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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 | ARTLECTURE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


/Art & History/
by 안초이
Tag : #현대, #음악, #예술, #우연, #일상, #악보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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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전위예술 운동의 이러한 행보들은 예술적 관점의 틀이 되는 고정관념에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라는 제목을 단 현재의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은 사조(思潮)로서 계승됐습니다. 현대 예술은 전통의 기준과 관념을 단절하고 새로운 것을 모험하는 실험적 예술로 창조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파격적인 행위 자체에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마주하는 삶의 우연은 우리가 놓쳐버린 일상적인 것들이 예술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1.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


곱씹어보면 음악으로 희비를 느낀 경험이 많습니다. 음악은 소리 이상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본질에서 감정의 기반이 마련돼야 하지만, 음악은 감정을 극대화하고 정신을 자유롭게 합니다. 너도나도 따라 부르는 유행가에 심취하기도 하며 팝송과 클래식, 재즈 같은 음악의 다양성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다른 예술과도 마찬가지로 음악은 음 하나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지만 틀린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난해한 현대음악이라도 말입니다.

 

미국의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델로니어스 몽크는 잘못된 음이란 없다. 어떤 음이 다른 음보다 더 잘 맞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성에서 찾는 취향과 기호가 상대적으로 모두 달라 섬세하며 철학적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인간은 태어나 자장가 혹은 동요 같은 것으로부터 선율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익힙니다. 음악은 예술가의 정신을 표현하는 추상화된 예술 형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로부터도 폭넓은 애정을 받아왔습니다. 추상화된 형태에서 아름다움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 오래전부터 음악을 연구하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였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작곡가는 이 세상의 가장 내면적인 본질을 보여주고, 그의 이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가장 깊이 있는 지혜를 드러낸다라며 음악의 형이상학적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라고 말합니다. 자연과 악기, 사람과 기계, 단수와 복수, 단음과 복음(複音)에 따라 많은 스타일이 존재하고 끝없이 파생되며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합니다. 매체를 통해 이미 접한 음악이 있지만 처음 접하는 음악도 있습니다.


음악 분야 중 클래식은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음악가들이 구축해 온 예술이 산물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클래식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했습니다. 9세기경 종교 음악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지만, 익숙해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음악은 누군가에게 살짝 스치듯 지나가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 1910년대 / 사진 출처 : www.senar.ru/photos


 

24살에 큰 기대감을 부푼 채 교향곡 1번을 작곡한 청년이 있습니다. 이 교향곡 1번은 발표되자마자 평단의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세자르 큐이라는 러시아의 한 작곡가는 이 교향곡이 마치 이집트의 10가지 재앙을 묘사한 것 같다라며 지옥의 음악학교에서나 칭송받을 음악이다라고 말했습니다(1). 기대와 실망은 언제나 떨어지지 않는 법. 심리학의 대립 과정 이론에서 사람은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정서를 동시에 그것도 연이어서 느낀다고 합니다. 기대하면 할수록 실망 또한 비례하며 발생하게 됩니다.


실패다운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자 청년은 엄청난 슬럼프에 빠집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판받는 시기에 사촌과 결혼했다가 러시아 정교회(2)의 비난을 받아 우울증을 얻어 3~4년간 아무 곡도 작곡하지 못했습니다. 이 청년은 바로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로 청년에게 희망과 기대를 준 것이 음악이었다면 아픔과 좌절 고통을 준 것도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아픔을 겪은 그가 어떻게 그 후에 역작을 내어줄 수 있는지 일생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주치의 니콜라이 달을 만나 자기 암시 기법으로 3달가량 치료를 받아 극복하게 됩니다. 니콜라이 달은 당신은 곧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할 것이며, 그 곡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라고 계속해서 말해주었습니다. 그 기법은 좋은 결과를 얻어 우울증을 치료했고 주치의 니콜라이 달에게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헌정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대중들에게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2011년 호주 라임라이트 잡지가 현존하는 유명 피아니스트 100명에게 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뽑는 설문을 조사했는데 라흐마니노프가 1위를 했습니다(3).


