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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까 한쯜로바, 예술가의 시선 | ARTLECTURE

이트까 한쯜로바, 예술가의 시선


/People & Artist/
이트까 한쯜로바, 예술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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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까 한쯜로바(Jitka Hanzlová)는 옛 공산권 국가인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입니다. 한쯜로바는 이십 대 초반인 1982년에 서독으로 정치적 탈출을 감행하였고, 그 후 독일 에센(Essen)에서 사진과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뒤 지금까지 그곳에 살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익숙했던 조국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하게 된 경험은 사진 작업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1989년 ‘철의 장막’이 무너진 뒤 찾은 체코의 고향 마을에서 작업한 프로젝트 <로키트닉(Rokytnik)>(1990-1994)이 그 시작입니다. 고전적인 초상과 풍경사진 형식을 쫓으면서 담은 사람과 장소의 풍경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영원할 수밖에 없는 ‘고향’을 탐구합니다. 작가는 프레임을 통해 그곳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좇았습니다. 




이미지 01. Jitka Hanzlová, Untitled, 1993 / from the series: Rokytnik, 1990-1994, C-print, Courtesy of the artist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이미지 02. Jitka Hanzlová, Untitled, 1993 / from the series: Rokytnik, 1990-1994, C-print, Courtesy of the artist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로키트닉>에 이어서 작업한 <주민들(Bewohner)>(1994-1996)은 당시 작가가 지내고 있던 에센과 베를린 등지의 도시에서 찍은 겁니다. 역시 초상과 풍경, 일상의 사물이 뒤섞인 이미지는 한쯜로바가 느끼는 고독과 상실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려고 애쓰던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고향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과 풍경을 담은 <로키트닉> 프로젝트의 대척점으로 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미지 03. Jitka Hanzlová, Untitled, 1994 / from the series: Bewohner, 1994-1996, C-print, Courtesy of the artist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이미지 04. Jitka Hanzlová, Untitled, 1996 / from the series: Bewohner, 1994-1996, C-print, Courtesy of the artist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장소와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한쯜로바의 탐구는 <여기(Hier)>(1998, 2003-2010) 프로젝트로 연결됩니다. 이전의 두 프로젝트가 사람과 장소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좁은 관점의 탐구였다면, <여기> 프로젝트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이 만든) 문명 사이의 관계를 바라봤습니다. 이 작업에서 작가의 카메라를 통해 만난 세상에 비판적인 시선을 던졌습니다. 거대한 교각 밑에 쓸쓸히 서 있는 소의 모습은 사람이 만들어 낸 풍경 뒤로 사라지고 있는 건 무언지 곱씹어 보게 만듭니다. 




이미지 05. Jitka Hanzlová, Untitled, 1998 / from the series: Hier, 1998, 2003-2010, C-print, Courtesy of the artist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이미지 06. Jitka Hanzlová, Untitled, 1998 / from the series: Hier, 1998, 2003-2010, C-print, Courtesy of the artist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한쯜로바는 또 다른 프로젝트 <숲(Forest)>(2000-2005)에서는 낭만적인 어감을 간직한 ‘숲’의 다른 얼굴을 찾으려 했습니다. 영원, 기억, 환상을 오가는 듯한 프레임 속 풍경은 숲이 품고 있는 수만 가지의 표정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을 좇아 시작한 이 작업에서도 여전히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시선(생각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경험은 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만 생각해 만드는 작업과 직접 보고, 느꼈던 것에 기반하여 창작하는 작업은 사진작가의 시선이 닿는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시절, 체제의 억압을 피해 낯선 곳으로 탈출을 감행했던 한쯜로바의 시선은 이후로 계속 그때를 돌아보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알려진 동유럽 출신 사진작가의 작업은 어떠한지 이번에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이미지 07. Jitka Hanzlová, Untitled, 2005 / from the series: Forest, 2000-2005, C-print, The ALBERTINA Museum, Vienna © Jitka Hanzlová / Bildrecht, Vienna 2025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최다운은 이미지를 만나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읽는데 흥미를 갖고 있으며, 뉴욕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탐방기인 『뉴욕, 사진, 갤러리』(2021)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