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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정하는 사물들 | ARTLECTURE

나의 애정하는 사물들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Art & History/
by 박재은
Tag : #미술, #동시대, #역사, #소비
나의 애정하는 사물들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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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지금도 옷가게를 지나가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예쁜 장신구를 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현대를 소비사회라고 하지만, 옛날에도 물건에 대한 애착은 선비들에게도 있었다.

나는 옷과 장신구를 좋아한다. 탕진잼 이라고 할까? 돈이 있으면 내 마음에 흐뭇한 물건을 꼭 사고야 만다. 물론 돈이 많지 않으니 자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옷도 싼 것이 많다. 그 물건들이 이제 방안에 가득하다. 어떤 순간은 값있고 좋은 것을 아주 가끔 사서 오래 쓰고도 싶으나 그런 생각은 잠시 머물다 간다. 요즘은 물건들이 좋아져 비싸지 않아도 내눈에는 너무 예쁘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다. 물론 이런 물건 사는 재미는 물건을 볼 때, 살 때, 그 다음에 집에 와서 그 물건을 가지고 즐길 때 잠깐이다. 가끔 내가 산 물건이 예쁘다고 관심을 받거나 할 때는 조금 더 그 즐거움이 오래 지속된다.

코로나가 오기 전 작년 겨울이 올 무렵 예쁜 퍼코트를 하나 사고 싶었다. 인터넷을 아주 오래 뒤지다 마음에 드는 것을 두벌 샀는데, 두벌 모두 실패했다. 하나는 아직도 비좁은 옷장을 차지하고 있고, 하나는 환불을 받았다. 환불 받을 때 너무 큰 부피에 퍼코트를 담는것도 일이라 신랑의 도움을 받았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미안해. 자기가 힘들게 번 돈인데, 내가 이렇게 써버려서.” 신랑은 괜찮다고 개의치 않았고, 나는 잠시 내 소비습관이 문제인가? 생각하다 그 전의 패턴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나는 지금도 옷가게를 지나가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예쁜 장신구를 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현대를 소비사회라고 하지만, 옛날에도 물건에 대한 애착은 선비들에게도 있었다.


<고사인물도> (부분), 열 폭 병풍 가운데 두 폭, 종이에 채색,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대표적으로 책가도가 그렇고 <고사인물도>에도 선비의 애착하는 사물들이 등장한다. <고사인물도>의 (부분)을 보면 시종과 어른 남성이 보인다. 이 남성은 임포라는 사람인데, 송나라 때 인물이다. 매화와 학을 좋아해서 곁에 두고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임포를 둘러싼 사물들은 간소해 보이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물들이 모두 있어 보인다. 작은 상위에 붓과 필통, 몇가지 사물들이 보이고 임포가 좋아했다는 학과 매화가 화면 앞에 있다. 임포같이 고결하고, 혼자 있길 좋아할 것 같은 사람도 시종이 함께 있다. 적적하진 않을 듯 싶다. 강세황이 그린 <청공도>역시 은일隱逸한 선비의 간소한 사물들이다. 애착하는 사물들을 수평으로 모아 놓았다. 강세황에게 있어 ‘청공’이란 《한정록閑情錄》에서 허균許筠이 언급한 것처럼 산에 은거하여 생활할 때 필요한 일용품이나 잠자리 또는 음식은 세속과 매우 다르다는 뜻이었다.1) 옛 그림을 보면 은일자가 좋아하는 몇 가지가 나온다. 한가한 생활, 자연, 벗, 그리고 애착하는 사물들이다. 임포가 좋아했다는 매화는 탈속적 삶을 산 조선의 화가 조희룡도 매우 애착하던 사물이였다. 종합해 보면 은일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몇가지를 가지고 삶을 꾸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세속의 번잡함을 걷어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몇가지와 함께하는 생활! 당연히 여유로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강세황, <청공도>, 18세기, 비단에 수묵, 23.3*39.5cm, 선문대학교 박물관.


동시대 미술에서 윤정미는 아이들의 소지품 색상으로 성을 구분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윤정미의 작업에서 생각나는 것은 색깔이 말해 주는 우리 사회 성별의 고정됨과 핑크를 좋아하는 남아의 소외이다. 이렇게 방안 가득한 사물을 보니, 세대가 내려 갈수록 사물에 집착하는 강도가 세진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의 사물에 대한 집착을 귀신같이 닮은 내 딸도 생각나는 사진이다.

윤정미, <지유와 지유의 핑크색 물건들>, 2006, 가변 크기, 라이트젯 프린트.


참고문헌

송희경, 『아름다운 우리 그림 산책 – 선비정신, 조선회화로 보다』, 태학사, p.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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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재은_나에게 옛 그림은 글을 쓰기 흥미로운 주제이다. 전통의 현대성을 화두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