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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그물, 장식부터 행위까지. | ARTLECTURE

공예의 그물, 장식부터 행위까지.


/Art & History/
by 유영
Tag : #예술, #장식, #공예
공예의 그물, 장식부터 행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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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공예는 오랫동안 장식적이고 비순수한 예술로 간주되며 고급예술과 대비되는 위치에 놓여 왔다. 그러나 미술공예운동, 페미니즘 미술, 민예 담론 등 다양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공예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사회적 실천과 문화적 발화를 담는 매개로 재조명되었다. 한국에서도 공예는 일제강점기 민예론과 이후의 제도화를 통해 문화산업의 일환으로 편입되었으며, 동시에 공모전과 박물관 제도 속에서 예술로 기능해왔다. 오늘날에는 디지털 기술과 지역 공동체 협업이 더해지며, 공예는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공을 연결하는 복합적인 시각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공예는 이제 하나의 틀로 정의할 수 없는 유연한 그물망처럼, 다양한 층위를 가로지르며 의미를 생성해 나간다.

공예란 무엇인가? 자주 고급예술의 대조되는 기표로 사용되는 ‘공예(Craft)’는 흥미로운 논의로 짜여있다. 장식예술부터 사회적 실천까지 공예가 맞부딪히는 논점들을 더듬어 나가보자. 쟁점에 느슨하거나 단단히 얽힌 공예의 그물은 시간과 장소에 직조되어 재구성되어 왔다.

공예의 대표적인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장식'이다. S.K 틸야드는 20세기 윌리엄 모리스를 중심으로 한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에서 “장식”이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 중 하나였다고 설명하며, 장식 개념이 공예의 핵심 축임을 강조한다.(1)

미술비평가 로저 프라이는 장식을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색채와 형식의 관계 속에 정동을 담는 매개로 보았다. 이처럼 장식으로서의 공예는 사실의 재현과 순수한 형식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William Morris, Trellis Wallpaper, 1862

© Gillian Naylor, William Morris by Himself: Designs and Writings



비평가 그린버그에 이르러서는 회화에서 장식적 요소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더욱 뚜렷해진다. 이와 관련해 노르마 브루드는 추상미술의 미학이 여성의 수공예를 ‘장식’으로 치부하며 이를 저급하게 여겼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각에 맞서 1980년대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은 공예를 대항의 수단으로 주목했고, 미리엄 샤피로의 작품처럼 자수와 방직 기법을 통해 여성의 역사와 목소리를 표현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구 미술사에서 공예가 순수/실용, 공적/사적, 남성/여성의 이분법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Miriam Schapiro, Wonderland, 1983, acrylic, fabric and plastic beads on canvas, 90 x 144 1⁄2 in. (228.6 x 367.0 cm.),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Gift of an anonymous donor, 1996.88



일본의 경우,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예' 개념을 중심으로 전통 민속공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서구 근대화 담론에 맞선 문화적 반향으로 풀어냈다. 한국의 공예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공예는 ‘(1)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 (2)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직물, 염직, 칠기, 도자기 따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라 정의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식 정의와 함께, 공예(工藝)가 앞서 언급한 시간과 장소의 역사적 맥락과 관계를 주고받으며 탄생하였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을 것이다. 한국 공예는 단순한 제작기술을 넘어 근대성과 제도화의 역사를 품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론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미술을 논하는데 지배적 권위를 가졌다.(2)

그의 <조선현대민예전>은 근대 공예계의 제도화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유강열과 같은 인물들에게 이어졌다. 유강열과 같은 일본 유학파 공예가들은 공예를 지역을 기반한 문화산업으로 여기며 이를 현대화하여 예술적,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이어서 국립박물관의 연구소 활동에서부터 현대공예와 공예 제도 구축이 이뤄지게 된다.(3)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의 공예는 대학과 공모전이라는 두 가지 맥락에서 통용된다.

한편, 다른 축에서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 국무성 산하의 국제협력처(ICA)가 후진국의 산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치한 ‘한국공예시범소’는 당시의 공예 인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축이다. 이 기관은 미국의 디자인 회사인 스미스 셔 맥더모트사(Smith, Scherr & McDermott Industrial Design)를 시행주체로 삼아 서울 태평로에 개소했으며 전통 수공예 중심이던 공예 환경에 근대적 산업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적용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와 같은 한국 공예의 개념을 고려할 때, 공예는 한국 근대기의 문화 산업과 미술 제도의 발생을 생생히 보여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처럼 공예는 문화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신소재 매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어, 고전적 공예 기법과 현대 디자인, 즉 인공성을 결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4)

이러한 변화는 전 지구화의 화두 속에서 공예가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시각문화로서 방증한다. 더불어, 지역 사회와 협력한 공예 프로젝트와 페스티벌이 활성화되면서, 공예를 통해 공동체와 지역적 정체성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부각되어 왔다. 이와 같이 공예는 미술계 내부의 실용과 순수성의 대비의 논쟁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층적 운동성으로 직조되고 있다.

이러한 얼개 속에서 공예는 장식이라는 틀을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하며, 독자적 움직임으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최근 관련 전시 


<손으로 빚어낸 팔레트>

전시기간 2024.10.31~2025.05.02

전시장소 서울공예박물관 전시2동 공예아카이브실


공예는 기능을 넘어, 작가의 감각과 시간, 태도가 드러나는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번 서울공예박물관 전시는 ‘색’을 중심으로 공예가의 사고와 실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물질 위에 구현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자, 염색, 유리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세 명의 공예가는 자연에서 얻은 색을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에 반영하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시편과 재료, 작업 노트를 함께 소개합니다. 색은 이들에게 장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감정과 기억, 자연과의 관계를 담는 수단이 됩니다. 관람자는 공예가들이 쌓아온 시간과 과정의 흔적을 따라가며, 각각의 색이 가진 맥락과 결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미술과 장식(2)”, 이선영, www.daljin.com.

김주옥. (2024). 인류세 시대 공예예술의 인공성에 관한 연구: 예세니아 티보-피카조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사연구, 56, 211-236.

박남희. (2020). 1950-70년대 한국 공예계 지형과 제도: 유강열의 예술 욕망과 공예계 제도들. 미술사학보,(55), 73-100.

주성옥. (2011).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론과 오리엔탈리즘. 美學(미학), 68, 35-66.


각주

1) “미술과 장식(2)”, 이선영, www.daljin.com, (25.03.23.).

2) 주성옥. (2011).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론과 오리엔탈리즘. 美學(미학), 68, 35-66.

3) 박남희. (2020). 1950-70년대 한국 공예계 지형과 제도: 유강열의 예술 욕망과 공예계 제도들. 미술사학보,(55), pp.78-83.

4) 김주옥. (2024). 인류세 시대 공예예술의 인공성에 관한 연구: 예세니아 티보-피카조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사연구, 56, 21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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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