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인가를 본다는 행위는 정확히 말하면, 어떤 물질 또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빛에 의해 반사된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대상물들의 특징은 모양과 색 그리고 표면의 질감 정도로 요약될 텐데,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아마도 색이지 않을까요?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관찰할 경우라면 모양 역시 색만큼이나 대상을 구분하는 주요한 특징이겠지만 원거리에 있는 물체를 보게 되면, 모양은 색만큼 그 차별적 요소를 구분해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 색들의 기본이 되는 삼원색에 관해서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영상이나 인쇄의 경우에는 빛의 3원색인 RGB (Red, Green, Blue)나 인쇄잉크의 기본 안료인 CMYK(Cyan, Magenta, Yellow, and Black)을 뜻하겠지만, 여기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미술에 관련된 일반적인 색들이니, 몬드리안이 선택한 3원색인 Yellow, Red, Blue에 관해서 차례대로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마침 미술 관련 잡지에서 Color of the day란 토픽으로 작품들을 골라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Yellow 편에는 다음 4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아이슬란드 작가 Olafur Eliasson의 <Gravity stairs>입니다.

아마 이 사진을 보시면서 "아! 이거구나"하시던지 또는 "어! 이거 어디선가 본 듯한데" 하시는 분들 꽤 있으실 텐데요, 2014년 리움에 설치된 작품입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리움 홈페이지에 있는 설명을 보면
"자연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온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태양, 물, 이끼, 안개, 비, 무지개와 같은 자연의 현상 그 자체를 다룬다. 작가는 도시의 사람들이 날씨와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방면에서 도시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만 제대로 지각하지는 못하는 자연과 매우 유사한 물리적 현상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작품으로 연출한다. 2003년 테이트 모던에 설치한 <날씨 프로젝트>로 명성을 얻었으며, 미술관 공간뿐 아니라 실제 삶의 공간으로까지 그 실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LED로 형상화된 태양계 행성들은 천장과 전면의 거울로 인해 완결된 구형으로 보이지만 사실 절반 혹은 4분의 1만 실재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거울과 거울에 반영된 관람자의 모습으로 관계의 미학을 형성했던 엘리아슨의 대표작 <날씨 프로젝트>를 환기시키며 관람자를 작품의 세계 속으로 몰입시킨다. 거대한 태양을 비롯한 행성들의 위치는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관람자는 다른 행성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리움의 자신감이 좀 떨어져 보입니다. 자꾸 2003년을 언급하고 있네요. 물론 올라푸르 엘리아손이 테이트 모던 2003년 설치 작품 <The Weather project>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기 시작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한데, 이 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2003년 'Unilever'후원으로 이루어진 테이트 모던의 작품은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자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Weather' 였기 때문입니다.

Tate의 홈페이지에 작품의 기획의도를 설명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영국인들에게 날씨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에서 시작해서, 각 도시별로 날씨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테이트 모던에서 설치된 작품에는 안개처럼 습기가 피어오르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점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우리는 즉 리움은 그들의 복도에 우주를 재현하고 싶었는지가 설명이 되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설치 작품들은 대부분 commission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니, 즉 주문자의 의도에 따라 미술가가 어떻게 미학적으로 그것을 구현해 나가는 가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일 텐데요 (그 유명한 시스틴 성당의 천지창조를 미켈란젤로가 '나는 천지창조를 꼭 저기에 그릴 거야'라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즉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작가가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 내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리움의 설명을 보면반대로 작가가 하고 싶은 것이 마침 그 복도에 알맞은 아이디어라서 한 것 아니야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동대문 DDP가 우리가 요구한 것을 자하 하디드가 구현한 것인지, 자하 하디드가 하고 싶었던 것을 우리가 수용한 것인지 많이 헷갈리는데, 요즘 들어 동대문에 뜬금없이 놓여져 있는 그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점점 더 자하 하디드가 하고 싶었던 것을 우리가 엉겹결에 끌어 안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 건물 자체의 미학적인 의미를 떠나서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괴기한 형상이 되어 버리는 느낌은 저에게만 드는 것일까요? )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보면, 태양계를 구현한 작품답게 'Yellow'색상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런던 테이트에 설치된 작품이 사진으로 보면 좀 더 오렌지 느낌이 강한데, 그렇다면 여명에 떠오르는 태양의 느낌이 더 부여된 것일까요?
사실 리움에 설치된 작품의 색은 자연 속의 태양계라는 느낌 보다, 뭔가 사원이나 조용한 기도원 같은 특수한 공간 속에 우주의 기운이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매일 우리 곁에 (사실은 우리가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 텐데) 존재하는 그렇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신비한 기운들, 뭔가 우리가 초월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동양적인 관점의 종교에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신비한 힘에 대한 인식이나, 거대한 우주 안에 미약한 스스로의 존재감을 인지하는 것 등이 중요한 특이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움의 작품은 오히려 그런 관점으로 개별 관람자들이 빛의 환영이 만들어 내는 가상의 천체 속에서, 실재와 실체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하는 계기 그리고/또는 나의 내면적 자아라는 것에 대한 이해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존재는 진정한 나인지 아니면 지금 이 복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의 생각이 만들어 내는 환영에 불과한 것인지 같은)의 공간이 되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잡지에서 두 번째로 제시한 작품은 아래의 점박이 호박입니다.
유명한 Yayoi Kusama의 <Yellow Pumpkin>이죠.