2015KBS 클래식FM 홈페이지에서 한 설문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선정되었습니다(4).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피아노 / 베를린 필하모닉 관현악단


 

장중하고 행진곡 같은 이 곡이 연주되면 피아노 건반이 부드럽게 움직이다 어느새 격정적으로 변하며 다채로운 흐름과 함께 여러 악기가 호흡합니다. 건반을 쓸어내리는 선율 그 속에서는 태풍을 만나기도 하고, 꿈속을 걷는 듯한 환상에도 젖습니다. 그의 일생을 훑으면서 몹시 아픔에 공감하고, 그럴만하다고 다독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한 고통만큼 성장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저 사랑만 받고 자라고 싶고 실패 없는 성공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우리는 조금 아파보기도 하고 고통을 겪어도 보면서 인생을 마주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예술을 비판한 이에게 더 성장한 예술을, 더 아름다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음악과 행위의 경계를 넘어


현대음악은 대중에게 긍정 혹은 부정적인 의견을 떠나 관심이 덜한 것은 사실입니다. 현대미술은 점 하나 찍고 몇십억 받는다고 왈가왈부하는 일말의 관심을 받기야 하는데 현대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음악은 현대미술보다 경제적으로 가치를 구체적으로 매기기 어렵고 금전적인 부분으로 구설수가 상대적으로 없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피아노 전공인 친구의 정기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가 현대음악(피아노)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듣기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흥얼거릴 수 있는 가락과 음악을 경청하는 내 감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중음악의 존재로 현대음악은 우리에게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현대음악은 사조를 이해해야 작품을 어느 정도 감상할 수 있고 논문 같은 경직된 분위기 또한 주기 때문에 대중이 현대미술처럼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대음악은 듣기 좋은 것이 아닌 학술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조지 크럼의 나선은하 모양 악보



슈토크하우젠의 <세 명의 연주자를 위한 레프레인>


 

어쩌면 현대음악의 일부 악보는 현대미술의 도화지를 펼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현대 음악가 조지 크럼의 악보는 우주의 느낌을 내고자 나선은하 모양으로 악보를 제작했습니다. 독일의 클래식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또한 아방가르드 경향으로 그린 악보를 통해 연주자가 독자적으로 작품의 진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매번 곡이 다르게 울리는 방식으로 연주됩니다.

현대음악을 듣는 것은 마치 현대미술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어떤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433>, 표지, 1952 / 존 케이지


<433>, 악보, 1952 / 존 케이지


 

현대음악으로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곡 하나가 있습니다. 그저 4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존 케이지의 연주하지 않는 연주, <433>라는 곡은 아무 악기로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연주가 없기 때문입니다. 퍼포먼스를 선보인 그 당시 관중은 당황했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전위음악이 되었습니다.


존 케이지는 이런 논란에 대해 공연에서의 연주는 실존했으며 침묵 같은 것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1악장에서는 콘서트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 2악장에서는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3악장에서는 청중이 웅성대며 걸어 나가는 소리를 들었고 곡 전체가 흥미로운 소리로 가득 찼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연히 들려오는 소리와 자신의 고동이 음악이 된다고 말하며 무작위 상태, 즉 자연스러운 소리 또한 음악의 한 구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우연성 음악(Aleatoric Music)’ 또는 불확정성의 음악(Indeterminacy Music)’이라고 말합니다. ‘우연성 음악(Aleatoric Music)’이란 주사위를 뜻하는 라틴어 알레아(Alea)’에서 유래되었으며 전통적인 음악의 틀과 추상에서 벗어나 작곡 또는 연주에 우연을 도입하여 불확정성을 추구하는 음악을 일컫습니다. 우연성 음악은 현대음악이 지나치게 추상화되거나 정밀하게 구성된 음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했습니다.


전위예술 운동의 이러한 행보들은 예술적 관점의 틀이 되는 고정관념에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라는 제목을 단 현재의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은 사조(思潮)로서 계승됐습니다. 현대 예술은 전통의 기준과 관념을 단절하고 새로운 것을 모험하는 실험적 예술로 창조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파격적인 행위 자체에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마주하는 삶의 우연은 우리가 놓쳐버린 일상적인 것들이 예술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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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ergei_Rachmaninoff#cite_note-58 

(2) 기독교의 일파 중 하나.

(3) 출처 : https://www.limelightmagazine.com.au/features/the-10-greatest-pianists-of-all-time/

(4)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031628431&code=960313#csidx5e1fcdd05431cda9b890e7411db53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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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초이_철학, 예술, 문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나는 내가 사라지기 전에 사고(思考)를 행위(行爲)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