한 기록이자 재정리로 이어져 거대한 전시 아카이브로 집대성되었다. 2020 일어나올라가임동식전시에서는 작가와 여러 큐레이터, 연구원이 함께 작업 생애를 돌아보며 아키비스트 임동식의 면모를 부각했다. 작가의 태도에 따라 변해온 작업의 생장은 이제 함께한 이들의 입으로 전해진다. 몸짓을 종합한 임동식의 아카이브 과정은 서울시립미술관 아카이브 스토리로 정리되었다. 1231일까지 이어지는 오프라인 전시는 문을 닫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를 통해 거리 둔 채 이야기를 이어가길 바란다.

 

전시 휴관 후 공개된 아티스트 토크 영상


실물 전시에도 포함된 아카이브 스토리시리즈 첫편


<참고> 

1) 1975년 미실현 기획 《야동인 작품전》 리플릿 초안, 《일어나올라가임동식》 전시 리플렛 중 인용, (2020, 서울시립미술관)

2) 《일어나올라가임동식》 전시 리플렛, (2020,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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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앞의 글

5) 앞의 글

6)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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