회화가 아닌 설치나 조각의 경우에는 작품 자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에 더해, 그 작품이 놓여 있는 공간과 작품이 함께 만들어 내는 이미지 역시 상당히 중요한데, 이 사진은 그 두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야오이 쿠사마는 1994년 처음으로 공공장소에 그녀의 호박 설치를 시작하며, 사진에 등장하는 나오시마 섬의 작품이 그 첫 번째 스타트입니다.

낮과 밤의 이미지가 무척이나 다른데, 밤이 되면서 변신하는 호박의 이미지에서 누군가는 신데렐라를 태우러 온 멋진 마차의 이미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뚜껑이 열리며 핼러윈의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공포의 이미지가 보일 것만 같은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호박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을 하고 있는데요.
""I love pumpkins, because of their humorous form, warm feeling, and a human-like quality and form. My desire to create works of pumpkins still continues. I have enthusiasm as if I were still a child.”
그렇다면 아마도 작가의 눈에는 신데렐라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나 봅니다.

세 번째로 선정된 작품은 Dale Chihuly의 <Sol De Citron>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저는 처음 접한 작가라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처음 사진으로 보고는 재료가 뭘까 궁금했었는데, 입으로 불어서 유리를 만드는 glass 작가였습니다.

어쩌면 예술과 상업 사이의 경계면에 서 있을듯한 작품들인데, 대중적인 인기는 실제로 보면 아마도 잡지에서 뽑은 4명의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반응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정된 Yellow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Dan Flavin의 <Untitled>입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아트의 개척자 중 한 명이라고 하는데, 역시 (저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다양한 형태의 형광등 (형광 물질이 들어간 다양한 형태의 유리관)을 이용해 공간에 빛을 부여하는 작품들을 하고 있습니다. 빛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직접적인 빛과 공간에 흩어져 만들어 내는 잔영의 교차가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초에 개념을 창안했을 당시의 아이디어는 대단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공간과 빛이 주는 환영에 대한 효과는 James Turrel이 저에게 준 인상이 워낙 압도적이었던 탓인지 이 작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인상은 약간은 철 지난 SF를 보는 느낌입니다.

제임스 터렐은 국내에서는 <뮤지엄 산>에서 보실 수 있죠. 특히 주말에만 예약으로 진행되는 일몰 프로그램은 그가 추구하는 빛에 대한 느낌을 가장 정확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사전 정보가 부족해서 추운 날에 간 탓에 미술관에서 준 핫팩을 등에 깔고 누워서 뻥뚤린 하늘을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트 잡지에서 고른 Yellow와 관련된 작품들을 살펴보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저 같은 올드 스쿨에게는 노랑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역시 반 고흐의 <해바라기>입니다.
<해바라기>를 아주 좋아하는 지인 덕분에 런던의 National Gallery와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을 다 찾아서 보고 왔던 기억이 노랑색의 밝고 따뜻한 느낌으로 떠오릅니다.
National Gallery
Van Gogh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