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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필요한 순간 -상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2 | ARTLECTURE

상상이 필요한 순간 -상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2


/Picture Essay/
by youwallsang
Tag : #상상, #감상, #탐색
상상이 필요한 순간 -상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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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도시를 다시 상상하다Re-Imagining the City>, 성남문화재단×왕립예술대학, 2024.7.1~7.5 워크숍 / 7.8~8.4 전시,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 도시와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성남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탐구하고, 추억을 공유하며, 협력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성남의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고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성남문화재단과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이 11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첫 번째 공동프로젝트로 <도시를 다시 상상하다> 워크숍과 전시를 개최... 어쩌구저쩌구~ 협, 협력적인 예술 활동... 블라블라~ 선민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경험... 주절주절~ 세대를 초월한 참여자 간 대화와 학습, 교류, 참여... 이러저러~ 창의적 잠재력을 끌어내 지역 사회... 공동체의 일원... 기여하는... 역할과 성장의 기회... )(!*#^#*&^#!&^ 그만~~!! 길고 사무적인 말들은 그럴싸한 사업적 성과 하나를 건지고 싶어 눈이 밝아진 사람들을 위한 것일 뿐, 96명의 상상자想像者를 위한 것은 아니다. 수천 년 도시 진화의 시간을 단 5일로 압축한 이들은 불필요한 장광설을 뒤로하고 전복의 상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유려한 활자가 아닌 몸의 기억으로 남았다고, 나는 믿는다.

끝이 대단한 것을 상상했다. 아니, 끝이 대단할 것을 욕망했다. 수직의 권력과 수평의 나눔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 모든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휘황하고 대단한, 미래지향적이면서 조화로운 도시를 꿈꿨다. 자연에 내던져진 인간이 아니라 문명의 안전한 보살핌 속에서 잘 가꿔진 도시를 상상하며 미리부터 가슴이 뛰었다. 다양한 세대(시니어 2, 지역예술가,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 그리고 프로젝트의 주축인 대학()생 등 총 96)가 아직 만들지도 않은 작품(!)을 전시한다지 않나. 영국 왕립예술대학의 예술교육으로, 도시를 (다시) 상상한다지 않나! 이렇게 원대하고 무모한 도전에 심장이 알아서 벌렁거리는 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 . .

도시를 (다시) 상상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생각해야 했다.

 




1.예술은 탐색과 여정의 과정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결과주의는 눈이 멀(!) 정도의 성과를 재빠르게 얻고자 하는 실용주의와 한 쌍이다. 이타카(오뒷세우스이 고향)를 찾아가는 길에 한눈파는 일은 없어야 했다. 수많은 항구도, 항구의 시장들도, 길 위의 현자도 이타카는 아니니까. 오로지 이타카! 상상이 욕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은 유도의 한판승만큼이나 짧고 강렬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두 세대가 한자리에 어울려(1일 차-시니어 2) 자잘한 호구조사(!)와 수줍고 어색한 대화들을 바닥에 깔았다. 마주 앉을 시간이 쉽게 생겨나지 않았던 이들의 입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한 조각씩 튀어 나왔다. 반백 년 만에 다시 잡은 가위질은 비뚤어도 즐거웠고, 끈적이는 풀칠이 어설퍼도 마주한 서로의 사이를 이어 붙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가벼운 잔소리와 세월의 넋두리, 치기 어린 자신감과 밉지 않은 어리광. 시간을 휘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들이 모였다. 주어진 시간이란 의미 없었다. 우리는 생의 중간에 끼어든 등장인물 1, 2일뿐이니.

 




2. 만들면서 생각하라

새파란 청사진도 없었다. 도시를 상상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의 대부분은 시도되지 않았다. 도시는 시작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 도시는 비공식적으로 생겨난다. 그래서일까, 원대하고 치밀한 계획은 없었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빠른 대화 속에서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고, 더 재빠르게 의도가 수용되거나 바뀌었다. 도시의 새로운 창조자가 등장할 때마다 각자의 필요들이 나타났다. 사람이 생겨났고(3일 차-지역예술가), 동물이 등장했다(4일 차-미취학 아동, 초등학생). 건물이 생기니 도로가 필요해졌고, 도로가 서로를 연결하니 새로운 장소들이 만들어졌다. 있던 그대로, 하던 그대로 짚어가는 생각이 아니라 딛고 넘어 뛰어올라 다시 상상되는 것이어야 했다. 중뿔나게 자신만을 고집할 수 없었다. 도시의 진화가 단 5일로 압축되기 위해 생각은 단호해지고 손은 바빠졌다, 마치 눈치 게임처럼.

