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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고 불완전한 생명의 미학 | ARTLECTURE

덧없고 불완전한 생명의 미학

-《마이크로버스》, 카트린 링커스도르프 개인전, 산지 갤러리 - 24.09.07~10.10 -

/Art & Preview/
덧없고 불완전한 생명의 미학
-《마이크로버스》, 카트린 링커스도르프 개인전, 산지 갤러리 - 24.09.07~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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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때로 ‘이제 새로운 사진은 없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대상’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파인아트 사진에는 이 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파인아트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며 ‘아무도 찍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상상력 가득한 예술가에게 해당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링커스도르프의 상상력은 이를 증명합니다.

  •   이미지 01. 《마이크로버스(Microverse)》 전시 전경.

기술은 사진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사진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작품이 예술가의 계획과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팔판동 산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카트린 링커스도르프(Kathrin Linkersdorff)의 개인전 《마이크로버스(Microverse)》도 기술, 과학이 예술가의 호기심과 만나면 얼마나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링커스도르프는 항생제의 원료가 되는 박테리아를 식물에 배양해 몇 달이 지난 뒤 변화한 모습을 찍었습니다. 식물, 토양의 박테리아, 부패와 발효, 실험용 페트리 접시와 몇 개월의 시간, 그리고 현미경 사진으로 완성한 <마이크로버스> 시리즈는 가까이서 보면 작은 꽃들이 무한대로 피며 퍼져 나가는 것 같고, 조금 떨어져서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실험실 샘플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무한한 색이 더해진 페트리 접시 하나하나가 예술 창작을 위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마이크로버스> 이미지의 흥미로운 점 또 한 가지는 사진의 소재를 작가가 직접 만들었지만, 아마도 그 결과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창작 과정에 불확실성이 끼어들었고, 이는 카메라가 포착할 장면이 어느 정도 우연에 의해 탄생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시에 걸린 또 다른 작업 <페어리(Fairies)> 시리즈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몇 달에 걸쳐 꽃을 건조하며, 특수한 기법으로 완벽하게 색을 뺀 뒤 다시 짙은 농축 색소를 입히는 과정을 기록한 작업입니다. 


완벽하게 건조되고, 본디 색이 빠져나간 꽃잎은 거의 투명해져서 잎맥까지 보일 정도로 얇아졌습니다. 이를 특수한 액상에 넣은 뒤 희고 검은 배경에서 찍은 사진에는 꽃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작가는 여기에 짙은 색소를 풀어 넣었습니다. 옅은 바람에 나풀거리는 드레스 자락처럼 풀어져 가는 색소가 꽃을 감싸면 그대로 몽환적인 한순간이 됩니다. 작가는 꽃에서 색을 빼고, 다시 입히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 사이 순간순간을 기록했습니다.

링커스도르프는 <페어리> 시리즈에서 퍼져 나가는 “색소가 자신만의 꽃잎을 그리며, 스스로 새로운 꽃이 된다. 그래서 어떤 것이 원래의 꽃이고, 어떤 것이 색소인지 구분할 수 없다(they fomred their own petals, became new flowers, and you can’t tell which is flower and which is pigment.)”1)고 표현했는데요. 색과 형상이 분리된 두 개의 꽃이 탄생한 것 같기도 하고, 시리즈 제목처럼 꽃의 요정이 튀어나올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 ‘이제 새로운 사진은 없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대상’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파인아트 사진에는 이 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파인아트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며 ‘아무도 찍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상상력 가득한 예술가에게 해당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링커스도르프의 상상력은 이를 증명합니다. 

링커스도르프는 원래 건축 엔지니어인데 일본 유학을 하며 덧없음과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와비사비(Wabi-sabi)”의 철학에 빠져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식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에 선보인 시리즈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 있는 미생물학 과학자들과 협업하여 문자 그대로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산지 갤러리 전시장에서는 <마이크로버스> 시리즈, <페어리> 시리즈, 그리고 꽃에서 색을 빼는 과정을 포착한 <Florisensen> 시리즈를 만날 수 있으며, 색소가 들고 나는 시간을 기록한 영상 작업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각주.

1.https://galeriemagazine.com/photographer-kathrin-linkersdorff/


참고 자료.

  • ArtSpeak, 카트린 링커스도르프 뉴욕 요시밀로 갤러리 전시 기사, 2023,  https://www.artspeak.nyc/home/2023/9/4/kathrin-linkersdorff

  • 작가 홈페이지: https://www.kathrinlinkersdorff.com/


  •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최다운_이미지를 만나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읽는데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으며, 뉴욕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탐방기인 『뉴욕, 사진, 갤러리』(2021)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