 





3. 평면이 아닌 입체로

납작한 골판지들이 상체를 일으켰다. ‘평면에 그리지 말고 수직으로 일으켜 만들어 세울 것’. 평면이 주는 상상의 범위가 일어선 입체를 통해 몸의 범위를 확장했다. 도시는 평평하지 않았고 매 순간 모든 것이 몸을 자극하는 부피의 집합이었다. 골판지는 꺾이고, 잘려져 붙여지고, 끼워 맞춰져 일어섰다. 키를 넘어서고 몸을 벗어났다. 잡지에서 따온 이미지들이 밋밋한 평면에 이야기를 입히고 솟아올라 새로운 리듬을 만들었다. 오래전 사라진 집은 뿌리째 뽑혀 하늘에 매달렸고 원도심의 점집은 허리를 펴고 도시를 호령하며 일어섰다. 누구랄 것 없이 탄천의 기억은 물의 이미지로 도시에 흘러넘쳤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경험된 도시 거주인들의 기억은 짙고 강하게 그 흔적을 내보였다. 몸이 기억하는 건 눈이 기억하는 것보다 바르다. 그래서 오래 간다.

 




4. 창조적 글쓰기

시각적 이미지를 제3자의 객관적 눈으로 텍스트화하는 작업이었다. 이미지가 언어가 되고, 언어가 이미지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소설로, 4컷 만화로, 또는 몇 개의 단어로 이미지가 번역되었다. 시각 이미지에서 얻을 수 없는 세밀한 서사가 사물들 위로 덧입혀졌다. 그건 마치 이미 요리가 끝난 음식 위로 끼얹어진 맛깔스러운 소스와도 같았다. 음식은 소스로 인해 더욱 풍부한 미각을 자극했고 주관적 감각의 예민함이 입체적 시각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예술은 각기 다른 감각을 또 다른 감각으로 번역Translation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미지Image가 언어Text로 번역되고, 생각Idea이 사물Object로 번역되고, 사물이 말Language로 번역되는 행위, 예술은 감각의 번역이 아닐까.


 



5. 호기심, 포용, 협업

여기저기 다양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왔다. 아마도 그 모든 이야기를 아우를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도시의 창조자는 96명이고, 그들은 개인적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해 두 도시를 오가며 주인을 확인할 수 없는 사물들을 매만졌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나치게 손을 많이 타서 처음이 어땠는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였다. 개인적 편의와 요구가 타인과 어우러져 이루어진 도시. 한 사람의 명패가 붙은 사유지가 아닌 모두의 손을 거친 공유지로서의 도시. 5일의 도시는 폭주하는 호기심과 강요된(!) 포용,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도시는 생각보다, 마음과 다르게, 반듯한 계획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다중의 공간이었다.


 



6. 그리하여 도시를 다시 상상한다는 것은

원본과 규칙이 없는,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 도시가 얼굴을 내밀었다. 평면을 꾸미는 꼴라쥬 작업은 도시의 탈맥락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2시간에 한 번씩 자릴 바꿔가며 두 도시를 매만졌던 이유 또한 수천 년의 도시 진화 시간을 몸에 새기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

도시는 탈맥락화의 선상에서 진화한다.”

예술교육은 길고 지루한 설명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로 상상의 순간을 96명의 몸에 새겼고, 상상에 대한 예술의 구체적 힘을 감각하게 했다. 상상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어떻게 끌어내는지, 무엇으로 다룰 수 있는지, 결산보고서로 적어 낼 수 없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예술 경험이었다. 상상이 구체적인 행위로 연결되는 접점을 만들고 싶다면, 거대한 계획의 불가능함을 가능으로 바꾸고 싶다면, 그리하여 개개인이 즐거운 예술 행위로서 사회에 참여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것이 교육으로 예술로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건, 해본 사람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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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youwallsang